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018년 10월 29일

신임원장인터뷰 (1)
김대진 교수 (음악원 기악과)

어느덧 낙엽이 물들고 찬 바람이 불며 한 해의 끝을 알리고 있다. 미투 운동부터 남북정상회담까지, 2018년에 시작된 새로운 흐름은 여전히 일렁인다. 우리학교도 그 흐름처럼 올해 세 명의 신임원장이 취임했다. 3월 김대진 교수(음악원 기악과)와 남긍호 교수(연극원 연기과)를 시작으로 9월에는 우동선 교수(미술원 건축과)가 원장이 되었다. 이제 그들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2년이라는 시간 동안 하나의 원을 이끌어 가야 한다. 이에 우리신문은 신임 원장들의 교육철학과 원에 대한 비전을 들어보고자 한다.

 

지난 23일, 입시가 한창인 서초캠퍼스를 찾았다. 긴장감이 맴도는 캠퍼스와는 달리 기악과 피아노전공 교수실에서는 청아한 피아노 소리가 흘러나왔다. 소년다운 밝음을 간직한 김대진 교수는 음악원장뿐만 아니라 창원시향 지휘자, 유스 오케스트라 지휘, 독주회 준비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교수님을 지탱해주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나는 선생이다”라고 대답한다는 김대진 교수. 그는 25년간 함께 해 온 음악원에 대해 어떤 호기심과 질문을 품고 있을까.

 

얼마 전 음악원 개원 25주년 피아노 콘서트가 있었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라는 대형 무대에서 교수진과 학생이 함께 한 공연이 인상 깊었는데, 공연을 마친 소회가 어떤가.

이번에 공연한 곡 중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 있다. 이 곡은 원래 오케스트라 곡인데, 음악원 졸업생 중 한 분께서 피아노 파트로 편곡을 해주었다. 덕분에 세계 최초로 오케스트라 원곡을 피아노 오케스트라로 만들어서 공연할 수 있었다.

학생들도 정말 열심히 해주었다. 공연 전에 추석 연휴가 끼어 있어서 다들 집에 못 내려가고 연습을 했다. 그리고 공연하는 중에 느꼈던 열의와 집중도는 오래 기억에 남을 정도다. 우리학교 피아노의 미래는 걱정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을 함께 했던 두 선생님께도 감사하다. 우리 세 사람의 색깔이 달랐는데 색깔이 달랐음에도 하나로 합쳐지는 연주회였다. 뿌듯하고 기분 좋았다.

 

올해 3월 9대 음악원 원장이 되셨다. 그 전에 기악과 학과장에 재임 중이었는데, 학과장을 맡으셨을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학과장은 학과를 운영하는 주체지만 원장은 음악원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원장뿐만 아니라 어떤 단체의 장의 역할이라고 하는 것은, 지금 아무 문제 없이 학교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보다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고민하는 것 같다.

25년 전에 교육목표를 잡았을 때 교수들끼리 모여서 하나의 목표를 딱 정한 적은 없다. 다만 같이 생활하면서 서로 대화하다 보니 모두가 공유하는 생각으로 변화할 수 있었다. 그만큼 선생님들과의 대화가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전체교수회의나 과별 회의 등 대화를 계속하다 보면 공유할 수 있는 공통의 생각, 공통의 비전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우리학교에는 미투 운동 등 교수-학생 간 위계관계에 대한 부당함을 고발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특히 음악계 종사자에 의하면 음악 분야의 경우 한 교수에게 어려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레슨을 받는 등 교수와의 관계를 통해 평생 일을 해야 하는 구조라 음악계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이런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모든 상황은 개인적인 것이다. 개개인이 가진 가치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계’’로 확대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부당한 일을 바깥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개방적인 사회가 된다는 점에서는 당연히 좋게 바라본다. 세상은 변화해야만 한다.

옛날에는 음악하는 사람들이 적었다. 그래서 음악을 하는 그 소수에게 음악 활동을 하는 데 굳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권한이 많이 주어졌다. 그런데 요즘은 음악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각자 자신의 세계를 지어서 예술활동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수가 학생의 기를 좌지우지한다는 말이 성립되는 시기가 아니다. 일정 수준의 실력이 있게 되면 학생이건 선생이건 서로 블렌딩 될 수 있다. 즉 무대 위에 있을 때는 학생이든 교수든 모두 같은 연주자라고 생각한다.

