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018년 5월 29일

‘여자도 마음 놓고 사람답게 살고 싶다’

‘몰카 범죄’ 해결책 촉구하는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열려

 

Ⓒ서은수 기자

 

지난 5월 19일, 혜화역 앞에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열렸다. 오후 3시, 여성 집회자들이 드레스코드인 붉은 옷을 입고 혜화역 2번 출구 앞으로 집결했다. 본 집회는 ‘사법 불평등과 편파수사에 대한 규탄과 공정 수사를 촉구’하고, ‘몰카(몰래카메라) 촬영과 유출, 소비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할 것을 주장하기 위해 개최되었다. 이날 집회는 특정 집단 및 단위의 참여가 금지되어 집회 참여자들은 모두 개인 자격으로 참여했으며, 주최 측 추산으로 1만 2천 명이 넘는 참가자가 모였다.

 

 집회는 휴식 시간을 전후로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4시간 가량 이어졌다. 행사의 맨 첫 순서로, 불법 촬영 범죄로 희생된 피해자들을 위한 짧은 묵념이 진행되었다. 그 다음에는 불법촬영을 규탄하는 네 가지 퍼포먼스·노래 및 구호 선창·성명문 낭독이 이어졌다. 집회 중간중간 있었던 구호 선창 시간에는 혜화역 인근 도로가 불법 촬영 범죄와 그에 대한 미온적인 수사를 규탄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로 채워졌다.

 

 “우리는 편파수사를 규탄한다 / 수사원칙 무시하는 사법 불평등 중단하라 / 여성 유죄 남성 무죄 성차별 수사 중단하라 (…) 백팔십 명 몰카찍고 기소유예 웬말이냐 / 범죄자 미래 따위 관심없다 관심없다 (…) 인터넷에 여성 몰카 지금 당장 규제하라 / 뒷모습도 불쾌하다 당해봐야 아는 거냐 / 여자도 마음놓고 용변보고 살고 싶다 / 여자도 마음놓고 창문열고 살고 싶다 / 남자에겐 당연한 것 여자들은 갈망한다 / 여자도 마음 놓고 사람답게 살고 싶다”  

 

 또한 무대에서는 △남성편향 문구 낭독 후 무대에서 찢기 △법전에 액체 괴물 던지기 △셔터 소리와 함께 카메라 그려진 종이 피켓 들기 △포돌이 부수기 등의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각 퍼포먼스는 집회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남성편향 문구 낭독 및 찢기’ 퍼포먼스에서는 집회 진행자가 지금까지 제대로 수사 및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불법 촬영 범죄 사례를 낭독했다. 한 사건당 한 문장으로 정리한 낭독문에는 △2015년 의전원생 몰카 사건 불기소 처분 △2012년 중학교 교사 몰카 사건 집행유예 처분 등의 사례가 포함되어 있었다. 집회 진행자의 낭독이 끝나고, 자원한 참가자들이 무대에 올라 남성편향 문구가 적힌 긴 종이를 찢는 것으로 퍼포먼스가 마무리되었다.

 

 집회의 마지막 순서는 집회의 의의를 다시 새기기 위한 성명문 낭독이었다. 성명문 낭독을 맡은 집회 진행자는 “지금부터 우리가 본 시위에 모인 이유가 무엇인지, 여성을 보호하지 않은 검경과 사법부, 나아가 국가를 향해 분노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공표하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진행자는 “홍대 누드크로키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는, 여성이 피해자였던 불법 촬영 사건들과 다르게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며 “이전까지 경찰은 여성이 피해자였던 불법 촬영 사건에 대해서는 ‘못 잡는다’,  ‘해외사이트라서 검거가 어렵다’ 등 수사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 왔으며, 수사 의지가 있기는 한 건지 의심스러운 태도로 여성의 피해를 외면해 왔다”고 집회의 동기를 밝혔다.

 

(…) 대한민국 헌법 제 11조 1항에서는 이렇게 명시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모든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여성들은 과연 헌법에 명시된 것과 같이 사회적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있는가? 헌법이 말하는 모든 국민에는 여성도 포함되어 있는가? 여성은 국가로부터 정당한 보호를 받고 있는가? 국가는 여성을 국민으로 인식하고 있는가?

 

 본 시위는 자신의 알량한 쾌락만을 위해 동료 시민의 인격을 침해하는 불법 촬영물을 아무 거리낌 없이 생산하고 소비해 온 남성을 규탄한다. 단지 경제적인 이득을 위해 피해자의 존엄을 무시하며 선정적인 기사를 써 대고, 사실과 정황을 왜곡하며, 편파적 보도를 일삼았던 언론을 규탄한다. 그동안 수사가 어렵다, 처벌이 어렵다며 여성들의 피해를 외면하고,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불법 촬영 범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하며 범죄 확산을 방조한 사법부를 규탄한다. 여성들의 용기와 연대의식으로 시작된 me too 운동과 그로 말미암아 발의된 성범죄 관련 법안들에 냉담히 고개 돌리며 계류시키고 있는 입법부를 규탄한다. 국민의 반인 여성들이 겪는 피해에 대해 ‘보듬어주겠다’ 따위의 미온적인 말밖에 못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행정부를 규탄한다.

 

 모든 여성은 남성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의 민주시민으로서 대접받아야 한다.

 국가는 사법에서의 여성 차별을 즉시 시정하라. 즉각적 피해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남성 범죄자를 여성 범죄자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수사하고 처벌하라.

 우리 여성들은 여성들을 해일 위의 조개 취급하는 모든 남성중심적 권력에 분노할 것이다.

 

-2018년 5월 19일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성명문 中-

 

 한편,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처벌은 현행법상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에 근거한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는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연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형량과 달리 지금까지의 불법촬영 사건 처벌은 대다수가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에 그쳤다. 지난 2016년, 한국여성변호사회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 각급 법원에서의 불법촬영 범죄 1심 판결 사례를 조사한 결과, 총 1,540건 중 벌금형에 그친 판결이 71.97%(1,109건)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는 △집행유예 15% △선고유예 7.5% 순으로 많았으며, 징역형은 5.3%에 불과했다.

 

 불법촬영 범죄는 현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이용 촬영 혐의 발생건수는 △2007년 564건 △2011년 1,353건 △2015년 7,730건 △2017년 6,470건을 기록했다.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주최 측은 다가오는 6월 9일 토요일에 같은 장소인 혜화역 2번 출구에서 2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서은수 기자

3unwat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