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018년 4월 9일

장위 7구역에 봄은 오지 않았다

폭력 집행, 불법 용역 개입 … 사람이 없는 강제 철거 현장

 

강제집행 당일 조한정 씨 주거지 앞 ⓒ돌곶이포럼 박철우

강제집행 당일 조한정 씨 주거지 앞 ⓒ돌곶이포럼 박철우/권순현

 

3월 29일 오전 9시 40분, 장위동 197-54번지 조한정 씨의 자택 앞으로 백여 명이 넘는 용역이 모여들었다. 이내 옥상에 설치된 사이렌이 울리며 강제 집행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렸다. 집회 참여자들은 “대책 없는 강제철거 중단하라”, “살인적인 강제철거 중단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농성했다. 장위7구역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측의 용역과 장위7구역철거민대책공대위(이하 ‘철대위’) 측의 집회 참여자들은 조한정 씨 자택 마당을 사이에 두고 두 시간가량 대치했다.

 

 이날 집행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명패를 달지 않은 불법 사설 용역으로 추정되는 자들이 집회 참여자에 의해 목격되었다. 또한 한 여성 집회자는 용역의 손에 밀려 넘어져 바닥에 머리를 부딪쳤고, 한참 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집회 참여자들은 집회 방해 행위자 및 불법 용역을 관할 경찰서에 수차례 요구했으나, 출동한 경찰은 용역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후 11시 40분경 집행관에 의해 중단 선언이 내려졌다. 재개발 지구 장위 7구역에서 일어난 3월 들어 네 번째 강제 철거 시도였다.

 

 

명분은 ‘공익 사업’ … 동절기 금지 명령에도 계속돼

 

장위동은 2005년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뉴타운 시범지구’로 선정한 재개발 지역 중 하나이다. 서울시는 장위동을 15개 구역으로 나누어 ‘공익사업’이라는 명목 하에 차례차례 재개발 사업에 돌입했다. 장위 7구역 거주민들은 재개발 이후 들어설 아파트 분양권을 가지게 된 ‘조합원’과, 아파트 분양권을 포기하고 보상금을 받아 이주하기로 한 ‘현금청산자’로 나뉘게 되었다. 서울시는 장위 7구역의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수용권을 민간단체인 조합에 위임했다.

 

 아파트 착공을 진행하기 위해 하루빨리 현금청산자들을 장위 7구역으로부터 몰아내야 했던 조합은 2017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강제 철거에 돌입하였다. 강제 철거 도중 불법 사설 용역 고용과 폭력적인 상황이 잇따르자, 서울시와 성북구는 이를 우려하여 조합 측에 동절기 강제 철거 금지 행정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조합은 이를 어기고 12월부터 1월 5일까지 16차례의 강제 철거를 강행했다.

 

 현금청산자들은 공정하지 않았던 감정 평가로 인해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보상금을 제시받게 되었다. 이들은 이후의 대책도 잃고 고스란히 철거민이 되었지만, 연이은 폭력적인 강제 철거에 끝까지 대응하지 못하고 하나둘씩 조합과 합의를 보았다. 그렇게 강제집행이 진행되는 동안 600여 가구가 장위 7구역을 떠났다.

 

 조한정 씨가 위원장을 맡아 꾸려진 철대위는 폭력이 동원되는 강제 집행이 아닌 협의체를 통해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 중재 하에 조합과 철대위 사이에 협의체가 마련되었다. 하지만 조합은 보상 대책을 밝히지 않고 세입자를 배제하는 등 철대위와 합의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2개월 동안 진척이 없었던 협의체는 결렬되고 말았다.

