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019년 5월 7일

전통예술계 내 민주주의는 있는가

성찰보다 내부고발자 찾기에 급급…


사회적 분위기가 바뀜에 따라 학내의 분위기 전환도 기대



작년 우리학교 전통예술원에서 있었던 미투 (METOO) 이후에, 전통원에서는 그간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되어왔던 폭력이 들춰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교수 및 강사들의 혐오 발언은 아직 이어지고 있다. 수업시간 창법이나 동작을 가르칠 때 ‘남성적’, ‘여성적’이라는 어휘가 계속 사용된다는 것이 그 예시 중 하나다. 선배가 후배의 동의 없이 공연에 참여하기를 요구한다는 위계폭력의 사례도 있었다. 교수나 선후배 간 등 수직관계만은 아니다. 동기들 사이의 문제가 발생했어도, 누군가 선뜻 먼저 나서서 발언하기가 껄끄러운 분위기다.



전통원 학생회가 활동비 사용 명세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원 차원의 연습실 청소에서 같은 과 선배의 물품만 문제 삼지 않는 등의 행동을 한 것은 학생들의 공분을 사기 충분했다. 학생회비에 대한 논란은 전통원만의 일은 아니었지만, 전통원에서는 웬만한 일은 들쑤시지 말고 무마하자는 경향이 짙어 이의 제기가 비교적 더 힘들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통원 22대 학생회장의 공식 사과문 게시와 영수증 사용 명세 공개로 의혹은 해결되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통원 내에서 건강한 담론의 토대가 마련되었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와 같은 문제점은 우리학교에서의 일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대학교 국악과에서도 학생회의 학생회비 남용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다. 서울대 국악과 한 학생 A 씨에 따르면, 지금까지 예결산을 편성하여 회비를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 밝혀졌고, 감사제도 또한 없었다고 한다. 문제가 되었던 사례 중 하나를 묻자, 학생회가 학기 초에 학기 중 진행될 행사 운영비에 쓰일 학생회비를 한꺼번에 걷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MT에 불참하는 사람들에게는 해당 비용에 대해 돌려주기로 했다. 이전에는 이렇게 한 번에 걷어 불참자에게 환급해주는 제도는 없었다. A 씨는 “하지만 MT 불참비를 돌려준다는 전체 공지가 없었으며, 일부 학우들에게 한 말을 전체 공지라고 이야기했다. MT 외에 다른 뒤풀이 행사는 국악과 공식행사라는 이유로 현재는 불참비를 돌려준다는말을 하고 있지 않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사퇴한 학생회는 “관례적으로 이러한 제도가 없었는데 그것이 왜 이번 학생회의 잘못이냐”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국악과 비대위 속기록에 따르면, 학생회 측 B씨는 “익명성에 기대다 보니 편향되면서 논의가 어디로 흘러가게 될지 몰라 아쉽다. 당사자에게 직접 하라는 게 아니고 학년 대표를 통해서 이야기하고 그것조차 익명으로 말하고 싶다면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익명 제보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기자와의 인터뷰 중 A 씨는 “문제가 처음 드러나고, 특정 학생들이 학교 내 커뮤니티에서의 익명 제보자라고 의심받았다. 그리고 익명 제보자의 문제 제기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하며, 관습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이상했다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답답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이러한 학내 분위기가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게 하며 논점을 흐리는 말들로가고 있음이 안타깝다”고 심정을 밝혔다.



학생자치기구는 내규를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야 하므로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더 큰 불만을 느끼는 대목은, 반성하는 것에 앞서 왜 신고자를 특정하고 지목하는 일에 더 신경을 기울이냐는 것이다. 학과의 규모가 작고, 해당 전공과 관련된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긴밀하게 연결된 경우일수록 이런 비판을 제기하기가 힘들다. 이런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분야 중 하나가 전통예술계다. 고발자를 유난 떠는 사람으로 낙인찍고 의도적으로 그 단체에서 소외시키는 일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다. 용기를 내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만큼, 그에 반응해 자성적인 모습을 보이는 대학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가은 기자
kobbaram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