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018년 7월 17일

올여름 마주칠 당신의 북한은

북한 관련 전시·공연 미리보기

민족주의적 연민? 철조망 너머에 대한 호기심!

 

지난 4월 27일 성사된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문화예술계의 뜨거운 화두로 급부상했다. 남한 예술단이 평양을 방문하여 공연하고, 최근 남북통일농구대회를 치르는 등 직접적 교류는 정부가 주도하는 모양새이다.

 

미술관과 공연장도 앞다투어 북한 예술을 다시금 조명하고 있다. 올 하반기 예정된 비엔날레와 아트페어에는 북한의 그림이 걸리고, 영화제에는 북한 프로파간다 영화가 특별 상영된다. 여태껏 종합편성채널에 출연한 탈북민의 입을 통해 접했던 어딘가 미심쩍은 북한의 예술과는 확연히 다르다. 10년 동안 얼어붙었던 남북한 교류의 지평이 재차 넓어지고 있다.

 

그런데 무언가 어색하다. “남북한이 전쟁 없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면 통일은 필요 없다”는 문항에 한국 사회 절반이 ‘필요 없다’고 답했다. 작년 12월 통일연구원이 내놓은 연구보고서의 통계자료이다. 하나의 민족이기 때문에 통일을 해야 한다는 민족주의적 통일담론도 점차 옅어지고 있다. 민족주의가 통일의 중요한 이유가 된다고 답한 20대는 15.4%에 불과했다.[1] 한국은 통일을 평화, 경제 등 다른 가치와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민족주의적 통일과 북한은 이제 다른 영역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는 북한의 예술을 어떻게 소비하는 것일까. 분단이라는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지 않은 젊은 세대일수록 ‘이북에서 고생하는 북녘 동포에 대한 연민’보단 ‘감각적으로 과잉된 선전물에 대한 호기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우리 신문은 북한 예술을 소개하는 공간 몇 곳을 정리했다. 여름방학 동안 한 번쯤은 마주칠 북한 예술에서 우리는 어떤 한반도를 상상할 수 있을까.

 


 

미술: 오는 9월 광주비엔날레와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에는 북한의 조선화(朝鮮畵, 한국화를 일컫는 북한말)가 전시될 예정이다. 광주비엔날레는 북한 미술을 연구해온 문범강 큐레이터가 북한 미술 부문을 기획한다. 만수대창작사(萬壽臺創作社, 평양 소재 미술 제작소)에서 제작된 조선화 20여 점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걸린다. 전남수묵비엔날레는 북한 작가를 초청해 작품 30여 점을 전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초청이 불가하다면 작품만이라도 반드시 걸겠다는 계획이다. 광주비엔날레는 9월 7일부터 11월 11일까지,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9월 1일부터 10월 3일까지 열린다.

 

미술: 옛 서울역을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한 ‘문화역서울 284’는 9월 2일까지 <개성공단> 기획 전시를 진행한다. 남북이 십여 년 동안 공유했던 개성공단과 그 사람들의 생활에 주목하여 일상과 사물을 중심으로 전시를 꾸렸다. 실제 개성공단의 모습을 토대로 일반인이 알기 어려웠던 개성공단의 일상문화를 소개한다. 개성공단 사람들과 작가가 협업하여 만든 작품도 찾아볼 수 있다.

 

미술: 선동적 문구에 자극적 색채를 입힌 북한의 프로파간다 미술은 남한 사회에서 어떻게 소비될 수 있을까. 지난 6월 30일 뚝섬역 서울숲길에서 열린 <북한슈퍼마켓> 전시는 이에 대한 참신한 답변을 내놓았다. 북한 프로파간다 포스터의 그림·서체를 활용해 북한의 이미지와 남한의 사회상을 재치 있게 엮은 것이다. 전시에 통일, 한민족과 같은 메시지를 담지 않고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이미지로서 북한을 다뤘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북한슈퍼마켓> 전시 작품 (copy, <북한슈퍼마켓>)

 

영화: 지난 12일 개막한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북한영화 특별상영: 미지의 나라에서 온 첫 번째 편지’ 프로그램을 열고 북한 영화 9편을 상영한다. 지난 2000년 북한 영화로는 최초로 국내에 개봉한 괴수 영화 <불가사리>와 2016년 평양국제영화축전 최우수상 수상작 <우리집 이야기> 등이 준비되어 있다. 함께 상영되는 <교통질서를 잘 지키자요>는 북한의 전형적인 체제 선전물이다. 그러나 영화제 측은 이 애니메이션을 영화사적으로 포착하고, 제작 기법을 강조하여 소개한다. 단순 프로파간다 영화로 읽히는 것을 최대한 회피하는 것이다. 주최 측은 이번 북한영화 특별상영을 계기로 남북한 공동제작이나 북한 현지 촬영 등 본격적인 영화 교류에 대한 논의를 기대하고 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북한영화 특별상영 <우리집 이야기> (copy,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학술: 북한 예술에 관한 학계의 주목도 만만치 않다. 오는 9월 7일 우리학교 부설기관 한국예술연구소가 주최하는 ‘21세기 북한의 예술’이 우리학교 대학로 캠퍼스에서 열린다. 지난 6월 열린 첫 번째 학술대회를 이어 이번에는 북한의 동시대 △연극 △영화 △건축 △공예예술을 다룬다.

 

<21세기 북한의 예술> 학술대회 포스터 (copy, 한국예술종합학교)

 

최민기 기자

choiminki1997@gmail.com

 


 

[참고문헌]

[1] 통일연구원, 「통일 이후 통합방안: 민족주의와 편익을 넘어선 통일담론의 모색」, 2017, pp.3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