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018년 11월 15일

그들이 사는 세상
글쓰기란 수행 방식

우리는 졸업생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우리가 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현재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또 예술가를 꿈꾸었던 지난 학창시절을 어떻게 추억할까. 이번 304호 신문에서는 소설가 김봉곤 씨를 만나보았다. 김봉곤 씨는 우리학교 예술사 영상원 영화과와 전문사 연극원 서사창작과를 졸업했으며,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AUTO]로 등단했다. 김 씨는 또한 문학동네 국내 문학 3팀 편집자이기도 하다. 삶을 문학으로 녹여내는 소설가의 일과 그 소중한 글이 독자에게 닿도록 단행본으로 엮어내는 편집자의 일은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까. 김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몇 년간 같이 습작을 해온 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가 예술이랍시고 하는 거, 그거 면봉이나 이쑤시개 만드는 것보다 세상에 하등 쓸모없는 일일지도 몰라.”

그 친구도 나도 안다. [중략] 영화를 보고 만들고, 글을 쓰는 행위가 이제는 삶을 살아가는 한 수행 방식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아주 저렴한 비용에 행복해질 방법을 아는 사람들일지도.(‘auto’208p)

 

 소설 auto로 등단하셨어요. auto 집필 당시 김봉곤 작가는 습작생이었는데, 소설 속에 신춘문예를 준비하는 등단 작가의 심리 묘사가 있습니다. 등단 3년 차인 지금의 김봉곤 작가는 auto 속 ‘나’의 마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지금은 Auto를 썼을 때와 여러모로 상황이 달라진 것 같아요. 그때는 제가 소비자이자 창작자, 이 두 가지 성격의 자아를 가지고 있었다면, 현재에는 창작자의 자아의 비중이 훨씬 늘어났어요. 지금 Auto를 보고 있으면, ‘그랬던 시절이 있었지라는 생각과 동시에 그때가 좋았구나’ 하게 돼요. 창작에 집중하다 보니 문학 또는 문화를 흡수하고 소비할 시간이 많이 부족해요. 그때 조금 더 공부해둘걸 하는 후회도 있고요. 하지만 그때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드는 행위가 수행 방식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Q. 소설집 ‘여름, 스피드’를 펼쳤을 때 친숙한 고유명사가 가득해 조금 당황했습니다. 예를 들면, 서사창작과와 한예종이 그랬어요. 이점에서 ‘전적으로 나에 기대어, 나를 재료 삼아 쓰는 글쓰기, 나를 모르는 사람은 배려하지 않는 배타성, 그 배타적임으로 생기는 내밀함을 나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226페이지)’ 소설 auto에 등장하는 이 진술이 이 책의 다른 소설에도 해당한다고 생각돼요. 그런데 혹시 이런 배타성으로 인해 독자가 소설을 외면하지 않을까 고민한 적은 없었나요.

고유 명사를 흐릿하게 표현하는 것이 저를 전면적으로 드러내는 제 글쓰기 방식과 톤이 안 맞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구체적인 명사나 장소를 소설 속에 그대로 기입하는 것에 부담이 없고도 했고요. 그래도 ‘어떤 이야기’들은 독서를 방해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명사를 지울 수도 있다는 데 동의해요. 소설의 톤을 유지하기 위해 정보를 지우는 경우도 있고요. 하지만 평소의 제가 쓰는 방식으로 쓴다면, 구체적인 명사 고유 명사들을 써 주는 것이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지금도 그렇게 쓰고 있습니다.

Q.

실제로 그와 내가 주고받던 대화는 진부하기 짝이 없어서 묘사하고 싶지 않다(‘auto’, 188페이지)

 

계속 사랑 이야기를 써 오셨죠. 사랑 이야기는 흔하기도 해서 이야기가 진부하게 흐를 수도 있겠어요. 작가님께서는 책에 나오는 위 내용처럼 사랑하는 두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를 소설에 등장시키지 않는 방법을 택하셨어요. 이 이외에 진부함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인용한 부분에서 말씀하신 대화는 진부하기 짝이 없어서 묘사하고 싶지 않기도 했지만, 장면을 다시 쓰면서 그 시간을 복기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있었어요. 그것은 좀 아픈 기억이잖아요. 저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최근에는 그 진부한 사랑의 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소설을 쓰고 있어요. Auto는 제 농도가 가장 순수하게 많이 들어간 작품이었죠. 실제로 벌어진 일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써야 했고, 더 나아가 어떤 구조까지 보여야 하는 글쓰기여야 했어요. 오토픽션이었기 때문에 묘사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까지 적었던 것 같아요. 만약 일반적인 소설이었다면 그냥 생략해버렸겠죠.

그리고 이밖에 글쓰기 전략 같은 것이 있다면, 환상과 실재를 직조하는 글쓰기 방법을 쓰고 있는 편이예요. 독자들이 이야기를 진짜 작가의 것으로 어떨 때는 소설로 느끼게끔 포지션을 취하면서 독자들이 궁금증이 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게 진짜 작가의 이야기일까 아니면 지어낸 부분일까. 생각해보면서 소설을 읽게끔 하는 식으로 소설을 쓰는 것이 제 서사 전략인 것 같아요.

Q. <여름, 스피드> 단편들 속에서 사랑하는 연인과 친구로 남는 ‘나’들이 등장합니다. 특히, <여름, 스피드>에서 ‘나’는 영우에게 직접 ‘왜 지난 남자들이 ‘나’한테 친구가 되어달라는지 알려 달라’고 질문하기도 했죠. 작가님께선 글을 쓸 때 ‘나의 농도’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신다고 들었어요. 절실하게 이 질문을 던지는 ‘나’는 몇 퍼센트의 작가님인지 궁금합니다.

