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019년 5월 28일

블루보틀, 성공을 담기까지

한국이 블루보틀에 열광하는 이유는?


스페셜티(Specialty)와 초저가 커피로 양극화되는 커피 시장에서 살아남기

“파워풀한 파란 병 블루보틀”, 매일경제, 2018.05.24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커피 소비국이다. 국제커피협회( ICO)의 2017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12년 이후 커피 수입이 꾸준히 증가해 전 세계 커피 수입 7위 국가가 됐다. 어째서일까. 물론 커피 자체의 매력적인 맛도 있겠지만, 한국인의 고유한 ‘사랑방 문화’가 한몫한 것은 아닐까. 카페는 광장을 대신하여 사교나 휴식의 공간이 되었고, 더욱이 공적인 업무를 매개하는 사무실 역할까지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커피가 바쁜 한국인들에게 하루를 시작하고 연장하는 에너지 드링크처럼 소비되는 이유도 있겠다.


한국 커피의 역사와 동향

 
대중이 커피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1970년대 초반 동서식품에 의해서다. 미국 제너럴 후드와 기술 제휴한 동서식품은 맥스웰하우스 커피를 국내에서 생산했고, 이후 한국은 인스턴트 커피의 일인자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80년대 후반, 고전적인 다방을 대신해 밝고 공개적인 커피전문점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1]

 
최근 커피 시장은 5000원대 이상 스페셜티(Specialty) 커피와 1000원 미만의 초저가 커피로 양극화되는 상황이다. △블루보틀 △리저브 △폴바셋 그리고 △스타벅스 등이 전자에 해당하며, △커피온리 △매머드익스프레스 △고다방 등이 후자이다.

 
그러나 국적을 불문하고 최근 커피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역시 스페셜티다. 소비자들은 모두가 기계적으로 커피를 소비하는 시대에서 자신만의 경험이 담긴 특별하고, 맛 좋고, 품질 높은 커피를 찾게 되었다. 이는 무려 2년 전인 ‘2017 서울 카페 쇼’에서부터 조짐이 보였다. 대표적인 예로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 커피'(Panama Esmerlada Geisha, 이하 게이샤 커피)가 있다.

게이샤 커피는 ‘하시엔다 라 에스메랄다(Hacienda La Esmeralda)’ 농장의 커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커퍼(cupper) [2] 인 돈 홀리(Don Holly)가 “마치 커피 잔 안에서 신의 얼굴을 보는 것 같았다”라고 극찬해서 크게 유명해졌다. 게이샤 커피는 한 잔에 수 만 원대에 이르며, 뭇 커피 마니아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는 2018년 트렌드 키워드인 ‘소확행’과도 맥락이 맞는데, 스페셜티가 일상을 크게 방해하지 않으며 고액을 소비하지 않아도 쉽게 리프레시(refresh)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블루보틀: 스페셜티의 대명사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블루보틀 한국 1호점이 문을 연 지난 5월 3일의 블루보틀 검색 횟수는 스타벅스의 약 4배이다. 왜 하필 그 수많은 커피전문점의 무덤 속 ‘블루보틀(Blue Bottle)’이 대성공을 거두었는가? 그리고 왜 전 세계 중 한국에서 유난히 이슈가 되었는가?



블루보틀 대표 메뉴인 핸드드립 커피는 바리스타가 직접 뜨거운 물을 붓는 방식으로 10분에 걸쳐 한 잔 한 잔을 우려낸다. 고된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고 안락한 의자에 앉나 했더니, 블루보틀의 인테리어와 가구는 안락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흔한 콘센트와 와이파이도 보이지 않는다.

 
“좋은 커피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하고, 대적할 수가 없다”는 블루보틀만의 신조가 고집스러울 만큼 돋보인다. 블루보틀은 원두의 생산과 로스팅 기법에 얽힌 스토리텔링을 바리스타의 핸드드립 퍼포먼스와 함께 판매한다. ‘최고의 커피의 맛’이라는 단순한 기업 철학이 모든 것을 무마시킨 셈이다.

 
블루보틀이 등장함에 따라 커피 로스팅 단계의 유행도 변화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한국인들은 다크 로스트[3] 커피를 선호한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었으나, 폴바셋, 블루보틀, 커피온리 등이 모두 하이로스트[4] 방식을 채택하며 한국인의 입맛 변화가 예상된다. 이러한 하이로스트가 화제를 모으자 스타벅스도 지난 4월 ‘블론드 에스프레소’를 시범적으로 선보이며 하이로스트 커피 시장 공략에 나섰다.


