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18년 7월 16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개원 25주년 연주를 마치고

유학 없이 세계 정상급의 예술가를 양성하겠다는 취지 아래 25년 전 개원한 한국예술종합학교. 이강숙 초대 총장은 예산, 건물도 없이 종이(설치령) 달랑 한 장 가지고 학교를 만들기 시작했고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국가기관의 셋방살이로 어렵사리 시작했다. 각지에서 능력 있는 교원을 초빙하고 가능성 있는 인재를 발굴하여 현재 6개원 개원, 서초석관대학로 캠퍼스 운영, 유명한 경연대회에서 약 1,145건의 수상자들을 배출해냈다. 특히 음악원 재학생들이 세계적인 콩쿨(경연대회)에 나가 수상한 것은 우리학교가 그만큼 세계적인 수준으로 우뚝 올라섰음을 보여준다.

 

최근 음악원 개원 25주년 연주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성악과와 합창지휘과의 예술사와 전문사로 이루어진 약 140여 명의 합창단과 기악과의 예술사3, 4학년으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 그리고 그들을 가르치는 스승님들이 직접 지휘와 솔로이스트를 맡아 함께 연주하게 되었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여 사제지간(師弟之間)함께 모여 연주하는 것은 실로 감개무량이 아닐 수 없다. 티켓은 오픈되자마자 바로 매진되었다. 공연을 보러 온 이들은 하나 같이 연주에 감동했다. 필자의 프랑스인 친구는 한국에서 재학생이 이런 연주를 해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우리는 스스로가 연초부터 준비하며 고생했던 동료들과 고생했다는 인사를 나누며 무대 뒤를 내려왔다. 연주가 끝나고도 한동안 감동이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은 우리 스스로 열심히 준비한 것이기도 하거니와 우리의 기량을 마음껏 보여준 연주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연주를 준비하는 과정 내내, 연주 후에도 세계적으로 주류 음악이 서양에서 유래된 것이라고는 하나, 한국 작곡가의 작품으로 연주를 했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 유학 없이 세계적인 예술가를 길러내겠다고 한 본교의 설립 취지를 고려하더라도 우리학교 소속 교수와 학생이 직접 작곡한 곡을 선보이는 편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 예술은 기본적으로 문화와 공유를 한다. 우리가 연주했던 J. Verdi의 Requiem은 유럽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이탈리아의 문화와 전통적인 서양음악의 한 장르인 Requiem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으로서 이 곡의 연주가 과연 음악원 개원25주년 기념 연주로 적당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든다. 6월이 호국보훈의 달이라 Requiem의 연주를 많이 하는 것은 이해하나, 외국의 곡을 연주하는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외국곡을 폄하하자는 것이 절대 아니다. 한국인의 문화가 들어간 한국의 곡을 연주하는 음악회가 되었다면 더 의미 있고 아름다운 연주가 되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예술은 영어로 Art라고 한다. 이 Art에는 2가지 뜻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예술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기술(Technique)이라는 뜻도 있다. 외국의 곡만 계속 연주한다면, 우리는 예술가(Artist)가 아닌 기술자(Technician)밖에 될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번 연주는 우리가 기술적으로는 성장했음을 보여줬지만 예술적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주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가 나가야 할 길은 더 이상 외국의 것을 연주하는 것이 아닌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것이어야 한다. 발레는 오래전 이탈리아에서 프랑스로, 프랑스에서 러시아로 옮겨갔다. 러시아에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승화된 발레는 이후 프랑스로 역수출이 되었다. 문화 역수출의 가장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과거 음악의 중심이 프랑스와 이탈리아였던 유럽의 역사 속에 베토벤(L. V. Beethoven)은 음악 지시어를 독일어로 사용하는 등 자국화하기 시작했다. 이후 독일 작곡가들은 자신들의 문학과 정서를 음악 속에 녹여내기 시작했고 이윽고 그들은 음악의 중심을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독일로 이끌어오기에 이른다.

 

우리에게도 문화역수출 가능성이 있다. K-POP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K-POP은 한국의 위상을 알리고 동시에 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가장 좋은 수단이 되었다. K-POP은 해외에서 하나의 문화적 콘텐츠로 자리 잡았으며, POP 음악의 역수출을 보여주는 훌륭한 예시가 되었다.

 

마찬가지로 Classic에 있어서 우리는 K-Classic의 선구자가 되어야 한다. 우리의 음악을 만들어 가장 한국적으로 잘 녹여낸다면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으로 음악을 배우러 올 것이다. 그럴 때 우리가 당당하게 K-Classic을 역수출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아직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음악원에서 공부하는 우리들이 기술만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잘 녹여낸 예술에 관심을 갖고, 한국음악을 보여주는 예술가로 성장해서 전 세계에 클래식 음악을 역수출하는 문화사절단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진윤수(음악원 합창지휘과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