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018년 5월 8일

학생에게 총장 선거를 위한 한 표가 주어질 때까지

학생 참여 총장직선제 위한 ‘뽑는 맛’ 집회 현장 스케치

이전 정부의 간선제 요구부터 새로운 직선제 바람까지, 대학가 총장 선거의 흐름은?

 

서강대교를 지나고 있는 ‘뽑는맛 행진’ 집회자들Ⓒ하나경 기자

 

지난 4월 28일 이대역 대현문화공원에서 학생 참여 총장직선제를 위한 ‘뽑는 맛’ 집회가 열렸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준비위원회(이하 전대넷)’와 ‘학생참여 총장직선제를 위한 운동본부’가 주최한 이 날 집회는 △고려대 △동국대 △동덕여대 △서강대 △서울대 △이화여대 △카이스트 △한국외대 △한신대 △홍익대(가나다순) 총학생회 등 총 22개 대학 및 단체가 참여했다.

 

 주최 측은 이대역 대현문화공원에 모여 ‘모두발언’과 ‘몸짓패 공연’을 선보였다. 이후 집회 참여자들은 서강대교를 건너 국회의사당 부근까지 행진하여 총장직선제에 대한 시민적 관심을 촉구했다.

 

 전대넷은 당일 배포한 인쇄물에서 △대학 구성원(학생·직원·교원)의 직접 선거를 통한 총장선출 △대학 구성원의 자치권 △학교법인 이사회 및 정부의 총장 최종 선임 권한 제한 △대학 구성원의 총장선출 투표 반영 비율 등의 법적 보장을 요구했다.

 

 집회 ‘모두발언’에서 전대넷 임시의장 이승준 씨는 “문재인 정부 들어 교육부가 발표한 ‘국립대 총장 임용제도 운영 개선방안’에 따라 국립대 총장후보자 선정방식에 대한 정부 제재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 씨는 또 “지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사립대인 이화여대가 총장 선거에서 직접 투표권을 행사했다”며 “총장선출 제도의 변화는 비민주적 대학 운영을 해소하고, 모든 구성원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대학을 만드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최 측은 ‘우리학교 총장선출제도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각 대학의 총장선출제도를 묻고 답하기도 했다. △대학 구성원들의 자치가 충분히 보장되고 있는가? △이사회 및 정부의 총장 최종 선임 권한이 얼마나 강력한가? △대학 구성원간 선거 방식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졌는가? △간선제라면, 총장추천위원회에 어떤 구성원까지 참여하고 있으며, 그중 학생위원의 비율이 얼마나 보장되는가? △직선제라면 어떤 구성원까지 투표에 참여하고 있으며, 구성원 중 학생들의 최종 투표 반영 비율은 얼마나 보장되는가? 등의 질문을 통해 각 대학 총장선출제도의 문제점과 실태를 진단한다는 취지였다.

 

집회자들이 이대역 대현문화공원에서 사전행사를 한 후, 피켓을 들고 행진을 시작하는 모습 Ⓒ하나경 기자

 

 사전 행사를 마친 주최 측은 대형 스피커를 실은 트럭을 선두로 거리행진에 나섰다. 이대역-서강대교-국회의사당을 잇는 차도의 가장 바깥차선에 선 집회 참여자들은 ‘학생도 대학의 주인이다’, ‘학생도 총장 뽑자’, ‘학생의 투표 반영비율 법으로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도심을 가로질렀다. 집회 행렬은 각 대학 및 단체의 요구 사항이 담긴 발언을 들으며 2시간 반에 걸친 행진을 이어갔다.

 

 행진에서 한신대 부총학생회장 정동헌 씨는 “이사회가 지난 총장선거에서 10%가량 득표한 3순위 후보자를 선출했다”며 “[학생들이 이사회실을 찾아가] 이에 반발하자 이사회는 경찰을 불렀고, 그 과정에서 20여 명의 학생이 경찰 조사를 받아 5명은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 씨는 “실질적 총장직선제 시행으로 민주적 대학이 만들어질 때까지 함께 하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또, 서울대 사회대 학생회장 윤민정 씨는 “서울대는 2011년 법인화법이 통과된 이후 이사회가 학교 운영을 독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씨는 “현행 총장선거 방식은 학생 4만여 명에게 사실상 7.6%의 반영 비율만이 주어진다”라며 “[대학 구성원이]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총장직선제를 위해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집회 행렬은 서강대교에 이르러 잠시 멈췄다. 서강대교에서 함성을 지르며 시위 피켓을 격파해 집회 측의 목소리를 국회에 직접 전하겠다는 것이다. 집회 측은 서강대교에 각 대학의 요구를 담은 대형 현수막을 거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집회 행렬은 국회의사당 부근 국민은행 앞까지 진입한 뒤 해산했다.

