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019년 3월 5일

을지로, 왜 이렇게 야단인가

서울시, 지난 1월 16일 청계천-을지로 개발 전면 재검토 입장 밝혀

하루도 멈추지 않는 철거…속 타는 상인들

연합뉴스


서울시의 공식 입장과 현 상황


지난 1월 16일 박원순 서울시장(이하 박 시장)은 “을지로의 일대 노포와 공구상 거리 및 청계천 일대를 전통을 살리는 방향으로 재설계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문화와 예술, 역사와 전통을 도외시했던 개발에 반성이 필요하다는 성찰이 담긴 발언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재개발을 추진하는 건설사와 일대 토지주들의 반발이 거세다. 서울시의 인가를 받아 지난 몇 년간 재개발 사업을 추진해왔고 토지주 80% 이상의 동의를 얻어 사업을 법에 알맞게 진행해왔는데 상황이 하루아침에 뒤바뀌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2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 입장을 밝혔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 실장(이하 강 실장)은 “철거된 지역은 계획대로 추진될 계획이며 재개발사업 전부를 중단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강 실장은 “세운 재정비촉진지구 정비 사업 계획이 수립된 2014년 이후부터 산업생태계와 생활 유산 등에 관한 인식과 사회흐름의 변화를 인식해야 한다”라며 “세운상가 지역은 노포들도 많고 안전이 우려되는 지역도 있지만, 을지로 노가리 골목이 생활유산으로 지정된 것처럼 과거에 인지하지 못했던 급변에 발맞추기 위해서 많은 의견을 듣고 계획을 재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날이 거세지는 재개발 주체들의 반발에 대해서 강 실장은 이들이 공사 지연 등으로 인해 늘어난 금융비용 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서울시는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서 어디까지나 행정적으로 조치하겠다는 입장이었고, 재개발 강행으로 인한 노포 철거 사태는 반드시 막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듯 했다.

그러나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을지로 및 청계천 일대에서 고요함은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시가 공공시설과 노점 등을 예술가 창작 및 거주 공간으로 조성하는 중구 르네상스 프로젝트(이하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선포한지 약 1년이 지난 오늘, 서울시가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재검토하겠다는 발언을 하자마자 일부 을지로 토지주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지주 약 420명이 서울시에 제출한 탄원서에는 “서울시의 정책 혼선으로 10년이 넘도록 사업 진척이 없어 지주 모두 어려움을 겪어왔다” 라며 “도시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30여 년 동안 건물 증・개축도 하지 못했고, 토지 담보대출 등 비용 문제로 고통을 받은 땅 주인 가운데 수십명은 땅이 경매에 넘어갔다”고 전하고 있다.주1

서울시에 따르면, 관리처분이나 사업시행 인가는 현행법 상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철거가 진행 중인 구역은 현실적으로 보상이 완료되어 취소가 어렵고 전례도 드물다.주2 그리하여 재개발이 원천 중단되지 않은채 관리처분인가가 끝나 철거작업이 진행되는 세운3-1,3-4,3-5 구역은 계획대로 재개발이 진행 중이며, 이에 대해서도 일대 상인과 예술가의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상인과 예술가 50여 명으로 이루어진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이하 보존연대)는 서울시의 의사소통방식에도 불만이다. 이들은 “세운 3-1.3-4.3-5 구역을 철거할 때 세입자와 시행사가 구성해야 할 사전협의체도 운영하지 않았으며, 주거용도 비율 확대와 독립운동가의 주택 등 문화재 보호 또한 살폈는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또한 상인들이 원하는 것은  전면 보존이며 타일, 엔진, 재단, 금속 등 각 분야 기술자의 공생관계가 파괴된다면 이들은 더 이상 생계를 이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속 타는 예술가들과 보존연대


범을지로여성연대에서 활동하는 드랙킹 퍼포머 아장맨에 따르면, “영국에선 예술가들이 장인을 고용하여 학생들을 교육하거나, 기술 팁을 전수할 수 있게 할 정도로 장인의 능력을 높게 산다. 또한 장인의 기술은 굉장히 비밀스러워서, 계약서를 써도 핵심기술을 제외한 기술만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을지로에서는 예술가가 장인과 함께 작업하며 어깨 너머로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이런 공간은 정말 보기 드물다. 지금 이 공간이 사라지면 장인들이 본인의 기술을 어떻게, 어디서 전수해야 할지 모르고 예술가들은 그것을 배우지 못하는, 서로의 행방을 알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 되어버리는 거다”주3라며 을지로 재개발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했다.




