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019년 5월 29일

되돌아보는 한예종 사태

이론과 폐지 논쟁을 중심으로

정책은 예술계의 사안들의 어디까지 관여해야 하는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사태(이하 한예종 사태)가 발발한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무엇이 그리 문제였나.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지난 2009년 3월 18일부터 5월 1일까지 우리학교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으며, 같은 해 5월 18일에 감사 결과를 학교 측에 통보한 바 있다. 감사 결과 중 가장 큰 논란이 되었던 것은 △황지우 당시 총장 중징계 △모든 이론학과 축소 및 폐지 △예술과 과학기술의 통섭 교육(U-AT) 중지 등이었다.


우리학교는 그러나 설립 당시 이론 교육을 강조했다. 우리학교의 이강숙 초대 총장은 서울대학교에서 작곡 이론 전공을 국내 최초로 만드는 등, 이론 교육을 중시한 음악 교육자였다. 그가 국내 음악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주자에 대한 이론 교육을 강조했다는 점은 설립 당시 우리학교의 방향을 잘 드러낸다. 최초 개원한 음악원의 취지에 따라 6개 원 모두 이론과를 운영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학교를 설명할 때마다 끊이지 않고 등장하는 ‘실기 중심 교육을 받은 전문예술인’이란 말은 어디서 처음 등장한 것일까. 실기 중심 교육에 대한 제언은 1993년 설립 당시 문화부에서 학교 설립추진단장을 맡았던 김전배 사무국장이 국회에서 한 발언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김 사무국장은 “기존의 음악대학이라는 것은 교양과목이라든지 이론에 치중이 되어서 실기를 연마하는 데는 부적합한 예술교육제도”라며 “우리는 줄리어드같이 실기 위주의 학교를 한번 만들어 보자 하는 것이 음악인들의 꿈이었다.”고 말했다. 학교 설립 이전부터 이론/실기 중심 교육에 대한 문화부와 전문가의 의견이 엇갈린 것이다.


우리학교는 문체부의 2009년 감사 당시, “실기 중심의 예술전문가 양성을 위한 예술이론 교육의 필요성과 원칙을 바탕으로 하여, 현 이론 교육 시스템의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문체부에 전했다. 그러나 문체부는 “(한예종의 설립 목적은)실기를 위한 최소한도의 이론교육만 실시하겠다는 것 아니었나”며 반박했다.


또한 우리학교에 비판적이었던 보수 문화단체 문화미래포럼은 당시 집권여당이던 한나라당에 “한예종은 문화예술분야의 좌파 엘리트 집단의 온상으로 새 정부의 전면적인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문건을 보낸 바 있다. 문건은 또한 영상원의 영화과, 방송영상과, 영상이론과를 이론학과로 간주하고, 애니메이션과, 멀티미디어영상과만 실기학과로 간주하는 등 우리학교의 학제를 왜곡하여 이론과의 축소 및 폐지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에 주완수 영상원 애니메이션과 교수는 “모든 예술에서 이론하고 실기가 분리되는 경우는 없다”고 반박하였다.


더불어 문체부가 문제로 삼았던 것은 당시 우리학교의 주력 사업이었던 통섭 교육 (U-AT)이다. 우리학교는 예술 분야 간의 복합, 예술 및 과학, 인문 등의 융복합을 추진하는 통섭 교육을 5년 계획으로 추진할 예정이었다. 세계적 추세에 맞춰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예술가 양성을 목표로 하는 통섭 교육은 3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이르면 2010년 통섭 원을 개원한다는 계획에 따라 단계적으로 추진되고 있었다. 하지만 문체부는 이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표했으며,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비슷한 교육을 하므로 예산이 중복으로  투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삭감했다고 밝혔다.


한편 당시 신재민 문화부 1차관이 우리학교 서초동 캠퍼스를 찾아와 음악원장 및 기획처장을 비롯한 몇몇 교수를 만나기도 했다. 신 차관은 “황지우 총장이 현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지 않은가”, “유럽에서는 좌파 정부가 집권하면 총장도 좌파에서 나오고, 우파가 집권하면 우파에서 총장이 나와 정부와 협력적인 관계를 갖는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교수협의회는 신 차관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를 통해, “신 차관의 발언은 주무 차관으로서 본교를 보호하기는커녕 본교의 모든 구성원들을 정치적으로 압박하고 분열시키려는 몰상식한 처신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부 부처나 장관이 가져야 할 것은 포용력이다. 국가 전체 방향으로 봐서 어긋나지 않는데도 개인적인 관점이나 이해관계를 내세워 학교 운영의 전반을 좌우하려는 것은 공직자가 취할 태도와는 거리가 있다. 더불어 예술을 정치의 논리 안에 편입시켜서는 안 된다. 당시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축출하기 위해 그런 방법을 사용했던 것은 여전히 납득하기 어렵다. 창의성과 자율성이 제약되는 곳에서는 예술가가 꿀 수 있는 꿈도 그만큼 제약될 수밖에 없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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