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018년 10월 3일

학대와 죽음, 예술과 인간을 위한

이강소 개인전 ‘소멸’ 내 닭 퍼포먼스와 예술작품 내 동물 학대

 

지난 9월 8일, 이강소 작가의 개인전 ‘소멸’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 현대에서 동물권 운동가들의 기습 시위가 있었다. 이어 지난 12일, 동물권 운동 단체 ‘Move’를 비롯한 활동가들은 갤러리 현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본 기자회견은 이 작가의 닭을 이용한 퍼포먼스 작품이 동물 학대임을 지적하고, 해당 퍼포먼스를 지원한 갤러리 현대를 규탄하기 위해 진행되었다.

 

갤러리 현대에서 재연된 이강소 작가의 <무제-75031>, 서은수 기자

 

살아있는 닭 퍼포먼스 포함된 이강소 작가 ‘소멸’ 전

9월 4일부터 열린 ‘소멸’ 전은 이강소 작가가 1970년대에 발표한 주요 작업을 재연해 선보이는 전시이다. 이 중 ‘무제-75031’이라는 작품 역시 이 작가가 1975년에 파리 비엔날레에서 발표한 작품을 43년 만에 재연한 것이다. 이 작가는 전시장에 타일을 깔고 주변에 석회 가루를 뿌린 후, 닭의 다리에 줄을 연결하여 3일간 묶어 놓았다. 이 작가는 그 시간 동안 닭이 움직이며 석회 가루 위에 남긴 흔적을 닭의 사진과 함께 그대로 전시했다.

 

Move를 비롯한 동물권 운동가들은 이를 ‘학대적인 환경에서 닭에게 신체적·정신적으로 고통을 주는 명백한 동물 학대 행위’로 판단하고, 닭 퍼포먼스를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Move가 SNS를 통해 전달한 내용에 따르면 작품에 사용되었던 닭은 갤러리 현대가 작가에게 제공했으며, 닭은 작품의 계획대로 3일 동안 갤러리에 묶여 방치되었다가 전시 시작 열흘 전인 8월 26일에 다시 닭 농장으로 돌려보내졌다. Move는 갤러리 현대와 대치하며 항의를 계속했지만, 갤러리 현대는 해당 작품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Move, ‘동물 학대는 예술이 아니라 폭력’ 외쳐

결국 닭 퍼포먼스 작품이 그대로 전시되자, 동물권 활동가들은 전시 중 해당 작품 앞에서 ‘동물 학대는 예술이 아니라 폭력이다’, ‘#예술계_동물학대_OUT’ 등의 표어를 들고 기습 시위를 벌였다. 이어 4일 후 Move를 비롯한 활동가들은 갤러리 현대 앞에서 ‘동물 학대 작품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Move의 시위 피켓, MoveForanimals 제공

 

Move 활동가들은 입장문을 통해 “그간 이강소 작가의 닭 퍼포먼스에 이용된 닭들은 단단한 타일 바닥, 밥그릇, 발을 묶은 기둥이 전부인, 닭의 습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학대적인 환경에 3일간 강제적으로 묶여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퍼포먼스에 사용된 닭은] 제공된 좁은 공간에서조차 묶인 발이 줄에 걸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 힘들게 발버둥 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며 “[이를] 학대라고 볼 수 없다며 그대로 전시를 진행한 갤러리 현대의 결정은 실망적”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8일 시위 도중 갤러리 현대 측이 “비폭력 시위를 하던 활동가들의 얼굴을 불법 촬영하고, 건물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갤러리 문을 잠가 가두”는 등 문제적인 대응을 했음을 고발했다.

