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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15일

예술가를 꿈꾸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 전민재 씨

마틸드 벨기에 왕비, 콩쿠르서 우리학교 음악원 주목, 방문까지 이어져


2010년 작곡부문 우승자 전민재 씨 인터뷰



지난 3월 26일 우리학교 음악원에 마틸드 벨기에 왕비(이하 마틸드 왕비)와 김정숙 여사가 방문했다.


이는 매년 5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에 우리학교 음악원 출신들이 대거 입상하여 한국 음악가들의 성과가 주목되었고, 이에 마틸드 왕비가 콩쿠르 심사위원인 피아니스트 김대진 음악원장 및 학생들과의 만남을 희망하여 벨기에 국빈 방문 기간 중 성사되었다. 마틸드 왕비는 피아노 연주를 즐기는 음악 애호가인 동시에 2014년부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를 후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51년부터 시작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바이올린과 피아노, 작곡, 성악의 4가지 부문으로 구성된다. 바이올린과 피아노, 성악 부문은 3년을 주기로 번갈아 경연하며, 작곡 부문은 2년마다 열린다.


첫 콩쿠르에서는 바이올린, 1952년에는 피아노, 1953년에는 작곡 부문에서 경연하였고, 성악 부문은 1988년부터 시작되었다. 개최 시기는 매년 5월이며 50여 년의 연륜이 쌓이는 동안 젊고 재능 있는 음악인들을 배출함으로써 세계적인 콩쿠르로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피아노 부문은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와 차이콥스키 국제 음악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힌다. 바이올린 부문은 27세 이하, 작곡 부문은 40세 이하로 참가자의 나이를 제한한다.[1].


현재까지 우리학교 출신 수상자로는 2010년 전민재(작곡 1위), 김다솔(피아노 6위), 2011년 홍혜란(성악 1위), 2012년 신지아(바이올린 3위), 2015년 임지영(바이올린 1위)이다. 임지영 씨는 이날 마틸드 벨기에 여왕 방한 오찬에 대표로 참석하기도 했다.


마틸드 벨기에 왕비 및 우리학교 관계자들은 이 날 오후 12시 오찬을 시작으로 음악원 기악 및 성악 수업을 참관하고, 크누아홀(우리학교 서초동캠퍼스 음악원 4층)에서 학생들의 연주회를 관람했다.


크누아홀에 마련된 음악회에서는 김가은 (음악원 기악과 19)씨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 Op.34 No.14>와 가스파르 카사도의 <푸른 악마의 춤>을 첼로로 들려 주며, 박재홍(음악원 기악과 18)씨가 이사크 알베니즈의 <이 베리아> 모음곡 중 알메리아를 피아노로 연주했다. 이어 우리학교 영재교육원의 김시준(홈스쿨), 이윤서(서울예고 재학)씨가 듀오로 파블로 데 사라사테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나바라 op.33>을 선사했다.


이날 마틸드 왕비는 음악원을 찾아 김영미 성악과 교수와 손민수 기악과 교수, 김남윤 영재교육원장의 수업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학생들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김봉렬 총장은 “한국을 넘어 세계로 진출한 음악가들의 배움터에 직접 방문하는 벨기에 마틸드 왕비를 진심으로 환영한다”라며 “한국의 음악적 성과는 이미 ‘K-클래식’으로 명명돼 명성을 떨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우리 학교 학생들의 활약이 밑바탕이 있다”라고 전했다.


김 총장은 이어 “2019년 QS 세계대학평가 공연예술부문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가 37위 (308호 2면 참조)를 차지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라며 “앞으로 세계적인 음악가는 물론 창조적 예술가들이 더 많이 배출될 수 있게 아낌없이 지원,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호에서는 2010년 작곡 부문 우승자 전민재 (음악원 작곡과 07) 씨를 소개하고자 한다.


전민재 씨는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의 작곡 부문에서 최연소 1위를 수상(2009)하며 주목을 받았다.


6세에 첫 작품을 작곡한 그는 8세 때 첫 피아노 독주회를 가졌으며 16세에는 첫 번째 대규모 관현악 작품인 ‘교향곡 제1번’을 작곡했고, 같은 해인 2003년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작곡가 윤이상의 노래 10편을 목관, 금관, 타악기를 위한 편성으로 편곡하고 관현악을 위한 서곡을 작곡하여 연주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이듬해인 독일 뮌헨 국립 음대 작곡과 교수인 Hans-Jurgen von Bose를 사사하였고, 이후 우리학교에 입학해 이건용, 유병은, 김성기 교수를 사사하며 우리나라 작곡계의 주목을 받는 차세대 작곡가로 발판을 다졌다.


언제부터 작곡을 시작하셨나요? 시작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처음 작곡 한 곡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작곡을 시작한 건 여섯 살 때입니다. 시작한 계기는 다른 또래 아이들처럼 피아노를 배우다가 다른 사람의 작품을 연주하는 게 지루해서 제가 직접 곡을 쓰게 된 것이 첫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첫 작품은 당시 무렵에 작곡한 왈츠인데,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을 위해 작곡한 피아노곡입니다.


