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져나오는 MeToo, 학교는 ‘해결’로 대답하라

2016년 한예종 여성혐오 아카이빙 이후 2018년 MeToo운동까지 우리의 현 상황은?

 

안서연 기자

 

지난 3월 29일 학교 곳곳에 유주은(연극원 연기과 14)외 우리학교 학생 505명이 서명한 2차 공동성명문이 붙었다. 성명문은 △인권센터 설치 △성폭력과 위계폭력에 대한 학생·조교·교수 등 모든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인식개선 및 예방 교육 실시 △모든 고발내용의 진상조사와 결과 여부를 투명하게 공지 △공정하고 확실한 징계와 법적 처벌 △학교의 공식 경로를 이용한 체계적인 입장발표를 요구했다. 총장 및 본부는 학내 인권 문제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해야 하고 교육 및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왜’ 학교를 향해 외치게 되었는가.

현재 연극원 내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은 대자보가 붙어있다. △“여성은 아무래도 남성보다 열등하다” △수업 중에 ◯◯과 여학생들을 불러내 자신의 옆에 앉히고 “예쁜 애들을 내 옆에 앉혀야지 쟤넨 재미가 없어”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중 △“팜므파탈은 그렇게 젖탱이가 크지 않다” △“너네 지금 그 자세 뭔데? 완전 레이프(rape:강간)자세인데 레이프?” △학교에서 술에 취해 지나가는 여학생의 볼에 입을 맞춤 △수업 중 미군의 성고문 사건에 대해 언급하며, 자위 동작을 구태여 재연함. 그 과정에서 ‘좆물이 튀다’ 와 같은 자극적인 표현을 여러 번 쓴 것이 2016년 한예종 연극원 내 여성 혐오 아카이빙 계정에서 이미 고발되었던 내용이라는 것이다.

 

미투운동의 물결로 도래한 학생들의 외침은 전례 없는 것이 아니다. 교수가 학생에게 저지른 성희롱 및 성적 문제 발언을 고발하는 일은 과거부터 있어 왔다. 다만 그때 가해 사실에 대한 공개적인 사과와 적법한 징계가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또다시 울분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여성 혐오 아카이빙 이후 학교는 무엇을 하였던가. 최준호 연극원장은 “2016년 당시 연극원 전체 교수 일동은 입장문을 발표하고 행동수칙을 만들었다. 행동수칙에는 ‘학생들과의 대화 창구를 마련하고 성희롱 성폭력 특강 등을 활성화하겠다’ 등의 내용이 있었지만, 다시 하나하나 따져보니 지키지 않은 것이었다”라고 답했다. 또한 “학생들은 사과부터 원했으나 문제는 교수들이 공식적인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라면서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라고 덧붙였다.

 

학교는 무엇을 ‘어떻게’ 진행 중인가.

현재 학교는 학내 성폭력 위계폭력 문제에 대하여 △원 내 T/F △여성 활동 연구소 △학교 본부를 중심으로 해결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2월 26일 김석만 전 명예교수의 성범죄 가해 사실이 외부언론에 보도된 이후 연극원은 2월 28일, 3월 6일, 8일, 9일 전체 교수회의 및 비상 학과장 회의를 집결했다. 논의는 원 내 성폭력 위계폭력 근절을 위한 TF설치(연극원 TF)로 이어졌다. 현재 연극원 TF 회의는 8차까지 진행되었으며, 최근에는 △가해자 조사 및 징계 △가해자 사과 및 공론화 △재발 방지 및 문화 바꾸기에 목적을 두고 전수조사를 시행하는 사안을 주제로 논의 중이다. 최 연극원장은 “MeToo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강하게 피력했다. 또한, 임기 내 꼭 성폭력 위계폭력 근절 TF 등 학생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자리를 지속할 것이며 “본부와 학생들 사이를 잇는 역할로서 활동하며 학생들의 입장에 무게를 두겠다”고 밝혔다.

 

본부는 6개원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위계폭력 근절을 위한 본부 TF(본부 TF)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진상조사위원회에서는 현재△김석만(연극원 연출과) △김태웅(연극원 극작과) △김광림(연극원 극작과) △황지우(연극원 극작과) 전 현직교수에 대하여 외부 조사위원 4명을 꾸려 조사 중이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앞으로 4월 말경 대상자들과 대면 질의에 착수한 후 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본부 TF는 회의를 진행한 뒤 징계위원회에 징계를 요청하는 절차를 밟는다. 징계위원회는 내부위원과 외부위원이 함께 구성되어 있으며 5, 6월 이뤄질 징계를 결정한다.

 

인권센터 설립 요청에 관해서 편장완 본부 TF 위원장은 “기구를 시급하게 확대 개편해야 한다 생각하고 있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현재 여성 활동 연구소 산하의 성평등 상담소만으로는 성폭력 위계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편 위원장은 “성평등 상담소가 인권센터로 확장될 것이다” 또한 “인권센터는 성평등 상담소, 인권상담소, 교육연구소로 구성되며, 학생·교수·교직원을 포함하여 우리학교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성폭력 위계폭력 근절을 위한 교육과 관련 지식을 연구하는 기관으로 확대 개편하겠다”며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현재 기구표가 만들어졌고, 당장 올해 국고를 요청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여성 활동 연구소는 <예술가의 젠더연습> 공통필수과목으로 개설할 예정이다. 이는 2018년 2학기에 연극원 신입생을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거친 후 2019년 1학기부터 6개원 신입생을 대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또한 매 학기 교수 연찬회 시 성평등 교육 시행에 앞서 이번 학기 중 연극원을 대상으로 2회 실시하며, 각 원 교수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성평등 교육을 안내할 예정이다.

 

여전히 팽배한 불신, 그 원인에 대하여

학교는 학생들에게 이 모든 과정을 성실히 공유했을까? 학생들의 대답은 ‘아니다’라는 입장으로 기운다. 이에 편 위원장은 “21대 총학생회 임기가 끝나고 새 학생회가 출범하기 전 총학생회와 각 원 학생회가 구성되어 있지 않은 기간이었기 때문에 그동안 공식적인 전달 창구가 단절되었다”라며 “소통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덧붙여 “4월 10일부터 총학생회와 원학생회가 생겨서 서로 의견을 주고 받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본부 TF 위원장이 제시한 소통 창구는 누리와 총학생회이다. 하지만 공식적인 입장 표명 외에 학교가 사태에 대응하는 과정을 모든 학생과 공유하기 위한 방법으로 충분한지는 미지수이다. 정보의 격차는 오해를 낳는다. 학교는 공지를 위해 더 구체적이고 지속적으로 눈에 보이는 방법을 택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유주은씨는 “학생들이 2차 가해로 인한 피해를 당하고 방지를 위해 대책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하기 전까지 학교는 경각심이 없었다”고 말하며 “2차 가해에 대한 교육이나 공지가 한발 늦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여성 활동 연구소는 연극원 TF 2차 회의 진행 상황 당시 성평등 관련 인쇄물을 만들어 배포 준비단계에 있었다. 때는 3월 22일이며, 피해자의 고발을 기점으로 약 한 달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지금까지 일련의 사태를 지나오며 학교는 학생들이 움직이고 난 후 뒤따라 움직여왔다. 그렇다면 학교는 진정 학생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나? 학교는 학생들이 피해를 입기 이전에, 불만이 터져나오기 이전에 한 발 앞서 방지책을 내놓아야만 한다.

 

 

이도현 기자

dew.hpoin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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