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비평
2018년 9월 18일

만남의 기억과 교류의 현재를 담다

한-태국 수교 60주년 기념 다큐공동제작 워크숍

 

권순현 제공

 

‘한국예술종합학교-태국 출라롱콘 대학교 다큐멘터리 공동제작 프로젝트’의 태국 워크숍은 한-태 수교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되었으며 지난 8월 22일부터 9월 4일까지 2주간 진행되었다. 이번 워크숍은 20여 명의 학생들이 4개의 팀을 이루어, 한국과 태국에 대한 통찰들을 바탕으로 한 한 편의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제작을 목표로 했다. 참여 학생들은 사전 기획과정과 치열한 논의를 통해 흥미로운 기획들을 내어놓았다. 한국과 태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함께 겪어낸 이후 자라난 양국의 청년세대가 공유하는 기억들에 관한 작품, 빨간색과 노란색은 두 사회에서 어떤 함의를 가지는가에서 출발해 각 사회를 바라보는 다양한 통찰로 나아가는 작품, 마지막으로 태국의 블랙메이에 대한 기억을 통해 양국의 민주화 과정에 대한 시각을 재현하는 작품이 나왔다. 네 팀 각자의 이야기들이 워크숍 동안 촬영되었고 지금도 제작 중이다.

 

내가 처음 이 프로젝트에 합류하기로 한 이유는 팀별 제작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학생들과 함께 작업에 대해 고민하는 역할이었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태국은 너무도 낯선 나라였기에 당시 나는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내가 태국에 대해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는 것이라고는 코끼리 정도의 이미지에 불과했다(태국에 다녀온 지금, 나는 내가 떠올렸던 그 코끼리의 이미지가 국적 불명의 것임을 알았다). 내가 태국에 대한 무엇인가를 만들어야 한다면 나는 나의 무지에 대해 그리고 그 무지함이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지에 대해 고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과 태국의 역사를 공부해가는 과정에서 나는 한 이름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이번 워크숍에서 그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의 이름은 이경손이다. 나는 한국에서 태국으로 이민했던 최초의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는 것을 통해 무지함을 해결하고자 했고 막연한 궁금증은 운명처럼 그 이름에 가서 닿았다. 나는 그 최초의 이주자가 한국 최초의 영화감독 중 한 사람이라는 것, 동시에 배우였고 시인이었으며 성우이기도 했던, 그러면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최초의 서양식 다방을 운영했던 모던보이였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또한 민족주의자였고 그러한 의식을 담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움직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박해를 받았으며, 그 과정에서 상해를 거쳐 결국 태국에 정착하게 된 역사의 소용돌이 속 인물이라는 것에 매료되었다. 그래서 그에 대한 짧은 단편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했다. 그가 태국으로 떠난 후 70여 년의 시간이 흘렀고 그가 세상을 떠난 지도 이미 40년이 넘었기에 그에 대한 흔적을 찾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지만 찾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작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태국으로 향했다.

 

태국 워크숍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와 정치적 상황 속에서 살아온 젊은 창작자들이 서로의 이견을 좁혀가며 협업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출라롱콘 대학의 소파완 교수와 한예종의 전규찬 교수, 한성수 교수 그리고 나와 명소희 감독은 그러한 상황 안에서 학생들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고 그 과정 안에서 작품도 서로의 관계도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다. 결국 그 과정 안에서 양교의 학생들은 각자 나름의 성취를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이경손 감독에 대한 프로젝트 역시 많은 변수가 있었다. 그중 가장 큰 사건은 영국에 사는 이경손 감독의 딸이 메일을 받고 난 후 직접 방콕으로 온 것이다. 그 덕분에 알려지지 않았던 귀중한 자료들과 이야기들을 담아 돌아올 수 있었다.

 

치열하고 뜨거웠던 시도의 순간들과 서로에 대한 이해의 노력은 머지않아 완성된 형태로 세상에 나올 것이다. 이제 10월 22일부터 28일까지 1주일간의 서울 워크숍을 앞두고 있다. 또한 한국과 태국 간의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양국의 연구자들이 함께 논의해 보는 컨퍼런스 <Media-Cultural Bridge>가 10월 26일 금요일 영상원 대시사실에서 진행된다. 그리고 양교의 학생들이 함께 만든 결과물이 27일 영상원 대시사실에서 상영회를 한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분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이창민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