 

 

강제집행 당시 조합 측 경비원(용역)들이 집회 참여자 진입을 막고 있다. ⓒ 돌곶이포럼 박철우

강제집행 당시 조합 측 경비원(용역)들이 집회 참여자 진입을 막고 있다. ⓒ 돌곶이포럼 박철우/권순현

 

 

강제 집행 중 부상자 속출 …  끝나지 않는 투쟁

 

협의체가 결렬되고, 봄이 되자 조합의 강제 집행은 다시 시작되었다. 3월 8일, 노부부와 미성년자 등 5명이 사는 가구에 강제 철거가 시도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 집행은 3월 14일, 세 자녀와 50대 부부가 거주하는 구 아무개 씨 가구였다. 이날 철거민들과 집회 참여자들이 용역 저지선을 뚫고 집회 장소인 집 앞 골목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과격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구 씨의 미성년자 자녀 이 씨 역시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하던 중 용역업체 직원에게 목을 졸리고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당해 온몸에 타박상을 입었다.

 

 조한정 씨는 “강제 집행을 막아내는 과정에서 구 씨의 아들이 온몸이 멍투성이가 되었다”며 “아들을 지켜본 구 씨는 ‘죽음을 각오하고 싸울 수 없다’며 [투쟁을] 포기하고 나가게 되었다”고 전했다. 구 씨와 장위동에 남아 있던 또 다른 철거민 심모 씨는 두 번째 집행 이후 조합과 협상하고 장위동을 떠났다. 이로써 장위 7구역에 남은 가구는 조한정 씨 가구가 마지막이 되었다.

 

 조합과 조 씨와의 합의는 순탄치 않았다. 조 씨는 조합이 내놓은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고, 결국 협상은 결렬되고 말았다. 그리고 3월 23일 오전 11시, 조 씨 자택으로 포크레인과 지게차 등 중장비가 동원된 강제 집행이 진행되었다. 집행 때마다 불어나던 조합 측 용역 인원은 이날 6~70명에 달했다. 당시 상주했던 집회 참여자들이 가까스로 강제 철거를 막아내는 데 성공했으나, 예고 없는 집행으로 참여자의 수가 적었던 상황이었기에 용역에 의한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날 한 여성 참여자는 철근에 머리를 부딪쳐 응급실로 호송되었으며, 집회에 참여했던 우리학교 학생 한 명도 타박상을 입었다.

 

 이날 조합장과 조 씨 사이에 또다시 협상 자리가 있었으나 역시 진전이 없었다. 당시 집행관은 조 씨에게 “조합 제시안에 대해 5일 동안 시간을 줄 테니 회답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후 철수했다. 그로부터 6일 후인 29일, 통보대로 이전보다 훨씬 늘어난 200여 명의 용역이 재집행 시도를 하기에 이르렀다.

 

 

옥상에서 투쟁 중인 조한정 씨 ⓒ 돌곶이포럼 박철우

옥상에서 투쟁 중인 조한정 씨 ⓒ 돌곶이포럼 박철우/권순현

 

강제집행 도중 넘어져 일어나지 못하는 집회 참가자 ⓒ 돌곶이포럼 박철우

강제집행 도중 넘어져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집회 참가자 ⓒ 돌곶이포럼 박철우/권순현

 

민원도 신고도 모르쇠 … 공권력의 무력한 대응

 

 조합은 장위 7구역 강제 철거 동안 △동절기 불법 강제집행 △집회 방해 △불법 용역 동원 △폭력 등의 위법 소지가 있는 행위를 일삼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신고와 민원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인권 보호팀과 관할 경찰서는 조합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29일 집행 직후, 집회에 연대하고 있는 노동당 성북구당원협의회는 신고되지 않은 불법 용역이 집행에 가담한 사실에 대해서 관할 경찰서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경찰서 측은 “배치된 경비원(용역) 중 미신고된 인원은 없으며, 일반 경비원들을 제외한 용역 인원들에 대해선 경찰 측에선 알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강제 집행이 발생할 때마다 현장에 투입된 용역들은 집회 장소로 신고된 거주지 앞을 원천 봉쇄하여 집회자의 통행을 막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는 용역의 집회 방해로 볼 소지가 있으나, 별다른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집회 참여자들이 이에 대해 서울시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지난 3일 서울시 주거사업과로부터 “신고된 철거용역이 집행 방해자의 통행을 막은 건 위법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라는 회신이 돌아왔다.

