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018년 10월 14일

국·공립대학 대학평의원회 설치 의무화, 그 실태는?

의결권 없는 심의기구라 실효성 부족

우리학교는 ‘전체학생대표자회의’, ‘교학협의회’ 등 심의기구 있어…

 

지난해 11월 대학평의원회 설치를 의무화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대학평의원회는 교직원과 학생 등이 모여 대학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기구이다. 사립대학은 지난 2007년 설치를 의무화했고, 국·공립대학은 뒤늦게 발을 맞추게 됐다. 대학평의원회는 학생을 비롯한 학내 구성원이 운영에 참여하여 대학 민주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심의만 할 뿐 의결권이 없어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학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위탁 운영하는 ‘각종학교’로 강제성이 덜하다. 또한 ‘전체학생대표자회의’나 ‘교학협의회’ 등 비슷한 심의기구가 있어 유명무실한 대학평의원회의 입지가 마땅치 않다.

 

국·공립대학 대학평의원회 설치 의무화

지난 2017년 11월 28일 「고등교육법」이 개정됐다. 주요 골자는 제19조의2(대학평의원회의 설치 등) 조항을 신설해 국·공립대학에 교직원과 학생이 참여하는 대학평의원회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이었다. 사립대학은 앞선 2007년 「사립학교법」 개정에 따라 대학평의원회 설치가 의무화됐다. 이번 개정안은 6개월간 관계부처의 심의를 거쳐 지난 5월 29일 시행됐다.

 

<「고등교육법」 제19조의2(대학평의원회의 설치 등) 신설 조항>

① 학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교직원과 학생 등으로 구성되는 대학평의원회(이하 “대학평의원회”라 한다)를 설치·운영하여야 한다. 다만, 제2호 및 제3호는 자문사항으로 한다.

  1. 대학 발전계획에 관한 사항
  2. 교육과정의 운영에 관한 사항
  3. 대학헌장의 제정 또는 개정에 관한 사항
  4. 학칙의 제정 또는 개정에 관한 사항
  5. 다른 법률에 따른 학교법인 임원 또는 개방이사추천위원회 위원 추천에 관한 사항(사립학교에 한정한다)
  6. 그 밖에 교육에 관한 중요 사항으로서 학칙 또는 정관으로 정하는 사항

② 대학평의원회는 11명 이상의 평의원으로 구성하여야 하며, 교원, 직원, 조교 및 학생 중에서 각각의 구성단위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으로 구성하되, 동문 및 학교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를 포함할 수 있다. 이 경우 어느 하나의 구성단위에 속하는 평의원의 수가 전체 평의원 정수(定數)의 2분의 1을 초과해서는 아니 된다.

③ 대학평의원회에 의장과 부의장 각각 1명을 두며, 평의원 중에서 호선한다. 이 경우 의장은 학생이 아닌 평의원 중에서 호선한다.

④ 평의원의 임기는 2년으로 한다. 다만, 학생인 평의원의 임기는 1년으로 한다.

(이하 생략)

 

대학 민주화를 위한 대학평의원회?

대학평의원회는 개정안에 따르면 교원·직원·조교·학생 등이 대학 운영에 직접 참여해 관련 사항을 심의하는 기구이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동섭 당시 국민의당 의원은 “대학평의원회에 관한 사항을 현행법에 명시적으로 규정해 국·공·사립의 구분 없이 모든 대학에 평의원회를 설치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개정안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민주적 대학 운영을 바라는 국·공립대학 학생들은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사립대학은 그러나 사안을 바라보는 입장이 사뭇 다르다. 사립대학은 지난 2007년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따라 대학평의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했다. 개정안 입법은 우여곡절 끝에 이뤄졌다. 2005년 참여정부는 사립대학의 민주적 운영을 위해 대학평의원회를 설치하고, 개방이사를 도입하는 등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내놓는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이에 결사반대했다. 한나라당은 결국 개정안이 발의된 지 2년이 지난 2007년 「사립학교법」을 다시금 개정하는 데 성공한다. 학교법인 이사의 이사회 전체 구성원 4분의 1 이상에 대한 2배수 후보 추천권과 학교법인 감사 1인의 추천권이 대학평의원회에서 개방이사추천위원회로 넘어가는 개악이 이때 이뤄진다.

 

사립대학 대학평의원회가 개정안 입법 후 곧바로 설치된 것도 아니다.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성균관대를 비롯한 일부 사립대학은 2013년까지 차일피일 미뤄왔다. 교육부가 미설치 대학 7곳의 신규 이사 승인을 보류하고, 주요 재정지원사업 평가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발표한 후에야 전체 사립대학에 대학평의원회가 설치됐다.

 

이 중 이화여대 대학평의원회가 걸어온 행보는 눈여겨볼 만하다. 이화여대는 지난 2016년 7월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안을 발표했다. 학생들은 설립안이 학위장사에 불과하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나 같은 달 28일 열린 대학평의원회 회의에서 반대 의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학생들은 곧바로 본관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최경희 당시 이화여대 총장은 설립안이 내부 교무회의, 이사회를 거친 사안이라며 학생들을 질타했다. 파란을 거듭한 끝에 설립안은 결국 폐기되었다. 이화여대 사태는 그러나 대학평의원회가 대학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만 할 뿐 의결할 수 없다는 태생적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

 

유명무실 대학평의원회

국·공립대학 대학평의원회는 사립대학 대학평의원회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고등교육법」은 대학평의원회의 구성원을 교원·직원·조교·학생·동문·외부인사로 규정했다. 일각에서는 연구원·학부모·지역민 등 다양한 주체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평의회는 또한 학내 구성원을 비례적으로 대표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서울대학교 대학평의회는 평의원 50명 가운데 직원은 4명에 그쳤다. 학생은 학부 및 대학원 대표 각 한 명이 참관인으로 참석할 뿐이다. 우리학교 근처 한국외국어대학교는 사정이 그나마 나아 평의원 11명 중 2명이 학생이다.

 

대학평의원회는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심의·자문기구이다. 대학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대학 운영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기구는 교수회와 학장회이다. (우리학교는 학칙 상 교수회와 원장회를 둔다.) 때문에 심의·자문에 국한된 대학평의원회는 교수회와 학장회보다 법적 지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학교도 평의원회 설치 규정 있으나

우리학교는 「고등교육법」에 따라 대통령령 「한국예술종합학교 설치령」으로 설치된 ‘각종학교’이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학교도 대학평의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것이다. 학칙도 평의원회 설치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우리학교는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에 위탁 운영되기 때문에 그 강제성이 덜하다. 지난 9월 교육부가 내놓은 ‘고등교육법 제19조의2에 따른 국·공립대학 대학평의원회 설치 및 운영 현황’에서 우리학교는 조사대상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또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와 ‘교학협의회’ 등 실질적으로 대학평의원회와 비슷한 심의기구가 있어 실효성 없는 대학평의원회의 입지가 마땅치 않아 보인다.

 

최민기 기자

choiminki1997@gmail.com

 

참고자료

김명환, “[정동칼럼] 고등교육 관련 법률의 난맥상”, 경향신문, 2018.06.07

이연희, “대학평의원회, 사립대 의사결정 구조 시험대 올라”, 한국대학신문, 2016.08.03

채형복, “평의원회는 대학자치를 보장할까”, 교수신문, 2018.04.02

한태임, “2018년, 대학가에는 어떤 변화 있나?”, 교수신문, 2018.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