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2019년 5월 7일

트랩Trap의 여자

“진짜” 리얼리티와 래퍼 사츠키($ATSUKI)



공공영역으로 기능하던 ‘유튜브(Youtube)’는 각종 기업의 홍보 창구와 변형된 ‘아프리카 TV’로 전락한 지 오래다. 사회의 징후가 아닌 문화의 징조와 마주하기 위해서는 다른 창구를 모색해야한다. 요컨대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에 접속하면 국내 힙합(이하: 국힙)이라는 장르의 내파(內波)를 만끽할 수 있다. 2000년 1월 4일에 태어난 래퍼 사츠키($ATSUKI)가 소리치는 개소리(bullshit)에 주목해보자.



사츠키의 개소리는 폭력적이다. 그런데 힙합의 장르 규범에서 ‘리얼(Real)’하다고 간주하는 폭력성은 아니다. 음악 평론가 사이먼 레이놀즈가 지적한바, 힙합에서 “리얼”이란 “어떤 ‘현실’”을 반영하며 나아가 “사회적인 것의 죽음”을 뜻하는 것이다. 즉, 더욱 거대한 폭력과 맞서는 대항폭력으로서의 ‘어떤 현실’이 힙합의 ‘리얼’과 ‘리얼 힙합’을 보증하는 셈이다. 하지만 사츠키의 분노는 거대한 공권력을 상정하지 않는다.



사츠키는 어째서 화나 있는가? ‘리얼 힙합’ 탓이다. 사츠키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어떤 현실’을 쟁취하려면 국힙은 대항폭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힙의 ‘어떤 현실’이란 다분히 상상적이다. 상상 이후에는 무기력만 남는데, 가장 단순한 해결책이 있다. 리얼리티를 포기하면 그만이다. “お前達を殺して自殺をしに行くの(너희들을 죽이고 자살을 하러 갈 거야)”(<Who’s stronger than me bitch?>).



한편 래퍼 재키와이(Jvcki Wai)는 펑크 전사로 변신한 다음 무정부주의를 노래한다. 재키와이는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시적으로, 때로는 시적으로 주장한다. 그가 대항하는 폭력의 주체는자명하다. 그는 펑크라는 지나간 세기의 마법에 홀린 채 오늘날의 리얼리티를 가리킨다. 또는 가장 내밀한 현실의 고통에 가라앉은 채 신을 엿먹일 것을 명한다. “언어유희 아냐/진짜 그 안에서 처맞고”(<To. Lordfxxker>).



재키와이의 역점은 “진짜”에 달려있다. 다만 ‘힙합의 리얼’과는 무관한 “진짜”다. “난 실존하고 있고”(<RIB>), 그게 전부다. “걍 숨 쉬고 싶어서/폭발시켜 지켜봐 내가 창조할 진짜 utopia”. 이 때 펑크는 유토피아를 위한 무기보다는 유토피아의 구상을 보증하는 형식에 가깝다. 재키와의 노래 속에는 이미 유토피아가, 지금 살아있기 위해 과거로부터 빌려온 유토피아가, “진짜 utopia”가 존립(存立)한다.



재키와이 스스로 “진짜 utopia”에 대해 밝히는 바, “I just want no pain(내가 원하는 건 고통이 없는 것뿐이다)”(<No Pain>). 사츠키의 분노도 마찬가지다. 사츠키의 분노에는 대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노는 형식화되어야 한다. 사츠키가 자신의 사운드클라우드 계정에 처음 올린 노래로 돌아가 보면 그 이유는 <침묵>에서 비롯한다. “Don’t touch my body, Don’t touch my body(내 몸을 만지지 마)”. <침묵>은 사츠키의 첫 공개곡인 동시에 궁극적인 지향이다.



하지만 오늘날 “진짜” 리얼리티를 포기하는 일이란 납작한 스마트폰 화면으로 재매개된 리얼리티의 소음에 몸을 내던지는 일과 다르지 않다. 이 과정에서 사츠키는 날카로운 비트와 어둡고 직관적인 가사로 가득한 “트랩(Trap)”과 “이모 힙합(Emo Hip Hop)” 같은 장르를 몸에 두른다. 목소리는 지나치게 크며 발음은 지나치게 또렷하다.



반면 “소금(sogumm)”은 침묵을 위해 발음을 뭉갠다. 그는 무엇과도 싸우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보편적이기에 결국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는 감정들을 웅얼거리는 게 전부다. <편지>, <궁금해, <전화해>,<Fuck Me> , <The Way You Sex>,<Let Me Be Yours> , <때 (timing)>, <안타까운 마음>, <어려워>,<무서워>, <닦아줘>, 같은 감정들, 모두 공감할 수 있기에 정작 누구도 특정할 수 없는 감정들을 웅얼거리며 모두의 포토 라이브러리에서 한 장씩 낡아가는 저해상도의 사진을 앨범 아트로 올리는 게 전부다.



세 여자는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 “My World!”(나의 세계!, $ATSUKI)를, 다시 말해 침묵, 암전, 휴식을 좇고자 자기 자신을 죽이거나 지워내면서 노래를 이어가기 때문이다. 이것이 국힙이 제시하는 오늘날의 생존 전략이자 도래할 수사학의 가능 조건이다.



김태원 기자
lemonadegogo9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