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018년 12월 10일

예술가를 꿈꾸며
영상원 영화과 김덕근

단편영화 <민혁이 동생 승혁이> 홍콩침례대학 주관 국제 대학 영화제서 수상

“일상에서 만나는 이야기, 관객이 고개를 끄덕이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우리는 예술로 달려간다. 제 발에 걸리고, 다른 길로 새고, 끝도 모른 채 가고 있다. 길은 끝이 정해져 있지 않다. 길은 만드는 것이다. 이번 학기 우리신문은 예술가를 꿈꾸며 자신의 길을 찾는 이들을 만나려 한다. 길 위에서 나눈 몇 마디가 당신의 걸음에도 힘이 되길 바라면서.

본인을 소개해주세요.

영화과 예술사 14학번 김덕근입니다. 연출과 시나리오를 공부하고 있어요.

영화는 어떻게 공부하게 되었나요?

수능을 망쳤습니다. 청소년기부터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을 한 번쯤 상상하긴 했지만 거기까지였어요. 막상 수능을 망치니까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스무 살 때 영화를 배우러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우리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제가 다른 공부를 했더라면 영화를 사랑하는 씨네필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수능을 잘 치러서 목표했던 학교에 들어갔다면, 거기에 적응해서 잘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평소 좋아하는 영화가 궁금해요.

제가 주로 만드는 영화와 비슷합니다. 저는 일상에서 만나는 이야기를 좋아해요. 평범한 인물의 감정에 공감하고, 인간이라면 그럴 수 있다고 설득하는 영화가 재미있어요. 최근에는 자비에 돌란 감독의 <마미>에 주목했어요. <마미>는 엄마와 자기분열증을 앓는 아들의 이야기예요. 저와 영화를 같이 본 친구들은 실험적인 화면비율에 집중했는데요, 저는 화면비율보다는 망가진 엄마와 꼴통 아들의 이야기에 몰입했어요. 일상에서 찾은 소재로 이렇게까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자비에 돌란 감독은 천재라고 생각했어요. 베넷 밀러 감독의 <머니볼>도 비슷한 맥락에서 재미있게 봤어요.

최근 홍콩침례대학 주관 국제대학영화제에서 최고단편상을 수상했습니다. 작품을 소개해주세요.

영화 제목은 <민혁이 동생 승혁이>입니다. 19분짜리 단편영화이고요. 시나리오 작업은 재작년부터 시작했는데, 작년 봄 학교 내러티브 워크숍 과정에서 촬영하여 겨울에 완성했습니다.

유년을 다룬 작품인데, 이야기는 어디에서 시작했나요?

<민혁이 동생 승혁이> 촬영 때부터 최근까지, 유년을 다룬 영화는 많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특별한 장르를 시도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단편영화 감독이 왜 유년을 다루는지 생각해보면, 20·30대의 이야기는 대게 유년에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왜 이런 사람이 되었나 생각하려면 결국 성장 경험을 돌이켜 보잖아요.

제 이야기를 그대로 담은 건 아닙니다. 다만 저도 형이 있고, 부모님의 부부싸움을 보고 자랐어요. 부부싸움은 어린 자녀에게 상처를 주죠. 저와 형은 방문에 귀 기울이고, 몇 가지 단어를 통해 방안에서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짐작했어요. 다시는 보지 않을 것처럼 싸우잖아요. 그 공포는 저를 도리어 어른스럽게 만들었어요.

형과 자주 했던 놀이가 있습니다. 서로 이마를 맞대고 머리를 부딪치는 놀이였어요. 저는 형보다 덩치가 작아서 깡으로 버텼어요. 그 놀이가 부부싸움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겨봐야 상처만 남는 싸움이라는 딜레마가 있죠. 부모님의 다툼에서 간접적 폭력을 겪은 아이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유년을 어떻게 그릴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네요.

지금 떠올리는 그때는 이미 어른의 시선에서 과거의 나를 보는 거예요. 그런 시선이 진실한 이야기인지 고민했어요. 저보다 앞서 고민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혹은 윤가은 감독의 단편 아역 영화를 주목했어요. 아역의 연기보다는 행동이 얼마나 진실한지 지켜봤어요. 아이의 선택인지, 어른의 선택인지.

일상적인 이야기에 주목하네요.

