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019년 3월 5일

더 넓은 사회로 한걸음

미술원 조형예술과 김수민


서울예고에서 아나운서까지-



작년 10월, 1800:1이라는 극악의 경쟁률을 뚫고 SBS 최연소 아나운서로 입사하여 이른 사회생활을 시작한 학생이 있다. 서울예고를 졸업해 미술원 조형 예술과에 재학 중인 김수민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같은 길을 꿈꾸며 달려가고 있을 다른 학우들에게 힘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학생이 아닌 직장인으로서의 생각과 조언을 나누고자 한다.



최연소 아나운서인 만큼 또래 친구들보다 먼저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힘든 점은 없나?

이른 나이에 일을 시작해서 생기는 고충보다는, 뭐든 ‘처음’이라는 데서 오는 부담감이 더 컸다. 경력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덜컥 합격했기 때문에 방송국도, 방송도 모두 생소했다. 사회에서 맺는 첫 인간관계에 대한 두려움과 어려움이 있지만, 그 안에서도 나만의 순수함을 잃지 않고 생활하려고 노력한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의 일화나 배움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조형예술과는 소수 인원의 학생들이 한 반을 구성해 교수님과 1:1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학생 한명 한명을 세심히 봐주시기 때문에 집요하게 과제에 매달려야만 한다. 물론 그 양도 엄청나지만, ‘내가 진정 어떤 주제를 담아 작품을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 필수적이다.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생각하다 보면 내 사고가 확장되는 느낌이 든다. 매 순간 발가벗은 기분으로 정직하게 성찰하는 시간을 거쳤다. 괴로운 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



직접 디자인한 세월호 추모 스티커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해 유가족에게 기부했다고 들었다. 사회 전반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이러한 성향이 진로 선택에 영향을 미쳤나?

원체 남 일에 관심이 많은 성격이기도 하지만, 막 스무 살이 되어 읽었던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이라는 책이 삶을 바꿔놓았다. 작가는 사진을 통해 전쟁의 비참함을 고발하지만,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미디어에 결국 사람들은 익숙해지고 무뎌진다. 아무리 충격적인 사진도 순간 각성을 위한 도구로써 쓰일 뿐, 각자 앞에 놓인 생에 안주하고 이내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때부터 사람들이 타인의 고통에 개입할 능력을 서서히 잃어버리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게 되면서 ‘나는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감수성을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까지 미술을 전공했던 것으로 안다. 아나운서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수험생 때는 다른 종합 대학에 합격했어도 굳이 한예종을 고집할 만큼 미술에 대한 애착이 컸다. 작가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 생활을 하면서 개념 미술 사조를 기반으로 한 전공 공부가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전압이 다른 콘센트와 플러그가 만난 것 같은 느낌? 그래서 ‘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동시에, 나에게도 사회에도 가치있는 일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자주 했다. 그러다가 문득, ‘너는 말을 조리있게 잘하니까, 기자를 해보면 어떨까?’라고 조언해 주셨던 고등학교 선생님이 떠올랐다. 순간 아직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무엇이든 될 수 있을 때 도전해 보자는 결심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은 대학교 2학년 여름 방학, 무작정 학원을 등록해 아나운서로의 첫 발을 내딛었다.



작년과 비교해서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작년엔 정말 힘들었다. 학업과 취업 준비를 병행하며, 가끔은 감당할 수 없는 일정에 마음이 울컥하여 엉엉 울기도 했다. 올해는 결정된 것들이 많다. 기대했던 것만큼의 안정감은 없지만, 내 삶에 더 큰 책임감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이 감사하다.



아직 졸업을 하지 않은 걸로 아는데, 수업을 비롯한 졸업 작품들은 어떻게 할 계획인가?

지금 ‘생생지구촌’이라는 새벽 방송을 맡아 새벽 5시에 출근해 오후 2시에 퇴근하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이번에 복학하는데, 일부러 오후 4시 이후에 시작되는 수업들만 수강 신청을 했다. 방송이 주업이기는 하지만, 미술은 여전히 내게 뗄 수 없는 친구 같다. 졸업 작품에 대한 생각은 해본 적 없는데, 최근 독서 모임에서 읽게 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라는 책을 감명 깊게 봐서 그를 중심으로 더 고민해 보고 싶다. 며칠 전 수강 신청한 독립 연구라는 수업에서 한 학기 동안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

내 자신을 지키고 싶다. 직업이 나를 설명하는 전부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같은 꿈을 향해 준비하는 동문들에게 조언해 주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요즘엔 직접 겪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 세상에 참 많다는 생각을 한다. 나의 아나운서 준비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수십 번 듣는 것보다 직접 배우고 경험하는 것이 훨씬 더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비단 경험 뿐 아니라 생각도 그렇다. 가치관을 정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러 상황에 열린 마음을 갖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다양한 경험이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내실을 더 해준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내실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정세미 기자

semsempur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