 

Move는 “43년 전의 낡은 생명윤리 그대로 아무런 발전 없이 살아있는 동물을 도구화하는 이 작가의 닭 퍼포먼스는 시대착오적이며 후진적”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약자의 자유를 노골적으로 억압하는 표현의 자유는 예술이 아니라 폭력”이며, “닭이 남긴 발자국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더라도 이 작품의 본질은 다리에서 줄을 끊어내기 위한 닭의 몸부림 흔적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들은 “이 사건을 통해 그동안 예술을 명목으로 수없이 억압받아 왔지만 가시화되지 못했던 비인간 동물들의 현실을 조명하고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소재’가 되고 마는 비인간 동물들

예술작품을 위해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거나, 동물의 사체 또는 살아있는 동물을 예술의 도구로 삼는 사례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칠레 태생의 작가 마르코 에버레스티는 2000년 덴마크 트라폴트 미술관에서 설치 작품인 ‘Helena el pescador(헬레나 엘 페스카도르)’를 선보였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살아 있는 금붕어를 넣은 믹서기 10개를 전시장에 설치했다. 믹서기 버튼이 잘 보이도록 노출되어 있었으며 전원 역시 연결되어 있었기에, 관람객이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버튼을 누르면 믹서기 안의 금붕어가 즉시 갈려나갔다.

 

마르코 에버레스티, <헬레나 그리고 엘 페스카도르>, 2000, evaristti.com 제공

 

이를 본 시민 및 동물권 운동가들은 작가와 미술관 디렉터를 고발했으나, 이들은 결과적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13년 후, 에버레스티는 그의 회고전에서 이 작품을 살아 있는 금붕어 대신 죽은 물고기로 대체해 다시 전시했다. 작가는 당시 인터뷰에서 “해당 작품이 감정을 고통스럽게 할 수 있음을 인지하나, 작품에서의 잔인한 것들은 내가 인본주의자라는 것에서 기인한다”고 언급했다.[1]

 

또 우크라이나 출신의 사진작가 나탈리아 에덴몬트는 ‘Bride’ 연작 등에서 토끼·쥐·닭·나비 등의 동물을 직접 죽인 후, 사체의 일부를 다른 사물과 조합하여 이미지를 만드는 데 이용한다. 작가는 2008년 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모두가 죽은 동물을 식용으로 먹는데 그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다가 죽은 동물이 작품 소재가 된 것을 가지고 내 작품을 비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예술은 그저 예술작품일 뿐”이라고 주장했다.[2]

 

이 밖에도 데미안 허스트는 각종 비인간 동물의 사체와 수백 마리의 나비 날개를 작품의 재료로 사용했다. 벨기에 작가 윔 델보예 역시 그의 ‘문신 작업’에서 살아 있는 돼지의 피부에 문신을 새긴 후 그 가죽을 경매에 부쳐 판매하기도 했다.

 

윔 델보예의 <Pig Farm>에 사용된 돼지, wimdelvoye.be 제공

 

표현의 자유 뒤로 숨기지 말아야 할 것

이러한 작품들은 대개 발표될 때마다 미술계 및 동물권 운동가들의 비판론과 옹호론을 만들어내며 이슈가 되었다.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작가들이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내세우는가 하면, 작품 속 동물의 생명이 인간의 삶의 의미를 관통한다는 호평이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그 자극성과 주목성으로 매우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도 존재한다.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은 항상 천문학적인 가격을 유지하고 있으며, 델보예의 문신 돼지 가죽은 중국과 독일 등 시장에서 개당 9000만 원~2억 원을 웃도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산업적·구조적으로 비인간 동물을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는 육식 문화가 만연한 사회에서, 동물 개체를 ‘재료’로 삼는 예술계의 관습 역시 ‘새로운 예술적 시도’로 여겨지며 이어져 왔다. 그러나 비인간 동물의 고통과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는 것’과 ‘방관하는 것’은 구분되고, 그 고통을 인간의 예술을 달성하기 위해 대상화하는 행위는 또 다시 구분된다. 예술에서 사용된 동물 개체에서 인간이 어떠한 예술적 의미를 끌어내든 상관 없이, 이것이 타 종의 생명권을 해치는 행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학대와 죽음은 도구가 되어서도, 재료가 되어서도 안 된다.

 

서은수 객원기자

3unwater@gmail.com

 

참고문헌

[1] 「Goldfish in a Blender? Marco Evaristti Calls It Art」, 『THE WALL STREET JOURNAL』, 2013.08.28

[2] 「나탈리아 에덴몬트 “모든 생명체는 나의 작품 소재”」, 『메일경제』, 2008.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