저는 앞으로도 일상적인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은데, 해석해야 하는 이야기를 만드는 건 지양하고 싶어요. 지나가던 사람이 보더라도 지루하지 않을만한 이야기를 만드는 공부를 하려고요. 이야기가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편이면 20분, 장편이면 두 시간 동안 어떤 이야기를 듣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독립영화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따라가는 이야기라 여기는 것 같아요. 저는 편견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영화가 차갑다는 평이 있어요. 영화 결말에서 주인공은 망가지고, 그 망가진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게 되죠. 저는 벌여놓은 갈등을 원만하게 끝내기보다, 제가 만든 인물이 그 결정을 할 수 있을지를 우선으로 생각해요. 그래서 어떤 관객이 봤을 때 차가운 선택을 하는 것 같아요. 해피엔딩을 보면 ‘현실적으로 말이 되나?’ 싶거든요. 하지만 이 영화의 결말은 제가 만들어 놓은 세계관에서 그 인물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선택이라고 생각해서 베드엔딩이라 여기지 않아요.

영화 제작은 어떻게 진행했나요?

저는 사실 현장에서 새로움을 찾는 게 불안해요. 임기응변에 능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최선을 다해 사전제작에 임했어요. 시나리오를 고치면서 ‘이런 상황에 부닥친 아이가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너무 어른스럽거나 인위적이진 않을까’ 고민했어요. 현장에서 배우가 자유로울 수 있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에요. 제가 만들어놓은 배역을 배우가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을지 계속 점검하는 데 최선을 다했어요.

아역 영화는 캐스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촬영 두 달 전부터 캐스팅을 시작했어요. 저는 제가 풋풋하지 않고 거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웃음) 아이들이 저를 겁내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아역배우 부모님께 촬영 전 아역배우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나 윤가은 감독이 이미 하는 방법이에요. 다만 거장을 따라 한다기보다, 아역과 시간을 많이 보내며 친해지는 게 정공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호(민혁 역)와 준우(승혁 역)를 만나 장난감 가게도 가고, 떡볶이도 먹고, 피시방도 갔어요. 저를 친근하게 느끼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연기할 때는 조금 장난기 없이 했지만요.

홍콩침례대학 주관 국제 대학 영화제는 어떤 영화제인가요?

영화제의 정확한 명칭은 Global University Films Award로, 전 세계 영화학교의 출품작으로 구성된 영화제입니다. 제가 이 영화제를 평소에 알고 있어서 출품을 준비한건 아니에요. 제 영화가 가능한 많은 관객을 만났으면 하는 마음에 출품했습니다.

<민혁이 동생 승혁이>가 받은 상은 최고단편상과 여우주연상인데요, 사실 여우주연상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상입니다. 아역 두 명이 이끌어 가는 영화라서, 부모 역은 아이들의 연기를 받쳐주는 데 그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영선 선배(엄마 역)와 조강연 선배(아빠 역)에게도 사전에 부탁드렸고요. 김영선 선배님은 아역을 받쳐주는 것 이상으로, 하나의 인물을 연기해주셔서 이런 상을 받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물론 아빠를 연기한 조강연 선배님 또한 좋은 연기를 보여주셨는데, 제가 본의아니게 편집과정에서 분량을 많이 줄인 것 같아 죄송할 따름입니다.

최고단편상은 내심 기대했었어요. 하지만 다른 출품작을 보면 볼수록 기대를 접었기도 해요. 제 취향이 아닌 작품도 있었지만, 몇몇 작품은 제가 차마 시도하지 못한 부분을 그려낸 영화였기 때문이에요.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영화제에 동행한 주완수 영상원장님과 김양일 교수님이 축하해주신 점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아무래도 학교의 이름을 달고 나간 영화제이다 보니, 선생님들께 좋은 소식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후 부모님과 여자친구도 같이 기뻐하며 축하해주셨어요.

앞으로 계획이 궁금해요.

얼마 전 다음 단편영화 촬영을 마치고 편집하고 있어요. 전작과 비슷한 느낌이에요. 시골에서 태어나 상경한 50대 여성이 가정을 잃고 고향에 돌아가 겪는 이야기에요. 주인공은 생계를 위해 곱창 공장에 취직해요. 곤란에 빠진 주인공이 망가진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는 과정이 차갑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망가졌다 한들 가치 없는 인간은 아니잖아요. <민혁이 동생 승혁이> 촬영에 함께 했던 촬영감독, 조연출, 연출부와 작업했기 때문에 더욱 특별한 영화가 될 것 같아요. 이 영화를 마무리하면 장편 시나리오를 써보지 않을까 싶어요.

최민기 기자

choiminki199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