마케팅 및 서비스


블루보틀은 개점 3일 째의 매출이 6,000만원 정도였다고 한다. 성수동 매장이 전 세계 블루보틀 70여개 매장의 하루치 매출을 뛰어넘은 셈이다. 국내 대형 카페 하루 매출이 500만원을 넘기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다. 사실 블루보틀은 1년간 ‘티저 마케팅’을 했을 뿐만 아니라 1호점 위치를 놓고도 수많은 의견이 오갔다. ‘블세권’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였다. 기다림이 증가함에 따라 예비 소비자의 기대는 부풀어갔고, 오픈 첫날 블루보틀의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이 소비자를 직접 상대한 것도 몇 시간의 기다림을 잊게 만드는 감동으로 다가왔다는 후문이다. 매장을 찾은 이들은 오랜 기다림 끝에 1인당 두 세잔의 커피를 마시고 몇 십 만원어치의 제품까지 구매했다. 블루보틀은 사용자 경험과 오랜 시간 대기한 소비자의 패턴을 예상해 소비자의 감정(emotion)과 행동(behaviour)을 디자인했다.

 
물론 커피빈이 2000년대 초반 무(無) 콘센트·와이파이를 컨셉으로 내세웠다가 실패한 사례를 들고 블루보틀의 행보를 지켜봐야한다는 입장도 적지 않다.


아날로그 감성의 부활


G마켓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에스프레소 머신 △원두와 생두 △여과지 △커피 여과기 △핸드드립 포트 △핸드밀 △그라인더 등 홈카페 관련 상품의 판매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154%까지 급등했다.[5] 이는 블루보틀의 성공배경과도 적지 않은 연관이 있다. 사람의 심리를 자극하는 아날로그 감성의 부활, 커피를 맛과 에너지의 충족을 넘어선 하나의 휴식과 개인적 경험으로 삼게 된 시대가 바로 그것이다.


커피와 4차 산업혁명

“Bubble Lab Launching Drop Milk Dispenser and Drip Pourover Arm”
, Daily Coffee News, 2019.08.15



블루보틀과 같은 아날로그 감성이 주목된다고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 요동치는 오늘날, 커피 산업에도 테크놀로지의 영향이 미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로봇연구소 ‘버블랩(Bubble Lab)’이 선보인 자동 핸드드립 로봇 ‘드립(Drip)’이 바로 그것이다.


드립의 카운터는 평소 하단에 숨겨져있으나 사용자가 작동을 시작하면 원통형의 관이 위로 솟아오르며 커피를 추출하는 헤드 부분이 나타난다. 이 헤드는 좌우로 움직이면서 원두의 위치와 궤적을 자동으로 찾아 물을 분사하여 커피를 추출한다. 드립은 정확한 온도와 유량으로 물을 전달하고, 원두가 부족할 시 절대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의 커피 머신과 차별성이 있다.


이 시대의 소비자는 일상적인 사물과 공간을 통해서도 특별하고 개인적인 경험을 하길 원한다. 본인의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위해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부지런히 찾고, 이를 빠르게 구매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인지한 기업들은 소비자의 변화에 맞춰 마케팅과 서비스를 발 빠르게 제공한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거대 커피전문점들이 스페셜티와 초저가 커피를 두고 힘을 겨루는 가운데, 이들의 그늘에 가려진 개인 카페들이다. 격동하는 시장 속에서 이들은 어떻게 공생할 수 있을까.



김지연 기자
delay516@gmail.com



[1] “우리나라 커피의 역사”, Google Sites, <https://sites.google.com/site/kj2012104144/keopiui-yeogsa/ulinalaui-keopiyeogsa>
[2] 커퍼(Cupper): 커피의 고유한 맛과 개성을 알아보고 품질 정도를 측정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3] 다크 로스트(Dark Roast): 로스팅 시간을 늘려 원두에 풍부한 향을 입히고 쓴맛이 더욱 드러나게 생두를 볶는 방식. 강배전이라고도 부른다
[4] 하이로스트(High Roast): 생두를 약하게 볶아 산미를 강조한 로스팅. 중배전이라고도 한다
[5] “블루보틀 상륙에 요동치는 커피공화국 ‘게임체인저 왔다’ 스벅·이디야·투썸 긴장”, 매일경제, 19.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