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학술·비평
2018년 11월 29일

Neil Young,

1972년과 1973년은 캐나다 뮤지션 닐 영에게 기쁨의 시기였어야 했다. 1972년 발표한 <Harvest>의 성공은 그 누구라도 부러워할 만한 사건이었다. 비타협적인 섬세함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누구라도 반길만한 멜로디로 무장한 이 컨트리 록 앨범은 사이키델릭 록이 지나간 자리를 채우는 일등 공신 중 하나였다. 영은 이 앨범을 통해 1970년대 컨트리 록 붐에 동참했다. 베트남전은 끝났고 사람들은 사이키델릭 록의 전투적인 환각에 넌더리를 내며 과거의 음악에 매혹되었다. 하지만 영은 이런 성공을 혐오했다. 영 자신이 밝히길 갑자기 길 한가운데 선 기분이었다고 한다. 영이 말한 길이 어떤 길을 지칭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적한 길이 아닌 고속도로라는 건 확실했다. 영이 보기엔 미국에서 성공하기란 모두가 풍요의 고속도로로 질주하며 반쯤 미친 상태로 살아가는 것과 다름없었다. 여기에 여러 개인적 악재가 겹쳤다. 세상과 영의 불화는 다음 해인 1974년 <On the Beach>와 1975년 <Tonight’s the Night>로 폭발했고 한동안 영은 헤어나올 수 없는 우울의 늪에 빠진다.

 

1973년 상반기 <Harvest> 순회공연을 녹음해 (단 ‘Love in Mind’는 1971년에 녹음했다) 10월에 발매한 라이브 앨범 <Time Fades Away>는 그 점에서 성공과 침체 사이의 기간에 영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다. 1973년 <Harvest> 순회공연은 앨범과 달리 재앙으로 막을 내렸다. 당시 닐 영은 그 유명한 백밴드 크레이지 호스하고 공연을 돌지 않았다. 대신 내슈빌과 로스앤젤레스 출신 세션 음악가들을 기용해 스트레이 게이터즈The Stray Gators를 결성했다. 하지만 기껏 결성한 스트레이 게이터즈는 불화 끝에 대실패로 끝났다. 그리고 그 유명한 기타리스트 대니 휘튼의 죽음이 공연 직전에 일어났다. 자연히 공연이 제대로 될 리가 만무했다. 영 자신 역시 성공에 대한 혐오와 목 염증, 불안정한 연주 실력으로 이 혼돈을 가속했다. 요컨대 <Time Fades Away>는 혼돈과 파열의 기록이다. <Harvest>의 성공을 지속시킬 라이브를 기대했던 음반사에는 난감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닐 영은 <Time Fades Away>를 만들면서 자신에게 일어난 재앙을 다큐멘터리적 어법을 빌려 극복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영은 초기 시절 편집 앨범인 <Decade> 해설지에서 <Time Fades Away>를 소개하면서 오디오 베리테Audio verite 앨범이라고 설명했다. 이 용어는 명백히 시네마 베리테Cinema verite의 변용이다. 시네마 베리테란 무엇인가? 사건을 단순히 기록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건에 동참해 현실의 표면에 숨어있는 감정과 진실을 포착하고자 했던 다큐멘터리 조류다. 이 와중에 카메라는 기록 이상으로 참여하는 기계 주체로 강조된다. 닐 영이 영화에 대한 지식이 상당하다는 점은 몇몇 활동을 통해 알려져 있다. 영은 1973년 4월, 이 앨범 수록곡에서 제목을 빌린 <Journey Through the Past>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어 공개한 바 있으며, 먼 훗날 짐 자머시의 <데드맨> 사운드트랙을 녹음하기도 했다. 요컨대 닐 영은 투어 당시 느끼고 있던 혼란한 심정과 좌절감을 드러내기 위해, 시네마 베리테의 화법을 차용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자신이 ‘참여’하는 무대에 배치된 마이크와 오디오 믹서라는 기계 장치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현실의 공기를 드러내고 기록하려고 한다. 그 점에서 <Time Fades Away>는 상술한 <Journey Through the Past>의 단짝이기도 하다.

