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2018년 10월 29일

제10회 언리미티드 에디션 방문기

확장 공간으로서의 북페어?

 

지난 10월 20일 독립 출판 서점 유어마인드 주최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린 ‘제10회 언리미티드 에디션 – 서울아트북페어’에 방문했다. 언리미티드 에디션 – 서울아트북페어(UNLIMITED EDITION – SEOUL ART BOOK FAIR, 이하 ‘UE’)는 2009년 1회를 시작으로 매년 진행되어 올해 10회차를 맞은 국내 최대 아트북페어, 독립출판 행사이다. 주최 유어마인드는 ‘UE’를 “작가 스스로 기획하고 작업한 책을 매개로, 관람객에게 자신의 작품을 알리고 홍보하는 자리”로 소개한다.

 

 ‘UE’는 10회에 걸쳐 “크게 위축된 문화예술 출판계의 상황에 비교하면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왔다. 대다수 평자는 UE의 특수한 성장세에 대해 “주최자와 참여자들이 서로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발명해낸 ‘언리미티드 에디션’의 플랫폼이란 특정 장소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그 장소와 ‘동기화’된 참여자 개개인의 SNS 타임라인을 타고 흘러내리는 부류의 것”(참고기사: ‘언리미티드 에디션’의 성공, 왜?’, 2015.12.06, 박해천, 경향신문)이라는 해석을 공유한다.

 

 앞서 인용한 칼럼에서 박해천 교수는 다음과 같은 경험을 술회한다. “흥미롭게도 빗속에 우산을 쓰고 1시간 가까이 입장 순서를 기다리던 관람객들 중 수백 m 긴 줄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이가 거의 없었다. 혹시 그들 대부분은 스마트폰의 터치스크린이라는 또 다른 출구를 통해 이미 행사장 내부로 입장해 판매 부스들을 구경하느라 지루할 틈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상당히 좁은 일민미술관에서 열린 2015년의 UE 7회와 달리 비교적 넓은 북서울미술관에서 개최된 올해 UE 10회에서는 입장 순서를 기다릴 필요까지는 없었다. 그렇지만 ‘기다리는 시간’에는 줄을 서는 시간만이 아니라 행사장에 도착하기까지 수고스럽게 걸리는 시간도 담길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터치스크린이라는 또 다른 출구”로 해소되는 ‘기다림의 시간’은 UE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하거나 흥미로운 문화 현상이라기보다는 국내 독립출판 산업 속 빈곤의 표상에 가깝다. 다시 말해, 박 교수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사이버스페이스의 네비게이션 공간’이나 ‘확장 공간’같은 개념은 UE를 정당화하는 데 적합하지 못하다. 적어도 올해 10회차에 이른 UE의 경우에는 말이다. 물론 독립출판물 제작자와 작가들이 직접 판매 부스를 연다는 기획이나 다양한 창작자들의 책과 굿즈를 후원할 수 있는 텀블벅 페이지를 통해 관람자 혹은 구매자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이끌어내려는 의도에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소통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수용하지 못하는 협소한 공간이다.

 

 이는 올해만의 문제도 아니고 주최 측의 탓도 아니다. 대신, 서울에서 이처럼 많은 인파가 몰리는 행사가 진행될 때마다 나타나는 문제에 가깝다. 디귿형으로 부스를 배치한 인터네셔널관을 제외하곤 발 디딜 틈도 없었다. 따라서 내 관심분야에 맞춰 동선을 짜고, 신속하게 움직여야만 했다. 철저히 준비하지 못한 탓이겠지만, 돌아오는 길에 핸드폰을 켜보니 분명 행사장에서는 보지 못했는데 기꺼이 돈을 내고 싶은 음반과 책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독립출판 북페어에 가는데 왜 철저히 준비해야 하는가? 이러한 철저한 준비는 관람자의 관심 분야에 기초하고, 따라서 확증편향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주류 문화예술계의 확증편향에서 독립하여 작업하는 이들이 뒤섞인 장소에서 굳이 관람객과 구매자가 동선을 미리 짜 맞추는 일은 모순으로 보인다.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는 사람들끼리 부딪히지 않을 수준의 공간과 효율적인 부스 배치가 전부다. 물론 북서울미술관이 지금껏 UE가 개최된 공간 가운데 넓은 편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개최 기간을 이틀에서 일주일 정도로 늘려 관람자수 밀집을 해소할 수 없는 것일까. 각자의 취향으로만 축조된 ‘SNS 타임라인’은 UE가 담론적으로 안주할 수 있는 거처가 아니고, 넘어서야 할 과제이다.

 

 

김태원기자

lemonadegogo9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