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2018년 4월 23일

세월호 유가족 편지 묶어낸 『그리운 너에게』 출간

네 번째 봄, 아이들의 이름을 다시 불러주세요.

 

세월호 유가족 110명이 쓴 편지글을 묶은 책 『그리운 너에게』(후마니타스)가 출간되었다. 유가족들이 직접 기획하고 펴낸 첫 번째 책이다. 책에 실린 편지의 육필은 www.416letter.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리운 너에게』 Ⓒ후마니타스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아이들의 시간이 멈춰버린 후 4년이 흘렀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의 문화적 트라우마가 되었다. 사회학자 제프리 알렉산더가 정의한 문화적 트라우마는 집단이 어떤 사건으로 인해 사회 기반과 의미체계가 무너지는 트라우마를 함께 경험하였다 ‘간주’하고 ‘합의’함으로써 조성되는 것이다.

 

세월호 침몰 당시 언론에서는 관련 보도를 실시간으로 전했다. 무고한 생명을 떠나보낸 원통함은 유족만 느끼는 것이 아니었다. 국민 다수가 사건을 목격하고 있었고 고통을 간접적으로 체험했다. 국민의 슬픔과 분노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시위의 불씨를 제공했다. 그리고 그해 촛불 시위가 계기가 되어 국회의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었다. 국민이 사회 기반과 의미체계를 제 손으로 갈아치운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겪은 문화적 트라우마는 극복되었을까.

 

침몰 이후 4년이 지난 지금, 세월호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 생겼다. 세월호 추모 공원을 두고 겪는 갈등이 바로 그 사례이다. 지난 2월 20일 제종길 안산시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안산 화랑유원지 내에 봉안시설을 갖춘 세월호 추모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공원의 설립은 “시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추모공원을 만들자”던 유가족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숙원 사업이다. 반면 일부 단체에서는 “화랑유원지에 ‘납골당’을 설치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단원고 416 기억교실’을 둘러싼 논란도 있었다. 유족들은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사용한 교실 원형 그대로 보존하길 원했지만 단원고 일부 학부모들의 반발로 교실은 안산 교육지원청으로 임시 이전하였다.

 

과거 세월호 참사는 유족과 국민 간의 집합적 사건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유족과 함께 국민은 국가를 가해자로 지목하고 맞섰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세월호 추모는 정치적인 것으로, 상실은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되기 시작했다. 집합에서 개인이 된 것이다. 발단에는 두 가지 키워드가 있었다. ‘보상금’과 ‘천안함 사건’이다. 세월호 1주기가 되던 2015년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희생자 보상금을 정부지원금과 상관없는 모금액까지 포함하여 발표하였다. 보수 언론들은 이 보상금액을 강조하면서 유족들이 개인들의 이득 챙기기에 급급한 것처럼 매도했다. 천안함 호국 열사들과 세월호 희생자들을 비교하기도 했다. 호국 열사들을 공적인 죽음으로, 세월호 희생자들은 사적인 죽음을 나누어 죽음끼리 우위를 논하는 싸움을 붙였다.

 

물론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하지만 세월호를 비극과 혐오 사이에 위치시키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세월호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상태이다. 즉, 우리는 여전히 트라우마 안에 있는 것이다. 트라우마는 겪은 고통을 확인하고, 그 고통의 의미를 고민과 대화로 풀어나가며, 종국엔 기념과 추모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는 진상규명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의미를 논하기에 앞서 몇몇은 상처가 나의 것이 아니라고 미루어 버렸으며, 추모 공간은 4년째 지지부진하게 논의되다 이제야 착수에 돌입했다.

 

그래서 『그리운 너에게』는

 

유족들은 얘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트라우마 한 가운데에서 세월호를 외면하고 떠난 사람들을 부르고자 했을 것이다. 책의 출판사 후마니타스는 이렇게 전했다 “이 편지를 전해주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이 편지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집단의 경험이었다. 우리는 모두가 상처 입었다. 그리고 그 상처로부터 회복되길 바라고 있다. 회복은 잊어서 되는 것이 아니다. 기억에서 찾아온다. 유족들의 손편지는 표류 중인 상처를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이렇게 다짐한다.  

 

봄이 올 때마다 기억하겠습니다.

아이들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삼킨 바다를

한국 사회처럼 기울어졌던 배의 모습을

눈멀었던 자들의 국가를.

 

서혜원 기자

hyeohtwo@gmail.com

 

                       

참고자료: 박혜조, “세월호 참사 이후 시각예술가들의 감정체험 및 표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