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불법 촬영, 우리학교는 어떻게 대응했나

대응 과정에서의 2차 가해와 유명무실한 성범죄 대응 매뉴얼

 

지난 5월 28일 9시 56분 우리학교 영상원 강의동 3층 여자화장실에서 외부인이 불법 촬영을 시도한 뒤 도주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일 1시 피해학생은 영상원 행정실을 통해 사건을 석관 지구대에 신고했고, 순경 2명과 함께 우리학교 방재실에서 CCTV로 용의자를 확인했다. 이후 범인은 사건 발생 8일만인 6월 4일 경찰에 검거되었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해당 사건의 범인을 우리학교 여자화장실에 무단 침입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6월 5일 밝혔다.   

사건이 발생한 영상원 강의동 3층 여자 화장실 앞. 사진 안서연 기자

 

성범죄 대응 과정에서 2차 가해 발생해

이번 사건의 범인은 검거되었지만 마음을 놓기에는 아직 이르다. 총학생회가 5월 31일 게시한 입장문에 따르면 불법촬영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한 교직원은 피해 학생에게 “네가 따라가면서 크게 소리쳤으면 남자들이 도와줬을텐데”라고 말했다. 해당 교직원은 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발언에 대해 2차 가해 소지가 있음을 시인했다. 2차 가해란 피해자가 피해를 자초했다는 식으로 책임을 전가하여 모욕이나 배척 등을 가하는 것을 포함하여 사건을 은폐, 부정하거나 가해자에게 동조함으로써 피해자와 그 주변인에게 또 다른 정신적, 물리적 피해를 주는 행위를 말한다.

 

 총학생회의 입장문에 따르면 사건 직후 교직원의 발화로 인해 피해 학생은 “내가 그때 소리치지 않은 게 잘못인가”라는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성평등 상담실이 게시한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행동 원칙’에는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피해자에게 원인을 돌리지 않고, 피해자에게 자책감을 부추기는 말을 자제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시되어 있다.

유명무실한 성범죄 대응 매뉴얼

또한, 사건 발생 당시 영상원 행정실은 성평등 상담실과 협력하여 대응하지 못했다. 총학생회의 입장문에 따르면 학교는 피해 학생에게 별다른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피해 학생은 1시경 CCTV를 확인한 이후 경위서를 쓰기 위해 지구대로 향할 때 교직원의 동행 없이 혼자 이동해야 했다.

 

 이에 영상원 행정실 소속 오성근 주무관은 “2시에 교학협의회가 있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학생 혼자 가게 했다”며 자신의 불찰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건 당시 성평등 상담실과 협력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오 주무관은 “한발 늦게 자문을 구했다”라며 “대응 매뉴얼이 없다 보니 우왕좌왕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본부는 우리학교에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처리에 관한 규정⌟ 제 10조 3항 “상담실 이외의 학내기관이 신고를 접수한 때에는 지체 없이 이를 상담실에 이송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학생과 김선애 주무관은 “규정을 교직원들이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각 원에 성희롱 성폭력 신고 매뉴얼을 보낼 것이다”라고 밝혔다.

 

 주완수 영상원장은 성범죄 대응 매뉴얼에 관련하여 “영상원 내규에는 성범죄 대응 매뉴얼이 없다”는 실정을 밝혔다. 이어서 “3월 초부터 세 번의 성평등 T/F 구성 회의를 걸쳐 매뉴얼 문제를 논의했다”며 “4차 회의인 6월 18일에 T/F의 학생 구성원들이 이 책자를 리플렛으로 제작하여 직원과 학생들에게 접근 가능하도록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 안서연 기자

공지 과정에서도 혼란 발생해

영상원 A 과 조교실은 당일 오후 4시 20분경 학생들에게 문자메세지로 영상원 여자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 범죄가 발생했음을 공지했다. 하지만 이는 피해자와의 합의 없이 작성된 공지였고, 카메라 위치에 관한 정황 묘사에도 오류가 있었다. 이후 A 과 조교실은 부정확한 내용을 수정한 뒤 사과와 함께 정정 공지를 전송했다.

 

 당시 A과 조교실은 영상원 행정실에게 사실관계를 묻고 공지를 승인받았으나 영상원 행정실 측은 이에 대해 어떠한 사과나 정정 공지를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관련하여 학생과 김 주무관은 “학교측은 원래 사건·사고를 학생들에게 문자로 공지하지는 않는다”며 범죄 발생에 관해 학생들에게 공지하는 것이 의무가 아님을 밝혔다. 따라서 학생들은 범죄에 노출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학내 범죄에 관하여 제대로 된 공지를 받을 수 있는가’는 미지수로 남은 상황이다.

 

불법 촬영 범죄 그 이후 총학생회의 대처

총학생회는 5월 28일 우리학교 학생들 20명과 함께 카메라 설치가 의심되는 구멍들을 막았다. 이후 우리학교 교직원 및 종암경찰서와 협력하여 6월 1일 오전 11시에 교내 불법촬영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총학생회는 화장실 내에 몰래카메라가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시공 등의 이유로 곳곳에 구멍이 존재했다고 밝히며 서초 캠퍼스에서도 빠른 시일 내에 구멍 막기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김태원‧ ‘이’ 기자

lemonadegogo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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