 

 이번 집회를 주최한 전대넷은 6월 개헌 이후 대학 구성원의 자치권 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을 촉구하는 등 총장직선제를 위한 운동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사회자가 국회의사당 앞에서 행진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하나경 기자

 

대학 자율권 침해해 온 총장 후보자 간선제

대학 총장 후보자 선출은 87년 6월 항쟁을 기점으로 교수가 투표하는 직선제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이는 간선제 또는 임명제에 비해 민주적인 선거를 위한 움직임이었으나, 제도가 고착화되자 교수 간 파벌 형성·선거 과열 등의 문제를 낳아 논란이 일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사립대학이 총장 후보자 선출을 간선제로 전환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정부는 사립대와 같이 ‘간선제의 효율성’ 등을 이유로 들며 국공립대 역시 간선제로 전환할 것을 직·간접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2011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자율적으로 간선제로 전환한 대학에 대해 교수 정원 우선 배정 등의 혜택을 제시했다. 또한 간선제 시행 대학에 가산점을 주는 평가지표를 만들어 대학재정지원평가에 반영했다. 이에 따라 많은 국공립대 역시 총장 간선제를 시행하게 되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동안 이어진 이러한 총장 간선제 유도는 재정지원을 미끼로 대학교육을 통제하려는 목적이 자명하며, 더 나아가 대학의 자율권을 훼손하였다는 데에서 많은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로 인한 여파로 2015년도에는 부산대학교 고현철 교수가 총장 간선제 반대 및 대학의 자율권 보장을 주장하며 투신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정부에 반해 총장 직선제를 끝까지 유지했던 부산대는 결국 정부 지원에서 탈락하기에 이르렀다.[2]

 

붉은 옷을 입고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하나경 기자

 

이제야 빛을 발하는 총장 직선제, 그러나 학생 의견 반영은 아직

2017년, 새 정부가 발표한 ‘국립대학 총장 임용제도 운영 개선방안’에 따라 국공립대의 총장 후보자 선정방식에 대한 정부 제재가 완화되었다. 이에 따라 몇몇 국공립대들이 총장 후보자 선출 방식을 직선제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부가 아닌 이사회의 영향 아래에 있는 대부분 사립대학은 아직 간선제 혹은 임명제를 고수하고 있다.

 

제도상 간선제보다 직선제 하에서 학내 주요사안들에 구성원의 의견이 더 공정히 반영될 수 있어 민주적이다. 하지만 현재 시행되고 있는 총장 후보자 선출 제도는 간선제·직선제 여부와 상관없이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실질적으로 존중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구성원 투표(직선제) 혹은 총장후보추천위원회의 심의(간선제)를 통해 선출할 수 있는 것은 두 명 이상의 최종 후보자이다. 그리고 좁혀진 후보들 중 한 명을 최종 임명하는 권한은 교육부(국립대) 혹은 이사회(사립대)에 있다. 즉 학내 구성원의 권한은 언제까지나 총장 ‘후보자’를 선출하는 데에 그친다. 때문에 앞서 언급한 한신대의 사례처럼, 교육부 혹은 이사회의 재량에 따라 학내 구성원의 여론이 반대하는 후보자가 총장으로 임명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현재의 대학사회에서 학생의 의견이 총장 선출에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비율은 전반적으로 현저히 낮다. 간선제를 시행하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운영하는 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10-20인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학생 위원은 1~2명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직선제를 시행하는 △경북대 △제주대 △충북대 등의 국립대들 역시 학생 투표 반영 비율은 3~4%에 불과하다. 이는 학생들의 총장 선출 참여를 형식적으로 보장하는 데에 그칠 뿐, 실질적인 효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학생을 비롯한 학내 구성원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기존의 총장 선출 방식은 특정 집단의 이익에 치중한 비민주적인 대학 운영으로 이어진다. 한국 대학가에서 발생한 △상지대 김문기 총장 및 재단 비리로 인한 학내분규 △총신대 김영우 총장 사학비리 파문 등은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총장의 비민주적인 대학 운영 실태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뽑는 맛’ 집회 사전행사에서는 학생 참여 총장직선제를 위한 서명 운동이 함께 진행되었다. Ⓒ하나경 기자

 

우리학교 총장 선거가 나아갈 길은

우리학교는 국립대학이지만, 타 국공립대학과 달리 교육부 산하가 아닌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 소속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학교 총장의 최종 임명은 교육부 대신 문체부가 맡는다.

 

우리학교의 기존 총장선거는 전임교수의 직접 비밀투표로 총장 후보를 선출하는 직선제였으나, 2013년 7월 박근혜 정부 시절 타 국공립대학과 마찬가지로 간선제로 바뀌었다. 그리고 현 시점까지 총장임용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를 통한 간선제를 유지하고 있다. 총장 최종후보자 선정 권한을 가지는 추천위 구성원 중 학생 위원은 26명 중 2인에 불과하다. 우리 학교 역시 총장 선출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제도상의 한계 안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 있다.

 

이화여대는 최경희 총장이 사임된 후, 지난 2017년 학생을 비롯한 학내 구성원들이 직접 투표에 참여하는 직선제 형태로 총장 선거가 치러졌다.[2] 당시 선거의 투표 반영 비율은 교수 77.5% 직원 12%였으며, 학생의 투표 반영 비율은 8.5%에 머물렀다. 하지만 당시 이화여대 총장 후보자들이 학생 요구안에 대한 답변과 공약을 준비하고, 학생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가 진행되는 등 이례적인 결과를 이끌어 냈다. 학생이 유권자가 된다면 학생의 목소리가 공동체 운영에 반영될 수 있으며, 총장 후보자가 학생을 대상으로 공약을 내는 상상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최민기·서은수 기자

choiminki1997@gmail.com

3unwater@gmail.com

 


참고 기사

[1]「아무도 동의하지 않는 총장 간선제는, 왜?」, 『한국예술종합학교신문』, 2015.09.30.

[2]「이화여대, 첫 직선제 총장 나온다 … 김혜숙·김은미 교수 결선 투표」, 『MoneyS』, 2017.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