 

 국가가 공공사업을 하는데 필요한 토지는 토지 수용법에 의하여 강제 수용할 수 있다. 조 씨는 이에 대해 “공익사업을 원래는 서울시가 해야 하는데 민간에 다 위임한 상태”이며 “자기 손에는 피를 안 묻히겠다는 심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조 씨는 “국가의 업무를 대행하는 사람이 [위법 행위를 한다면]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데, 왜 빠져나가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돌곶이포럼과 타 연대 단체들이 금요일마다 진행한 <장위 7구역 문화제>에서 공연하고 있는 음악인들 ⓒ 돌곶이포럼 박철우, 권순현

돌곶이포럼과 타 연대 단체들이 금요일마다 진행한 <제 7구역 문화제>에서 공연하고 있는 음악인들 ⓒ 돌곶이포럼 박철우/권순현

 

장위동의 봄을 위한 문화제의 밤

 

강제 집행이 있었던 다음날인 3월 30일 저녁, 197-54번지 마당에서는 돌곶이 포럼이 주최한 <장위동 불바다 : 제7구역 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김동원 감독의 다큐멘터리 <상계동 올림픽>, 오쟁의 <블라인드 필름>이 차례로 상영되었으며, △야마가타 트윅스터 △이형주 △더 케겔 무브먼트 등의 음악가가 공연하며 연대 의지를 다졌다.

 

 돌곶이 포럼 단원 오승원 씨(영상원 방송영상과 17)는 문화제 기획 의도를 묻는 질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로 [행사를 열어] 학생들과 장위동을 이어볼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또한 오 씨는 “예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생각한다”며 “바로 눈앞에서 누군가의 삶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지금 하는 예술의 의미는 무엇일까 고민을 한다”고 말했다. 돌곶이 포럼 외에도 집회에 연대하고 있는 △옥바라지 선교센터 △궁중족발 음악회 등 여러 단체가 정기적으로 기도회와 음악회를 열어 집회 참여자를 모아 왔다.

 

 현재 장위 7구역은 29일 집행 이후로 강제 집행 사태가 일단락된 상태이다. 하지만 이전에도 당사자에게 사전 통보 없이 집행이 이루어지는 일이 잦았기에, 추후 갑작스러운 집행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신희철 노동당 성북구당원협의회 부위원장은 집회 참여자들에게 “만약을 대비해 철거민 동지들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재개발의 그림자가 드리운 지 6개월, 무너진 삶의 터전을 뒤로 하고 많은 이가 떠났다. 하지만 아직 이곳에 사람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서은수 기자

3unwater@gmail.com


장위 7구역 강제 철거 사태 타임라인

2017.11 장위 7구역 강제 철거 본격화

조한정 씨 철거 협박에 자살기도

2017. 12~1 조합, 동절기 강제 집행 금지에도 불구하고 16차례 강제 집행
2018. 1~2 서울시 중재 하에 1차 협의체 추진되었으나 결렬
2018. 3. 8 노부부 거주지 강제 집행 시도
2018. 3. 14 구모 씨 거주지 강제 집행 시도

구모 씨 아들 이모 씨(17) 용역에 의해 온 몸에 타박상

2018. 3. 19~22 2차 협의체 추진, 조한정 씨 합의 결렬
2018. 3. 23 조한정 씨 거주지 197-54번지 강제 집행 시도

지게차·포크레인 등 중장비 동원

여성 참여자 한 명 철근에 부딪혀 응급실로 이송

집행관 ‘5일 줄 테니 생각해보라’ 통보 후 철수

 2018. 3. 29 조한정 씨 거주지 재집행 시도

200명 남짓의 용역 가담 추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