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19년 3월 5일

투패전설 鬪牌傳說

마작의 즐거움



어느 날, 중국에서 한 여성이 식물인간이 되었다. 그녀가 의식을 되찾을 확률은 1만분의 1이었다. 의사는 비록 깨어날 가능성은 적지만 평소에 그녀가 좋아하던 것들을 이야기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녀의 가족은 그녀의 귀에 대고 밤낮으로 속삭였다고 한다. “마작을 하자”, “한 명이 부족해, 빨리 일어나!”라고. 그리고 그 여성은 2개월 뒤 의식을 되찾았다. 2011년, 중국 장시성에서 일어난 일이다


물론 그녀가 깨어날 수 있었던 것은 절대 마작의 힘이 아닐 것이고, 이 이야기는 단순히 해외 토픽 섹션에 실린 일화처럼 들릴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한 명이 부족해’라는 말이다. 마작을 하려고 하는데, 한 명이 부족해서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포커는 사실상 인원 제한이 없고, 화투는 플레이어 수에 따라 맞고 ⠂고스톱 ⠂광팔이가 존재하지만, 마작을 하려면 4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명씩 동, 남, 서, 북의 방위를 맡고, 동 1국부터 북 4국까지 총 16국의 게임이 진행된다.


또한, 마작에서는 나 혼자서 패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남의 버림패를 이용하여 자신의 족보를 완성해야 한다. 즉 플레이어는 자신을 제외한 사람들을 속여야 하는 동시에, 거꾸로, 이기기 위해 반드시 그들의 패가 필요한 것이다. 고로 마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네 플레이어가 상호 간에 맺는 ‘관계’이다. 동아시아의 대중 매체에서는 마작의 이러한 이중적 특성이 드러나는 장면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 싱가포르와 마작

케빈 콴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2018)에서는 일상적으로 마작을 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주인공 레이첼은 자신의 어머니가 어렸을 적에 가르쳐주었다고 말하며 애인의 어머니(엘레노어 영)와 마작을 친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서는 마작을 통해 인물의 성격과 위치, 구조가 전면적으로 드러난다.

첫 장면부터 살펴보자. 엘레노어가 주사위를 굴리고 패를 가장 먼저 가져오는 것을 보면 그녀가 동장의 동, 즉 ‘친(親, 부모)’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친은 한 판당 한 명뿐이며, 동장의 동, 남장의 남, 서장의 서, 북장의 북이다. 그 장에서 이길 경우 ‘자(子, 자식)’보다 훨씬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 그러나 그녀는 친을 정하는 정식 룰을 따르지 않고 바로 주사위를 넘겨받는다. 그녀의 우월한 사회적 위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후 레이첼에게 ‘8삭’이 들어왔을 때의 상황을 보자. 레이첼은 8삭을 줍자마자 자신이 닉에게 청혼받았다는 사실을 알린다.

화면에서 보이는 레이첼의 패를 보면, 머리에 중(中)패 두 개, 몸통에 북(北)패 3개, 6삭-7삭-4삭이 보인다. 패만 보았을 때는 4삭 다음부터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 8삭이 레이첼의 ‘오름패’(족보를 완성시킬 수 있는 패, 즉 이길 수 있는 패)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녀가 8삭을 들고 오랫동안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 이것이 그녀의 오름패일 것이라는 사실을 예상할 수 있다. 이때, 평범한 상황이었다면 레이첼은 ‘화료(和了, 족보를 완성시켜 이기는 것)’했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러 하지 않는다.



<Crazy Rich Asians> ⒸWarner Bros)


엘레노어가 화료한 직후, 레이첼은 자신의 패를 보여준다. 그리고 레이첼이 이길 수 있었으나 일부러 그 기회를 잡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두가 깨닫게 된다. 레이첼은 8삭을 버리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닉과 결혼하지 않으면 닉은 평생 당신(엘레노어)을 원망할 것이고, 내가 닉과 결혼하면 당신이 지는 것이기 때문에, 당신은 어떻게 해도 이길 수 없다”고. 이겼으나 이기지 못한 상태, 엘레노어에게 마작에서의 상황과 현실에서의 상황은 같다. 추가로 재밌는 지점은, 레이첼과 엘레노어의 머리가 모두 중(中)패로, 같다는 사실이다.




