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2018년 9월 1일

여성은 여성이 돕는다 FDSC (Feminist Designer Social Club)

디자인 업계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여성 디자이너들의 분투

raya 제공

FDSC(Feminist Designer Social Club)는 “페미니스트” “그래픽 디자이너”가 더 활발히 활동하고, 더 많이 벌고,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서로 돕는 소셜 클럽이다.

 

한국 사회에서 2015년경부터 두드러진 페미니즘의 흐름을 가깝고 먼 곳에서 접하며 네 명의 여성 디자이너 △김소미 씨(눈디자인) △우유니게 씨(봄알람) △양민영 씨(불도저프레스) △신인아 씨(오늘의풍경)는 “기존의 문화에서 ‘여성 디자이너’는 성장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이에 FDSC는 여성 디자이너가 안심하고 성장에 필요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는, 충분한 기회와 넉넉한 배려가, 조언과 정보의 공유가 이루어지는, 서로를 이끌어줄 수 있는 모임으로 결성되었다.

 

FDSC의 여성 디자이너들은 기존 디자인 업계 내에서 겪은 문제 중 부당하게 자리잡은 관행 몇 가지 △무급, 인턴제 – 처음에는 고생 좀 해야 한다는 인식 △남성위주, 학연, 지연 등 아는 사람 위주의 네트워크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에 노출 △기존의 성차별적 관행에 문제의식이 없거나 문제제기 하지 않음을 지적한다.

 

위 문제점에 대항하여 FDSC는 행동 규칙을 만들어 인식의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행동 규칙의 주요 내용은 △‘공짜로 일하지 않습니다. 무급 노동, 인턴제를 거부합니다. 우리는 우리 직업과 기술에 자부심을 가지고 그 결과물에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법을 공부하고 실천합니다.’ △‘지인을 통한 고용이나 협업은 지양합니다’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그리고 혐오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합니다.’ △‘존중을 바탕으로, 질문과 제안, 실수와 실패를 모두 환영합니다’ 등이 있다.

 

성차별적 사회에서 개인의 움직임은 무엇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그 활동은 어떻게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 이에 관하여 기획자 △김소미 씨 △신인아 씨를 만나 대담을 진행하였다.

 

FDSC 제공

 

여성 디자이너가 일을 지속하기에 현재 디자인 업계의 상황은 긍정적인가? 어려움이 있다면 어떤 지점에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나?

김소미 : 디자인계에 ‘그 많던 여자 디자이너들이 서른 다섯 즈음에는 다 사라진다’는 말이 정말 많다. 그런데 실상은 여성 디자이너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가시화가 되지 않는 것이다. 디자인계에서 주목하는 디자이너는 굉장히 좁은 영역에 있는 사람들이다. 높은 자리라 할 수 있는 곳에는 남성이 있고 결국 남자들이 자주 보이는 환경이 된다. 실제로 여성 디자이너들이 모두 일을 그만두는 것은 아니기에 위의 말 자체를 반박하고 싶다. 그러나 여성 디자이너들이 정보에서 소외되고, 성장할 기회를 얻지 못해 가시화되지 않는 부분은 확실히 문제이다. 

신인아 : 여성 디자이너들이 안 보이다 보니까 버티기가 점점 힘든 것 같다. 여성에게는 적극적으로 끌어주는 형님이 없다. 여성 디자이너가 아무리 아득바득 10년을 버텨내도 주변에 아무도 여성 디자이너가 없고, 들어오는 일은 변변치 않으면 당연히 디자인 일을 더이상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나. FDSC가 같이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어서 서로에게 힘을 주었으면 좋겠다.

 

‘WOO(여성 디자이너 정책 연구 모임)’이 2017년 한 해동안 이어진 활동을 종료했다. 이후 FDSC라는 여성 디자이너 사교 모임이 대두되었다. 어떤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나?

신인아 : WOO(여성 디자이너 정책 연구 모임)같은 경우는 정책과 관련하기에 무거움이 있다. 우리에게는 가볍게, 무리하지 않고 서로를 만나고 교류하는 모임이 필요했다. FDSC를 결성한 데에는 무엇보다 여성 디자이너들 사이에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목적이 가장 컸다.