 

<Harvest> 라이브 앨범이라는 설명을 듣고 이 앨범 수록곡을 보면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Time Fades Away>는 라이브 앨범이지만, 기존 곡의 라이브가 없다. 수록곡들 전부 새로 만들어진 곡이다. 영은 신기할 정도로, 지금까지의 성공을 없던 거로 치부한다. 대신 그는 관객들이 낯설게 느낄 신곡들을 무대 위에서 위태롭게 연주한다. 그리고 이 기록된 녹음들을 정규앨범처럼 엮어서 만들었다. 곡들 역시 <Harvest>하고는 거리가 먼 축축하고 우울한 정서의 발라드와 날카로우면서도 흐느적거리는 일렉트로닉 록이 중심이다. 발라드 파트 (‘Journey Through the Past’, ‘Love in Mind’, ‘The Bridge’)에서 영은 피아노와 하모니카만 동원한 최소한의 구성으로, 사랑에 대한 갈구와 고독을 탐구한다. 전반적으로 이 곡들은 <After the Gold Rush>의 ‘After the Gold Rush’ (수록곡 ‘Journey Through the Past’는 이 곡하고 코드 진행이 유사하다), ‘Only Love Can Break Your Heart’의 연장선에 있지만, 구조와 악기 배치는 편곡이 훨씬 앙상해졌으며 감수성도 훨씬 정적이고 연약하다. 그 점에서 이 곡들은 후일 녹음한 <Tonight’s the Night>의 ‘Borrowed Tune’과 ‘New Mama’에서 보였던 고통스러울 정도로 정적이고 내밀한 순간들의 예고편이기도 하다.

 

이 사랑을 둘러싸고 있는 “고통의 거리엔 실망감이 숨어있다” 일렉트로닉 록 파트 (‘Time Fades Away’, ‘Yonder Stands the Sinner’, ‘Don’t Be Denied’, ‘L.A.’ ‘Last Dance’)는, 흐느적거리다가도 갑자기 날카롭게 파고드는 전자 기타를 무기로 세상사에 환멸을 드러낸다. 처량한 슬라이드 기타와 피아노를 배경 삼아 묵시록이 펼쳐지는 ‘L.A.’와 자전적인 ‘Don’t Be Denied’는 <On the Beach>의 전조이며, 일종의 실험이라는 멘트로 시작하는 ‘Yonder Stands the Sinner’은 이 앨범에서도 보기 드문 순간을 보여준다. 투어 후반부에 녹음된 이 곡에서 영은 삑사리와 횡설수설을 숨기지 않으면서 블루 아이드 소울와 블루스, 가스펠 곡조가 뒤섞인 파열의 로큰롤을 선보이고 있다. 어설프게 보이다가도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움으로 치고 들어오는 이 곡은 영미권 인디 록의 개척자들이 왜 닐 영을 숭배하는지 보여준다. 영의 무법자적 거침없음과 날카로움은 ‘Last Dance’로 마무리된다. 이 곡에서 영은 반복되는 일상의 무게를 노래하면서, 공연이 전해주는 한시적인 쾌락과 덧없음을 전한다. 이 앨범의 커버 사진이 공연이 끝나고 열광하는 관객들과 반대로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닐 영이라는 점은 그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이후 이어진 걸작들의 혼란스럽고 훌륭한 전주곡임에도 <Time Fades Away>는 제목처럼 시간 속으로 사라졌던 앨범이다. 영은 힘든 순간이 떠오른다며 완성된 이 앨범을 싫어했다. <Time Fades Away>는 악명높았던 <On the Beach>보다도 훨씬 뒤늦은 2014년에 재발매되었다. 하지만 영은 동시에 오디오 베리테적 시도를 멈추지 않았고, <Tonight’s the Night>의 ‘Come on Baby Let’s Go Downtown’을 거쳐, 또 다른 오디오 베리테 걸작인 <Rust Never Sleeps>를 만들었다. 그 사이 오랫동안 묻혀있던 <Time Fades Away>는 서서히 입소문을 타고 무허가 음원으로 널리 퍼졌으며, R.E.M.은 <New Adventures in Hi-Fi>를 만들면서 이 앨범을 참고했다. 그리고 먼 훗날 영 역시 이 앨범이 혼돈과 파열의 순간이면서 동시에, 영원히 남을 폭발 직전의 기록이라는 걸 인정했다. “모든 것의 최초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불꽃놀이가 있었습니다. 그 후에 폭발이 있었고, 그 후에는 하늘이 연기로 가득 찼습니다.” 프랑스 물리학자 조르주 르메트르는 빅뱅을 이렇게 설명했다. <Time Fades Away>는 닐 영의 우주에서 일어났던 빅뱅 직전 급팽창의 순간을 포착한 앨범이다.

 

이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