<아카기 ~어둠에 춤추듯 내려온 천재~> : 일본과 마작


<아카기 ~어둠에 춤추듯 내려온 천재~>(이하: <아카기>)는 말 그대로 어둠에 춤추듯 내려와 전설이 된 마작 천재, 아카기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서는 <아카기>를 애니메이션화한 작품인 <투패전설 아카기 ~어둠에서 춤추듯 내려온 천재~>(2005)에 대해서, 그중에서도 아카기의 첫 등장 장면과 그가 난생처음 마작을 치는 장면에 대해 중점적으로 말하도록 하겠다.


이야기는 13세의 중학생 아카기가 어느 갱의 치킨런(자동차를 미친 듯이 빠르게 몰다가 먼저 멈추는 쪽이 지는 게임)에 휘말렸다가 살아남아 도망친 상황에서부터 시작한다. 아카기와 승부한 남자는 (살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망설여 브레이크를 밟았기 때문에 절벽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지만, 아카기는 오히려 엑셀을 한계까지 밟았기 때문에 바다로 떨어진 자동차에서 빠져나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러한 배경 설정은 단순히 어떤 분위기를 창출해내기 위한 것으로만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 일본의 작사 사쿠라이 쇼이치가 “마작에 장고(長考, 길게 생각하는 것)는 없다. 그것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헤매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이 떠오르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게 바다에서 헤엄쳐 나온 아카기는, 천둥번개와 비바람이 몰아치는 어느 날 밤, 이기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되는 한 남자(난고)가 마작을 치고 있는 마장으로 들어온다.

<아카기>에서는 마작이라는 게임 그 자체가 인생, 세계, 공간의 알레고리가 된다. 그래서인지 인간의 아슬아슬한 생사의 기로를 반복적으로 보인다. 작중의 대사에서 따오자면 “사선을 뛰어넘는 것”이다. 이 생사의 경계는 범죄자인지 경찰인지 알 수 없는 남자, 나와 내가 아닌 자(실제 아카기와 아카기를 사칭하는 한 남자), 시각장애인과의 러시안룰렛, 현금 대신 혈액을 거는 마작 승부 등의 형상으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마작이라는 게임을 난생처음 접한 아카기가 무슨 패를 버릴지 망설이는 난고를 향해 이렇게 말했듯이. “죽으면 살 수 있는 건가”.

<아카기>에 달려 있는 수식어는 ‘투패전설’이다. 마작에서 중요한 것은 화료하여 점수를 얻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플레이어에게 도움이 되는 패를 버리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즉 패를 읽는 싸움이다. 아카기가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는 그가 맨 처음 화료하는 판에서 잘 드러난다. 마작에 대해서 가장 기초적인 것 밖에 배우지 못한 13세의 아카기는, 마장에 경찰이 들어오고 사람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리는 순간, 패를 뒤바꾸는 사기를 친다. 그게 그의 첫 화료다.


말도 안 되지만, 이는 아카기의 노림수, 즉 경찰이 목격자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누구도 함부로 아카기에게 손을 댈 수 없게 된다는 상황을 단숨에 읽어내고 과감히 패를 바꿔치는 빠른 판단력과 결단력이 보이는 장면이다. 그리고 이어서, 아카기는 상대방의 오름패를 읽어내고 그것을 버리지 않음으로써 다른 플레이어들의 화료를 막는다. 이때 그가 하는 대사는, 자신에게는 버림패의 목소리가 들리며, 이에는 세 종류가 있다는 것이다. 위험한 패, 안전한 패, 그리고 위험한지 안전한지 알 수 없는 노이즈와도 같은 패. 이 노이즈 패의 위험성을 상대방의 신체 반응, 타패(打牌, 패를 버리는 것) 순서 등의 정황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 그것이 아카기라는 천재의 재능이며 마작에 필요한 자질이다.

마작을 접해보지 못했다면, 내가 위에 쓴 말을 직감적으로 이해할 수도, 전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 글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결국 ‘마작은 재밌다’라는 것이다. 만약 마작을 배워보고 싶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은, 나한테 연락해주길 바란다. 현재 우리학교에서 마작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최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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