콩쿠르 당시 우승했던 곡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표적’은 10분 내외의 작품으로 현대에 상실된 협주곡 본연 자체의 희유를 위해 작곡된 작품입니다. 즉, 현대음악의 가장 큰 딜레마인 현학적인 면을 최대한 없애려한 작품입니다.

요즘 작곡 트렌드가 무조의 음악을 추구하는데 모든 작곡가가 트렌드를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러한 경향은 이미 2000년대 초반을 지나면서 많이 사라졌고, 오히려 요즘 작곡가들은 너무나 각양각색의 음악적 색깔을 추구합니다. 아마도 현재가 과거의 20세기 음악과의 분기점 혹은 결별의 경계선에 와있다고 봅니다.


주로 곡의 영감은 어디서 받는 편이신가요?


저의 경우는 고음악을 좋아해서 음악을 시작했기에, 주로 17-18세기의 음악적 아취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 혹은 저만의 프리즘으로 투영시키려하고 있습니다.


작곡 인생에 있어 한예종에서의 경험은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고전적 훈련의 고된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견고한 연습들은 현재 작업과 음악적 활동에 가장 큰 정신적 기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같은 음악적 지향점을 가지고 있던 선후배와의 만남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들과의 교류가 사실 한예종에서의 경험 중 가장 소중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곡 전공 친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생에서 정말 필요한 공부와 훈련의 시간은 현재의 어린 작곡과 학생들의 나이 때입니다. 이 시기가 고통스럽더라도 음악을 처음 사랑했을 때의 그 열정을 잃지 않고 현재의 공부가 뒤받쳐 준다면 매우 값진 열매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 어떤 작곡가가 되고 싶으신가요?


어떤 작곡가가 되고 싶다기보다는, 이미 어린 시절부터 제가 걸어왔던 길 그 자체가 앞으로 제가 나아갈 방향을 늘 그랬듯이 제시해 줄 겁니다. 그래도 굳이 추구하는 목표를 말하자면, 현대에 상실된 종교음악의 유산을 다시금 되찾고 싶습니다.



전민재 씨는 2008년 음악원 재학 당시 ‘현대음악의 잃어버린 정체성을 찾아서’를 모토로 한 작곡 동인 ‘서정적 전위 – 숨’을 결성하여 이듬해 첫 연주회를 가졌으며, 젊은 작곡 학도들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발표하는 ‘농 프로젝트’에 참가하여 다수의 작품을 초연했다. 2010년에는 서울 뮤직 페스티벌에서 그룹 즉흥연주를 참여하였고, 2011년 박창수의 하우스 콘서트에서는 한국의작곡가 시리즈에 참가하였다.


같은 해, 현대 창작곡을 위한 화음체임버오케스트라의 화음 프로젝트페스티벌에 다수 참여했다. 2012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우리학교 개교 20주년 기념 연주회에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작인 ‘Target’을 한국 초연하였다. 2012년 월간 객석이 선정한 차세대를 이끌 예술인 10인에 선정되기도 한 전민재는 같은 해 제7회 대원음악상 장려상(2013)을 받았다.


2014년 유중아트센터의 상주 음악가를 지냈으며, 2015년에는 바흐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춤곡을 소재로 하는 피아노 음악을 작곡하여 도쿄 오페라 시티 콘서트홀에서 초연하였다. 2016년,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하여 한불저작권협회에서 현대음악의 저작권에 대해 세미나를 열었으며, 같은 해 프랑스의 쇼몽성에서 열린 한불수교 연주회에서 트리오 오원과 함께 신작을 공연하였다.


작곡가의 ‘자작자연’이 상실된 시대에 그는 자신의 피아노 작품 연주와 즉흥연주에 관하여 큰 비중을 두고 있으며, 대부분의 주요 작품들은 전민재씨 자신에 의해 초연되고 있다.


또한 올해 1월 말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파이널리스트(원제 Imposed Piece)’를 주목할 만하다. 이는 201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선참가자로 뽑힌 바이올린 연주자 12명이 결선 무대를 준비하는 모습을 담은 영화이다.


결선에 오른 연주자들이 연주할 신곡을 비밀리에 위촉한 뒤, 8일의 시간 동안 연주자들이 외부와 차단된 채 처음 받아든 신곡의 악보를 보고 스스로 터득해서 결선이 열리는 당일 본인의 자유곡과 함께 연주하도록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콩쿠르의 실체를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영화는 1700명의 글로벌 참가자 중 몇 차례의 경연을 통해 최종 선발된 12명의 파이널 진출자 가운데 한국인인 임지영(음악원 기악과 11) 씨와 이지윤(음악원 기악과 08) 씨가 출연하기도 했다.


반면 이번 2019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부문 국가별 본선 진출자는 한국 출신 연주자가 16명으로 가장 많고, 그중 3명이 우리학교 출신인 것으로 밝혀졌다.



김민정 기자
2000kimmj@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