순도 백 퍼센트의 저입니다. 실제로 제가 그 질문을 한 적은 없는데요. 제가 자주 품어온 의문이고 순도 백퍼센트의 제 질문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Q. 소설을 쓴 이후 작가님 본인에게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도 궁금해요.

저한테 생기는 변화야 시시각각 일어나기 때문에 다 설명해 드리기 어려울 것 같아요. 소설 속에 등장했던 인물들과의 변화를 좀 말씀드리면, 여름, 스피드의 ‘영우’의 모델이 되었던 친구는 책이 나오자 제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끊었더라고요. (웃음) 페이스북 친구 신청할 땐 언제고! 그리고 오토와 컬리지 포크에 등장했던 형섭 같은 경우에는 지금도 친구로 잘 지내고 있어요. 얼마 전 그 친구를 또 제 소설에 등장시키고 말았고 “너에 대해 쓰고 있다” 며 이실직고를 했는데요. 그 말을 들은 친구가 이제는 출연료를 내놓으라는 말을 하는 정도의 관계가 되었지요.

그렇게 사람 관계가 변하고 있고 이어지기도 하고 그러는 중입니다.

Q. 예술사 영상원 영화과 졸업 후 전문사 연극원 서사창작과에 진학하셨어요. 영화과 졸업 학년에 문학을 하겠다는 결정을 하였다면, 졸업 작품에 영화와 관련된 마지막 작업이라는 의미가 부여되었을 것 같아요. 당시에 어떤 생각과 고민을 하였나요.

그때 당시에는 완전히 문학에 빠져버렸기 때문에 영화를 그만둔다는 아쉬움은 없었고요. 졸업작품을 찍을 당시는 오토에 나오는 주인공과 한창 연애를 시작할 무렵이었기 때문에 연애하느라 정신없었죠. 하지만 조금의 아쉬움이 있었다고 한다면 영화 쪽의 기술을 배우면 조금이라도 일자리를 구하기 쉽잖아요. 딱 그 정도의 아쉬움만 있어요. 그때는 제가 완전히 글쓰기나 예술에 투신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문학을 선택한 것에 후회나 아쉬움은 없었어요. 큰 뜻이 없었고 일단 졸업을 하는 것에 방점을 찍어 두었죠. 제가 연출을 전공한 이유도 그것이 가장 졸업하기 쉬운 전공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기술 전공 같은 경우에는 두 편에서 세 편 작업을 해야 하는데, 연출은 영화를 한 편만 찍으면 되거든요.

Q. 편집자 업무와 소설가로서의 집필 활동을 어떻게 병행하고 있는지 들려주세요.

저는 편집자적 자아와 소설가적 자아를 분리해 놓는 편인데요. 어느 분야든 안 그렇겠냐마는 편집자의 일도 잘해야 하고 소설도 잘 써야 하는데 그러면 조금 분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지금은 깨지긴 했지만 평일에는 직장인의 마음으로 일하고 쉬고, 주말에만 소설을 몰아 쓰는 편이에요. 저 같은 경우에는 글 쓰는 시간과 일하는 시간을 스위치 전환하려는 편인데요. 시간이 정말로 모자라요. 그래서 집중해서 한 번에 많이 쓰는 편이고. 주말에 소설 쓸 때는 밥도 잘 안 먹어요. 하루 한 끼 정도 먹고 쭉 내리 달아서 쓰는 편이에요. 퇴고도 사실 잘 안 해요. 쓰고 난 뒤에 구성을 바꾼다거나 엎는다거나 그런 짓은 절대 하지 않아요.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그러는 편입니다.

Q. 편집자가 되는 과정은 어떠한가요?

저 같은 경우는 SBI라고 서울출판문화학교라고 있어요. 그곳 시험에 합격했고, 같은 시기에 문학동네에서 면접을 한 번 보러 오지 않겠느냐는 제안이 들어왔어요. 둘 다 합격을 했고 조금이라도 빨리 실무를 하자는 생각에 입사를 결정했습니다.

Q. 작가 중에 출판사의 편집자로 근로하고 있는 사람이 많은가요?

많은 편이고요. 시인들이 훨씬 많긴 해요. 소설가 같은 경우에는 같이 일하고 있는 정영수, 김세희, 박선우 소설가가 편집자로 일하거나 일했었고요. 전부 다 전문사 서사창작과 출신이에요. 편집자로 일하다가 전문사로 들어온 선배들도 있어요. 이렇듯 자연스럽게 서사창작과 전문사 사이에는 편집자로 일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있어요.

Q. 편집자로서 어떤 바람이 있다면?

제가 우스갯소리로 말은 문학동네 대표가 된다는 거예요. (웃음) 최근에 제 책이 나오고 나서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는데요. 책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 정말 고마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제까지 만들어 주기만 했을 때는 몰랐던 것을 제 책이 생기고 나니까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말하자면 저도 책을 만들어 줌으로써 누군가에게 고마운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이 생겼습니다.

Q. ‘완전히 글쓰기와 예술에 투신하게 될지 몰랐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투신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로 언제 받나요?

소설 쓰고 있을 때죠. 사실 학생 때도 진심으로 글을 쓰긴 하지만 아직 다른 일로 갈 가능성이 남아 있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제가 정말 글을 쓰기로 확실하게 마음을 먹었고, 제 글쓰기가 공적인 영역의 글쓰기에 들어왔다고 생각해요. 거창하긴 하지만 저와 제 인생을 걸고 쓰고 있다고 느낄 때, 지면 위에 그런 것들을 쓰고 있다고 느낄 때, 여기 글쓰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느낄 때 제가 정말로 빠져 있다고 느껴요.

 

하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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