 

‘전공심화 교육에 중점을 두면서 융합교육과의 조화를 추구’라는 음악원 교과과정 소개 문구가 있다. 특히 융합교육이 흥미로운데, 이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달라.

예를 들어 운명교향곡을 분석한다고 치자. 화음이나 대위법 등을 분석하는데, 곡 중간에 독일 6화음이라는 무게 있고 긴장감이 생기는 아주 특별한 화음이 나온다. 이전의 음악교육에서 이를 가르칠 때, 한쪽에서는 곡 분석을 열심히 하라고 가르쳤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 화음이 특별하니까 더 강조해서 치라고 가르쳤다. 즉 이론과 실기를 분리해서 교육했다.

음악원의 융합교육은 그 두 개를 합치는 거다. 연주자는 감정이 유발되는 이론적인 근거를 함께 배우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아는 만큼 느끼게 되고 느끼는 만큼 연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융합교육은 우리학교가 이 정도 위치까지 올 수 있었던 근거라고 생각한다.

 

음악원은 국내 유일 실기 중심 콘서바토리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 전공실기 학점이 4학점인 점 등 분명 다른 학교의 교과과정과 차별화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들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다름이고 실질적인 다름은 도대체 전공실기를 왜 배우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탐구하는 것이다. 나는 그에 대한 대답을 ‘결국 무대에서 연주를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무대에서 연주할 때는 무의식의 세계이다. 반면 레슨을 받고 연습을 하는 것은 철저하게 의식의 세계다. 거기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의식의 세계에서 아무리 많은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무대에 올라가면 결국 무의식의 세계로 가는 것이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의식의 세계와 무의식의 세계 이 차이점을 모르면 가르칠 수가 없다. 레슨은 레슨대로, 연주는 연주대로 평행선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그것을 합치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개교했을 때부터 교수로 계신 만큼 음악원 역사와 함께하셨을 것 같다. 최근에 느낀 변화가 있다면?

지금 연주자에게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 유튜브다. 요즘에는 다양한 곡을 다양한 연주자가 치는 걸 몇백 개라도 들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유튜브를 포함한 통신기술의 발달은 예술가들에게 가장 큰 혁명이었을까 아니었을까 한다. 한편으로는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감동을 받을 만한 순간이 적어졌다. 그래서 선생 입장에서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한다. 학생입장에서 본다면 사소한 것에서 감동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학생들이 인터넷에 있는 연주를 들어가면서 스스로 배우면 된다. 그러다보니까 내가 가르칠 게 없다. 즉 이제 곡을 가르친다는 건 무의미하다. 그럼 이제는 무엇을 가르치느냐. 요즘 내가 찾으려고 하는 방법은 ‘어떻게 사람 자체를 가르칠 것인가’하는 것이다. 가령 연주할 때 항상 급해지는 아이가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뭐냐면, 연주를 하다가 빨라지는 학생과 대화를 하다보면 말이 막 빨라진다. 나는 학생과 함께 생활하면서 교정해나가면 그게 연주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이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음악원 초기 개원 목표는 ‘순수 국내파 출신의 세계적인 음악가를 배출하자’였다. 현재에 이르러 이 목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그 목표만 놓고 보자면 목표치 이상을 달성했다. 지금 우리나라 음악계의 위상이 달라진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까지 가는 데 음악원이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그런 점에서 처음에 교수들이 공유했었던 목표치는 충분히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음악원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목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것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지금이 위기의 시기라고 생각한다. 다른 학교 25주년이 이룰 수 없는 것을 우리가 이루어내었다는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너리즘 없이 새로운 비전을 찾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음악원도 세대교체의 시기가 온 것 같다. 막내 교수로 들어왔던 내가 선배에 속하는 교수로 진입했다. 여기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좋은 신임 교수를 모시는 것이다. 다들 악기 실력은 워낙 좋으셔서, 얼마나 헌신적으로 학생들과 같이 할 것인지 이런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대외적인 목표도 있다. 어떻게 하면 우리학교가 세계 유수한 학교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교류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런 위치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학교가 유학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시요강이 외국에서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느냐, 우리도 외국어 수업을 해야 하는가 등 유학생을 받을 준비를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올해가 음악원 개원 25주년인데, 개원 50주년이 되었을 때는 세계적인 학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우리학교의 모습을 그려본다.

 

앞으로의 다짐이 있다면.

더 열심히 가르치자.

 

김주연 기자

mid122jy@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