박원순 개인전》 (3/8~3/24)


예술계 학생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이뿐 만이 아니다. 박 시장의 재개발 방식에 문제의식을 느낀 예술가들로 구성된 ‘서울-사람’이라는 프로젝트 팀이 주최한 《박원순 개인전》이 화제다.

《박원순 개인전》은 2019년 3월 8일부터 24일까지 을지로 상업화랑에서 열리는 전시로, 참여 작가들은 박 시장 임기 동안 진행한 도시재생 사업 및 재개발 사업의 문제들을 토대로 박 시장의 전시 행정과 예술관 등을 조명할 예정이다. 물론 을지로 재개발 사업이 이 중 대표적일 것이며 재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보여준 의사결정 방식 등을 비판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재학생 인터뷰


예술대 학생들이 을지로 재개발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고자 우리학교 재학생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디자인과 김OO : 을지로 없이 한국의 어떤 메이커와 연구자, 예술가들이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겠는가. 문화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중구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과연 예술가들을 위한 프로젝트인지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주상복합단지가 세워진다고 해도 자신과 몇 년을 함께해온 각 분야 장인들이 떠나간다면 예술인들이 재방문할 의사가 있을지 의문이다.

디자인과 정OO : 부산의 보수동 책방골목을 방문한 적이 있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무엇보다 잘 보존되어 있었고 본래의 책 판매 기능 또한 유지하면서 부산의 유명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좋은 선례를 이어받아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재개발 이외에도 상부상조하는 방법이 분명 있을 것이다.

디자인과 김OO : 서울시가 도시정비사업과 재생사업이 결합한 새로운 사업모델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사를 봤다. 성공 여부는 미지수지만 전면 재개발보다 나을 것이라 생각된다.

디자인과 강OO : 《거리의 만찬》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이 있다. 지금의 을지로는 젊은이들의 숨겨진 “힙 플레이스”로 알려진 듯하지만 원래 기술직 노동자들이 오랜 세월 동안 터를 닦은 곳이다. 유명해진 을지로 단골집에 젊은 손님이 늘어나니 작업복을 입고 식사하기 꺼려진다는 장인의 쓸쓸한 말 한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그뿐만 아니라 이름만 좋게 내건듯한 재생 사업이 일대 장인들의 삶의 재생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재고해봐야 한다.




그러나 철거는 계속 진행 중


을지로는 깊은 역사를 토대로 문화를 새로 쓰는 복합공간이다. 기술과 예술, 노년층과 청년층이 어우러져 나날이 신화를 빚는 곳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은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문화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선보이는 주상복합건물이 과연 르네상스를 이룩할 것인지 문화 발전을 파괴하는 것인지는 반드시 재논의해야한다.

을지로는 재개발이 몇 십년 간 논의된 만큼 낙후된 공간이었기 때문에 가난한 청년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다. 상가와 건물은 세련되지 않았지만 장인들의 기술력을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었고, 오랜 세월이 낳은 지식과 경험으로 청년들의 새 창조를 이끌었다.

을지로는 단순히 “힙하고”, 사진 찍기 좋은 거리가 아니다. 을지로는 한국 예술과 문화, 역사, 산업 부흥에 있어 젖줄과 다름없는 곳이다. 서울시는 하루빨리 바람직한 대책을 마련해 시민들의 근심을 거두고 을지로의 명맥을 이을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김지연 기자

delay516@gmail.com



각주

주1: 『불확실한 세운상가 재개발… 3구역 보류에도 4구역 분양 ‘형평성 논란』, 정진수, 동아닷컴, 2019.2.26

주2: 『다시 세운 갈등…”결국엔 재개발” vs “화장실도 없는 건물엔 못살아』, 김민정, 조선비즈, 2019.1.23주3: 『을지로 재개발 현장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듣다』, 미디어일다, 2019.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