김소미 : 디자인 업계는 네트워크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 네트워크에 여성이 끼기 굉장히 어렵다. △ 남성들 △지인 위주 △학연 △지연 △선배 △후배로 이루어지는 폐쇄적인 구조는 디자인계를 지속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와 반대로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는 건전한 모임을 만들고자 했다. 폐쇄적으로 주어지는 정보와 그 정보의 습득에 뒤따르는 권력을 분배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문화를 만들면 불필요한 폐쇄적인 구조가 해체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FDSC가 지속 할 수 있기 위해서는 현재 무엇이 충족되어야 하나?

김소미 : 상당히 많은 수의 조직에서 선의로 일을 만드는 사람들은 선의만 칭송받고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로 착취당하는 것을 보아 왔다. 좋은 일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은 사실 정말 현실적인 부분이다. 그때그때 피드백과 동기부여가 있어야 한다. 여성 디자이너들이 돈을 많이 벌고, 남는 돈으로 후원을 할 수 있을 만큼 더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 저희에게 후원하시라.

신인아 : 남성들이 가진 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현실적으로 자본력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실상 저희는 어떤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고 상징 권력이 없다.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약 없이 버티는 것이다. 자본이라도 없으면 지속될 수 없다.

 

7월 15일 밀리언아카이브에서 열린 FDSC 설명회를 시작으로 포트폴리오 리뷰, 타운홀 행사를 진행하며 활동을 지속 중이다. 가장 중점을 두는 사항이나 기대되는 방향이 있는가?

김소미 : 거대한 계획을 가지고 행사를 진행하지는 않았다. 이유는 모임 자체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도 목표이기 때문이다. 서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려 한다. 예를 들어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것을 해보세요’라고 마이크를 던지고 있다. 현재 기획이라 한다면 운영진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조금 덮어 두고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방향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포트폴리오 리뷰’와 ‘타운홀’행사도 저희는 키워드 위주로 준비했는데 와주신 분들이 경력도 다양하고 업계도 다양해서 저희가 예상했던 것보다 다양한 얘기가 많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각계에 있는 디자이너들이 만나는 자리가 되었다. 그 자리에 참석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고, 기획자라기보다는 일원으로서 함께하고 싶다. FDSC는 자생적으로 굴러가는 모임이 되었으면 한다.

 

오프라인 행사뿐만 아니라 SNS 및 슬랙을 통한 온라인 네트워크가 활발하다. 온라인 네트워크로 진행되는 활동들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김소미 : FDSC 활동은 오프라인 모임도 기획하지만,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슬랙은 말하자면 베이스캠프다. 공지하거나 모집하거나 어떤 모임을 제안하는 등 사람들이 직접 꾸려볼 수 있고, 현재 질문방이 가장 활발한데 조언이 필요하면 조언을 구하고 얻을 수 있다. 정보 공유의 성격이 가장 강하다.

덧붙여 지금껏 매체에서 여성 디자이너의 작업물을 주목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우리의 작업물을 칭찬하고 축하해주자’라는 취지에서 축하방을 만들었다. 그리고 홍보방을 통해 자신의 프로젝트나 작업물을 홍보한다. FDSC 자체적으로는 SNS에 ‘#페디소(페미니스트 디자이너의 작업물을 소개합니다)’라는 채널을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

 

앞으로 디자인 업계에서 활동할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신인아 : 처음 활동으로 설명회를 개최할 때 많은 학생분들이 신청해주셨는데 저희 기획은 실무자 위주 모임이라 초대를 못 했다. 저희 입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과 학생들 입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학생 분들도 연결고리가 될 수 있는 장을 스스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김소미 : 학생 분들이 많이 신청해주신 것은 정보를 공유하는 모임의 필요성을 느낀다는 것이기에 많이 안타까웠다. 업계 내의 불평등한 일들이 밝혀질 때마다 ‘미술계 환멸난다’ ‘그만둬야지’하는 것이 가장 안 좋은 결말이라 생각한다. 현재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하다보면 다른 방편들이 생기지 않을까.

 

 

이도현 기자

dew.hpoin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