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018년 4월 23일

망각의 끝이 아닌, 진실의 시작

세월호 참사 4주기, ‘4월 16일의 약속 다짐문화제’

 

ⓒ서은수

 

4년이 흘렀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고 누군가는 그날에 대해 피로감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안산은, 목포 신항은, 광화문 남측 광장에 차려진 분향소는 여전히 세월호의 기억을 지키고 서 있다. 지난 14일, 세월호 4주기를 앞두고 광화문 광장 전체가 다시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북측 광장에는 무대가, 중앙 광장에는 세월호 리본 모양의 전시장이 세워졌다.

 

‘4월 16일의 약속 국민연대(이하 ‘4·16연대’)는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4·16 세월호참사 4주기 국민참여행사’를 광화문 광장과 목포 신항,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진행했다. 14일 광화문 광장에서는 ‘4월 16일의 약속 다짐문화제’가, 15일에는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에서 ‘세월호참사 4년 기억 및 다짐대회’가 열렸다. 그리고 16일 안산 합동분향소에서는 ‘4·16 참사 정부 합동영결식’이 진행되었으며, 영결식 이전에 안산 고잔역부터 합동분향소까지 이어지는 추모 행진이 있었다.

 

광화문 광장 행사는 무대 프로그램, 시민 참여 프로그램, 전시 프로그램으로 꾸려졌다. 북측 광장 무대에서는 △대학생 대회 & 플래시몹 <노란 리본 만들기> △합창공연 ‘진실의 하모니’ △본 행사 <4월 16일의 약속 다짐문화제>가 차례로 진행되었다. 중앙 광장 전시장에서는 △단원고 희생자 기억육필시 △‘나의 노란리본’ 사진전 △만화전 ‘memory’ △구조방기 72시간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사진전 등의 전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서은수

 

기억을 다시 바로 세우는 목소리

 

14일 저녁 7시부터 진행된 ‘다짐문화제’ 본 행사는 음악 및 뮤지컬 공연, 영상 상영, 연대자 및 유가족 발언으로 이루어졌다. 첫 번째로 무대에 선 발언자는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전명석 씨였다. 전 씨는 아직 가족들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5명의 미수습자 조사와 진상규명 정밀조사가 목포 신항에서 진행 중임을 알렸다. 전 씨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 영결식을 시점으로 비로소 온전히 진행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밝히며, 시민들로 하여금 유가족과 끝까지 함께 해 달라는 말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우리는 2018년 4월 16일에 정부 합동 영결식을 진행합니다. 한 켠에는 영결식을 진행하고 나면 모든 게 다 끝나는 거 아니냐는 얘기를 하십니다. 세월호 진상규명은 못 하고 이대로 멈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 하지만 이 자리에서 4·16가족협의회는 촛불국민 여러분들께 이렇게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영결식이야말로 비로소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새로이 시작하는 첫걸음, 제 2의 세월호 참사가 없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4·16가족협의회 전명석 운영위원장 발언)

 

그다음으로 무대에 선 세월호 생존자 김성묵 씨는 “여러분은 저에 대해 사람들의 탈출을 돕고 마지막에 탈출한 사람으로 기억할 것”이라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이어 “희생자분들과 가족분들께 사죄드린다”며, “그날 저는 수많은 생명을 등지고 탈출한 살인 방조자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참사 당시 아이들을 구하지 못했던 기억과, 그 이후에 느꼈던 죄책감에 대해 토로했다. 그리고 그를 밖으로 나오게 한 것은 유가족 연대자의 따뜻한 마음이었다고 고백했다.

 

“사고 후 처음으로 봉사 활동을 통해 유가족들을 만났을 때, 저를 안아주시며 잘 왔다고, 고맙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한 마디가 지난 2년을 숨어 지내고 억눌렀던 차가운 가슴에 따뜻함을 전해주었습니다. 함께여야 했구나, 함께여야 버텨낼 수 있었구나, 함께해야 울부짖음이 아닌 울림이 되는구나. 그리고 그 울림이 세상을 바꿔낼 수 있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우리는 탄핵과 구속을 이루었고, 그날의 거짓도 밝혀졌습니다. 청와대와 해경, 해수부의 조작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제서야 우리는 대국민 학살이 있었던 4월 16일을 향해 하루하루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듯 진실을 향한 더딘 걸음을 시작했습니다.” (세월호 생존자 김성묵 씨 발언)

 

그리고 연세대학교 18학번 신민경 학생과 단원고 유가족 박유신 씨의 발언, 4·16 연대 공동대표의 결의문 낭독이 있었다. 박유신 씨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딸 정예진 양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낭독하며 추모의 물결을 이었다.

 

“세상 사람들이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간절하지만, 그게 쉬운 게 아니라는 걸 잘 알아. […] 우린 더 아플까 봐 꼭꼭 숨기던 마음을 이제 조금씩 내보이며 버티고 있어. 아빠는 청년이 된 동생 양복을 사 입히며, 엄마는 그 모습을 보며, 스무 살이, 또 스물두 살이 되었을 너를 상상했고, 상상밖에 할 수 없는 현실에 가슴이 또 무너진다. […] 그곳에서 너희가 내준 숙제를 열심히 해서 꼭 밝혀 줄게. 조금만 더 그리워하다가 꼭 다시 보자.” (단원고 2학년 3반 정예진 양 어머니 박유신 씨 발언)

 

유가족과 연대자 발언 사이사이의 시간은 △아트프로젝트 그룹 ‘리본’ △가수 이상은 △임정득 △전인권 등의 예술인 공연으로 채워졌다. 이날 광화문 광장에 집결한 시민들은 주최 측 추산으로 만오천 명에 달했다. 시민들은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미수습자를 가족 품에’, ‘기억하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촛불을 들었다.

