대학
2019년 5월 29일

전통예술계 내 민주주의는 있는가? (2)

전통원 공연 연습의 비정상적인 속내 드러나


상호 결속, 상호 평가가 침묵 조성해


우리신문은 지난 310호(“전통예술계 내 민주주의는 있는가”, 2019.05.06)에서 우리학교 전통예술원(이하 전통원) 및 서울대학교 국악과 학생회에서 불거진 학생회비 남용 문제를 보도했다. 보도한 바와 같이, 이는 전통예술계의 폐쇄적, 위계적 분위기에 기인했다. 우리신문은 이러한 분위기가 전통원 공연의 연습 과정에 만연하다는 제보를 받고, 전통원 재학생 7명을 통해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았다. 이들은 △입학 후 공연에 몇 번 참여했고, 학교는 학생에게 참불 여부를 조사하였는지 △참불 조사가 이뤄진다면, 학생의 참불 의견을 곧바로 승낙하는지 △이뤄지지 않는다면, 공연 참여에 부정적인 의사를 표하거나 연습에 성실하게 참여를 하지 않았을 때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고 예상하는지 △연습 기간과 시간은 어떻게 설정하는지 △연습에 지각하거나 불참할 경우 지각비가 존재하는지를 각각 답했다.


학교 공연 위해 학생이 희생해야


학교가 공연 준비 단계에서 학생에게 공연의 참불 여부를 조사했는지는 공연의 종류에 따라 나뉘었다. 전통원의 중요 공연은 크게 3가지로, △3월 전공별 앙상블 시리즈 △입학 직후 4월 신입생연주회 △9월 대학국악축제에 포함되는 정기공연이 있다. 이 중 신입생연주회와 정기공연에서는 참불여부를 조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공연은 전공 필수 수업 ‘창작음악합주 1~8’에서 준비되는데, 공연 직전인 8월 중순에 별도의 연습도 진행된다. 연습 일정은 연습 2~3주 전 학교가 통보한다고 한다. 학생들은 이 때문에 개인 일정을 확정 짓지 못하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다. 또한 공연 연습 출석을 학점에 반영한다고 공지하기 때문에 학생으로서는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도 전한다.

 
앙상블 시리즈는 학교가 금전적, 행정적 지원만 할 뿐 학생이 자발적으로 준비하기 때문에 정기공연에 비해 자유로운 것으로 보인다. 정당한 이유가 있을 시 불참 의사를 밝힐 수 있고, 연습 일정 역시 앙상블 구성원끼리 정한다. 앙상블마다 연습 일정을 정하는 데 차이가 나타났는데, A 앙상블의 경우 참불 여부를 조사하며, 공연 한 달 반에서 두달 전부터 연습을 진행한다. B 앙상블은 참불 여부를 조사하지 않고, 선배가 3개월 동안의 연습 일정을 연습 바로 전날마다 단체 채팅방에 공지한다고 한다. 그러나 A 앙상블의 담당 교수가 개인 실기 시험 도중 “왜 (앙상블)공연에 불참하냐”고 했다는 것으로 보아, 학생들이 자유롭게 참불 여부를 선택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앙상블 연습에서 나타난 특이한 점은 높은 금액의 지각비였다. C 앙상블은 정시에 도착하지 않을 시 5천원부터 시작하여 초과 5분당 천원을 부과하고, D 앙상블의 경우 초과 5분당 5천원을 부과하였다. E 앙상블은 1분당 천원이 부과되며 인원수대로 커피를 사와야 하는 규칙이 있었다. F 앙상블은 지각비를 누진하기도 했다. 지각 5분은 천원, 10분은 2천원, 20분은 4천원, 30분은 8천원, 50분은 1만 6천원이며, 60분 이후와 결석은 3만원을 부과한다. 이러한 기형적인 행태는 앙상블 구성원의 동의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인터뷰에 응한 학생은 그러나 “연습에 꼭 참여해야 하는 장치를 마련한다는 것 자체가 공연이 강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반면 “단체 연습이기 때문에 지각비를 설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연습을 제때 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인터뷰에 참여한 모두가 공연 참여에 부정적인 의사를 표하거나 성실하게 참여를 하지 않는다면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 예상한다고 답했다. 이들은 “전공 내에서 험담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다”고 대답했는데, 이로 보아 공연 참여에 대해 학생 간의 민주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여겨진다.

 
학교는 이러한 상황에 무관심한 것으로 보인다. 전통원 공연기획실에 학생들이 공연 준비 단계에 불만을 느끼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지 문의한 결과, “이는 학교에 대한 불만 사항이 아니라 개개인 사이에서 불거지는 문제점이기 때문에 학교 공연기획실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 “공연기획실은 공연에 대해 지원만 할 뿐”이라고 답변하였다. 또한 전통원 조교실에 정기공연 연습 출석이 성적에 반영된다는 사실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물었으나 “잘 모른다. 수업 담당 교수에게 문의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왜 침묵할 수밖에 없는가


전통원의 공연 준비 단계에서 비친 문제점은 △공연 참여의 자율성 부족 △통보식 연습 일정 설정 △연습 태도에 대한 강압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구조가 쉽게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전통예술계의 고유한 특성에 기반한다. 전통예술인은 특정한 커뮤니티로 연결되어 있다. 이는 △중고교 △ 대학교 △레슨실 △직장 등으로 나뉘며, 전통예술인은 하나 이상의 커뮤니티에 소속된다. 그리고 이러한 커뮤니티들이 교집합을 이루며 국악계라는 하나의 거대한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한두 다리 건너면 안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크고 작은 커뮤니티가 끊임없이 소통하기 때문에, 개인은 다른 구성원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 숨을 죽인다. 전통예술을 평가하는 이들이 기성 전통예술인에게 기대어 있는 것도 이러한 구조를 강화한다. 대중예술과 달리 자신의 예술성을 다양한 기준에서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에,이러한 수직적인 문화는 더욱 고착화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신문은 다음 호에서 작년 10월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음악과에서 내부 위계폭력 고발을 위해 게시된 대자보와 그 이후의 변화에 대해 취재하여, 전통예술계 내 민주주의를 묻고자 한다.



김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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