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2019년 4월 15일

2교시
인공지능으로 그림그리기

새로운 회화 도구의 개발, 고전적 예술의 문턱 낮아질까?


딥러닝 기반 이미지 생산, 익숙한 개념이지만 일상에 스며있지 않아…



지난 3월 18일, 인공지능을 이용한 비주얼 컴퓨팅을 연구하는 기업 NVIDIA(엔비디아)에서 ‘Gaugan(고갱)’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Gaugan’은 간단한 붓질을 사진에 버금가는 재현적 회화로 변환해주는, 딥러닝 기반 이미지 생산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어 폭포를 그리고자 한다면, ‘Fall(폭포)’이라는 버튼을 누르고 화면에 거친 한 획을 긋는다. 프로그램은 사용자가 그린 그림과 데이터베이스 상의 바위, 풀, 햇빛 이미지를 적절히 배치하여 빛의 반사 정도나 스며든 색채를 조화롭게 섞어 폭포 이미지를 생성한다.


물론 ‘Gaugan’의 상용화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인공지능 연구를 시각적으로 실체화하는 사례들은 더욱 다양해지고, 프로그램의 접근성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회화 화면을 통제할 수 있다는 가능성, 훈련이나 구상 없이도 쉽게 그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예술의 접근성이 좀 더 낮아지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회화의 전통적 도구들은 모두 현실 세계에 실재하는 것들이다. 때문에 우리의 물리적 신체는 예술의 주체로 기능한다. 취미로 미술을 시도하려는 많은 이들이 “나는 ‘손’재주가 없어”라는 말로 그림 그리기를 단념하곤 한다. 무엇을 표현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일반적으로 그것이 표현되는 양식 또한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손재주가 없는 것은 예술가가 되기에 큰 장벽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한 고전적 한계를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Gaugan’처럼 최근에 출시된 여러 프로그램이다.


그중 하나인 ‘Processing(프로세싱)’은 문자 언어로 이루어진 코드를 작성해서 회화적 이미지를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손재주가 없어도, 기획하고 설계한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구상하고 그것을 좌표라는 기하학적 기호로 계산해낼 수만 있다면 충분히 정교한 그림을 그려낼 수 있다. 또한 ‘Processing’은 영상도 구현할 수 있다. 게다가 자신이 통제할수 있는 시간과 공간 안에서 구동이 된다. 또는 사람이 직접 그리기 힘든 규모의 이미지도 생산해낸다.


우리학교 교양과목인 ‘아티스트를 위한 프로그래밍’을 가르치고 있는 배재혁 교수가 속한 그룹 ‘Team Void’에서는 주식시장의 데이터를 시각화한 그림을 그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실시간으로 주식시장의 데이터를 받아, 프로그래밍된 해석을 기반으로 만들어진패턴을 로봇 팔이 반복해서 그린다. 인간의 유한성을 뛰어넘어 체력이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컴퓨터가 디지털 아트뿐만 아니라 종이나 조형물 같은 물리적 매체를 통해서도 예술행위를 할 수 있음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인간의 모든 예술 행위를 담을 수 있지는 않다. 가령, 좌표로는 나타내기 어려운 미묘한 곡선을 그리고 싶다거나, 컴퓨터를 사용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또 다른 한계가 생기기 마련이다. 또한 ‘Gaugan’처럼 행위자의 의도로 그려졌다기 보다는 인공지능이 모아 놓은 데이터로 구성된 이미지들을 과연 예술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어디까지가 예술가가 개입한 경계인지 확실히 알기가 어렵다.


우리학교에서도 최근 이러한 주제나 툴에 대한 여러 수업이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앞서 언급된 ‘아티스트를 위한 프로그래밍’은 그중 하나로, 프로그래밍 분야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수강할 수 있다. 오는 22일에 시작될 융합예술센터 교육 프로그램 <팀러닝 2019 : Hey, Strangers. Do It Together!>도 그렇다.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미디어 테크놀로지기반의 창작 방법을 연구한다. ‘Team Void ’ 또한 이 프로젝트에 강사진으로 참여한다.


디지털 혁명의 산물은 아직 우리 생활에 완전히 자리 잡지는 않았으나, 디지털 혁명은 이미 도래했다. 붓이나 물감과 같은 회화의 전통적 도구들에 대한 인식은 넓지만, 컴퓨터가 예술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은 일견 늦는 듯 보인다. 작품의 내용이 형식을 결정하는 경우가 태반이지만, 작품의 형식이 작가의 상상력을 자극시켜 내용을 더 풍부하게 할 수도 있다. 경험하지 못했던 세계를 보여주는 낯선 시도의 기회가 점점 잦아지고 있다.



김가은 기자
kobbaram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