 

중앙 광장 전시 프로그램 중 ‘세월호 만화전 – memory’ ⓒ서은수

 

탄핵의 바람이 이뤄내지 못한 것

 

탄핵의 바람이 불던 2016년 12월, 당시 마련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에는 ‘세월호 참사 부실 대응’이 주요 항목으로 포함되어 있었다. 탄핵소추안은 박 전 대통령의 행동이 헌법의 생명권 보장 조항을 위반하였으며,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지 않은 직무유기라고 명시했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이 참사 발생 후 7시간 동안 종적을 감추었던 ‘세월호 7시간’ 행적 진실규명에 비협조와 은폐로 일관하여 국민들의 알 권리를 침해했다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하지만 2017년 3월 탄핵 공판 당시, 헌재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와 같은 책임을 탄핵 사유에 포함하지 않은 판결을 내렸다.

 

탄핵이 가결될 당시는 ‘세월호 7시간’ 의혹을 풀 중요한 단서인 검찰 수사가 종결되기 전이었다. 수없이 지지부진했던 검찰 수사는 지난 3월 28일, 참사 후 4년이 지나고서야 비로소 결과가 나왔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참사 당시 관저에 머물고 있었다는 점 △보고를 받은 시각 및 인명구조 지시 사실을 조작한 점 △국가안보실이 보고를 신속하게 처리하지 않아 골든타임을 허비한 점 등의 정황을 밝혔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 측에서 실시간으로 보고를 받고 제시간에 인명구조를 지시했다고 주장한 내용은 대부분 거짓으로 밝혀졌다.

 

“최근 박근혜 1심 선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월호에 관련된 형량은 없었습니다. 저희는 탄핵소추안의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에서 인정받을 수 없었습니다. 최근 밝혀진 검찰의 발표가 [더 일찍 밝혀졌다면], 국민들의 알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었다면, 우리 아이들의 희생이 탄핵소추안에 담길 수 있었을 것입니다.” (4·16가족협의회 전명석 운영위원장 발언)

 

노래하고 있는 전인권 씨 (위) / 남측 광장 세월호 분향소 (아래) ⓒ서은수

 

진실을 위해 다시 일어서는 특별조사위원회

 

세월호의 침몰 원인과 구조 방기의 진실을 규명해야 했던 ‘4·16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1기 특조위’)는 2015년에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직원 채용과 예산 확보의 문제로 1기 특조위가 실제 조사에 착수할 수 있었던 기간은 충분치 않았다. 심지어 새누리당 추천의 부위원장 두 명이 특조위 폐지를 주장하고 사퇴하는 등, 당시 여당을 비롯한 박근혜 정부의 훼방이 이어졌다. 결국 2016년 6월 30일, 박근혜 정부는 1기 특조위에 강제 해산 통보를 내리기에 이른다.

 

그로부터 1년 10개월이 지난 현재,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이하 2기 특조위)가 진상조사를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2기 특조위가 이전의 한계를 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산이 존재한다. 가족협의회 및 4·16연대는 1기에 이어 2기 특조위에도 상임위원으로 추천된 자유한국당 황전원 의원의 제명을 요구하고 있다. 황 의원은 1기 특조위 당시 ‘특조위가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 ‘‘세월호 7시간’ 행적을 조사하는 것은 해괴한 짓이다’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제야 진실의 조각들이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습니다. 왜 구조를 하지 않았는지, 왜 침몰했는지, 왜 지독하게 진상규명을 방해했는지. 그렇기에 2기 특조위의 과제는 막중합니다. 그런데 황전원이라는 자가 특조위 상임위원으로 다시 왔습니다. 이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  4·16 이전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 때까지, 우리의 행진을 멈출 수 없을 것입니다.” (4·16 연대 공동대표 박래군·안순호 위원 결의문 낭독)

 

ⓒ서은수

 

지지부진하던 세월호 인양 작업은 지난해 3월 22일, 참사 1072일 만에 시험인양에 착수했다. 그다음 달 11일에 세월호를 목포 신항 육상에 거치 완료함으로써 비로소 완전한 인양이 이루어졌다. 이내 2014년 11월 정부의 세월호 수색종료 선언(탑승객 476명 중 172명 구출·295명 사망·9명 실종)에서 실종자로 남은 아홉 명의 미수습자에 대해 조사가 이어졌다. 그리고 아직 다섯 명의 미수습자가 발견되지 않은 채 세월호에 남아 있다.

 

아직 세월호 참사는 끝나지 않았기에, 4년이라는 시간은 망각의 시간이 아니었다. 잊지 말자는 새로운 다짐을 할 때가 다시금 돌아왔다. 그렇기에 이날의 ‘다짐 문화제’는 다음과 같은 사회자의 말로 마무리되었다. “목포에서, 안산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해 주세요. 이제 시작이라는 이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우리 잊지 않고 다시 시작합시다.”

 

 

서은수 기자

3unwat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