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전염되는 예술가들을 위한 평상 – 최근 개업한 석관동 이리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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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아지트 같은 카페가 있다. 예술가들을 단골로 거느린 카페. 낭독회나 공연 같은 문화예술 관련 행사를 자주 여는 카페. 카페라기보단 복합문화공간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카페. 이리카페다. ‘그’ 이리카페가 석관동에 분점을 냈다. 소식을 들은 이곳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괜찮은 카페가 새로 들어섰다고 좋아하는 반응과 그 괜찮은 카페가 어째서 이런 삭막한 동네로 들어왔는지를 궁금해하는 반응. 나는 후자에 속했다. 그래서 이리카페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가서 묻고 싶었다. 도대체 이 동네에 왜 왔어요?

4월 17일 취재를 위해 이리카페를 찾았을 때, 김상우 사장은 마당에 있는 벤치에 앉아 있었다. 담배를 피우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는 마당에서 인터뷰하자고 했다. 야외에서 인터뷰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동네 사람과 평상에서 이야기하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조금 묘한 기분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첫 질문으로는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던, 석관동에 분점을 낸 이유에 관해 물었다. 그러자 김상우 씨는 서교동에 있을 때부터 다음 장소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 생각한 장소는 제주도나 파주 헤이리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석관동 대공분실에 공연하러 오면서 지금 카페가 있는 골목을 지나가게 되었다고 했다. “그때 이 골목을 몇 번 오가게 됐어요. 그러다가 ‘여기도 괜찮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석관동의 어떤 부분에 마음에 들었느냐고 묻자, 그는 “일단 쌌어요. 상수동은 너무 비싸”라고 하며 웃었다. 상수동과 석관동은 지대가 세 배 정도 차이가 난다고 했다. 서교동에 있던 이리카페가 상수동으로 이전하게 된 것도 지대 때문이었다. 그것을 두고 많은 사람이 홍대가 상업적이기만 한 곳으로 변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것에 대해 그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했다. “그게 사이클인 것 같아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도 그랬었고.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그 사이클이 너무 빨라졌다는 거에요. 그게 유감스러워요. 보통은 그런 사이클이 10년을 주기로 하거나 10년이 넘는 시간을 주기로 하거든요. 그런데 상수동은 5년 정도에 끝장나버렸어요.” 그는 상수동에 카페가 하나둘 들어서면서 부동산 가격이 두 배가량 뛰었다고 했다. “작년에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으로 가장 핫한 동네가 상수동이었어요.” 그가 말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가 국가에서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을 거라고도 덧붙였다. “자꾸 이러게 되면 결국엔 거대 자본들만 배를 불리는 것밖에는 안되거든요. 우리나라는 맨날 관심 있게 골목상권 골목상권 하는데, (골목상권을) 법적으로 보호하고 하는 게 없으면 앞으로도 힘들 거에요.”
그는 석관동으로 분점을 내게 된 두 번째 이유로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꼽았다. “두 번째로는 예술학교. 거기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한다는 양반들이 모여서 공부하는 곳이잖아요.” 그의 대답을 듣자, 실제로 이 동네와 한예종 학생들을 겪어보게 된 지금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그에게 석관동의 첫인상과 한예종 학생들의 첫인상이 어떠했는지를 물어보았다.
그는 먼저 동네에 대한 인상을 이야기했다. 대공분실에 대한 인상이 강하게 남았는지 그런지 음 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개업했을 때 동네 분들의 반응도 호의적이지 않았어요. 떡을 돌려도 문도 잘 안 열어주시고……. 흥이 있는 동네는 아닌 것 같았어요. 조용조용하고. (주민들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걸 싫어하고 피해받는 것도 싫어하고.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한예종 학생들에 대해서는 미인이 많아서 좋다는 평을 했다. 그리고 아직 학생 같은 모습이 상수동 손님들과 비교된다고 말했다. “상수동은(상수동 이리카페를 찾는 손님은) 졸업을 하고 현장에서 예술가로 활동하는 사람들이잖아요. 여기는 거의 학생들이잖아요. 그러니까 풋풋하죠. 꿈도 있고. 그쪽은(상수동 손님) 그게 뭐야 벌어 먹고 살아야지 그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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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동을 찾는 손님 중 상당수가 예술가들이라는 것은 이미 유명한 이야기다. 김동영 작가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리카페가 없었으면 자신의 책이 나오지 않았을 거라고 말하기도 했고, 김경주 시인도 이리카페를 작업실 삼아 글을 쓴다고 했다. 이렇듯 예술가들이 유독 이리카페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에 관해 묻자 그는 카페를 찾는 예술가들이 이리카페가 지향하는 점을 좋아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리카페가 추구하는 게 그런 거에요. 평상 같은 것. 누구나 걸터앉아서 이야기하고 이야기하는 것 듣다가 살짝 끼어들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관계하기를 원하고 (서로에게) 관여하기를 원해요. 예술이라는 것은 자기만의 방에 들어가서 하는 장르지만, 거기서 외로움을 많이 느끼잖아요. 나와서 평상 같은 곳에서 서로 이야기도 하고 교감하고 서로 새로운 것을 재생산하는 것을 이리카페가 좋아해요. 그런 것을 김경주나 하림. 그런 양반들이 좋아하나 봐요.”
이리카페가 자유로운 소통의 공간을 지향한다는 그의 말은 매력적으로 들렸다. 그러나 한국에 그런 카페 문화가 아직 정착된 것 같지는 않았다. 카페를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의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지 다른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런 소통 문화는 한국에서는 아직 요원한 일 같다고 말했더니,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게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에요. 가게에 자주 오시면 알게 될 거에요. 관계라는 게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방법들이 있더라고요.”
이리카페가 예술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여겨지게 된 것에는 예술가 단골뿐 아니라, 카페에서 열리곤 했던 문화예술 관련 행사도 한몫한다. 석관동에 이리카페가 들어섰을 때, 그것을 기대한 이들도 많았다. 그래서 그에게 석관동에서도 문화 예술 관련 행사를 기획하고 있느냐고 묻자,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 석관동에서는 상수동에서 했던 것보다 더 재미있고 자유롭게 진행할 거라고 말했다. “여름에 영화제를 기획하고 있어요. 학생들 작품을 가지고. 너희(학생)는 기획하고 우리는 공간을 내주고. 그런 식으로 해서 진짜 극장처럼 몇 시에는 어떤 작품이 나오고 하는 식으로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오징어도 구워 팔고.”
그리고 그는 한예종 학생들과 가게의 교류를 통해 재미있는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석관동에 와서 이리카페에서 발행하는 잡지인 <월간 이리>와 함께하는 팟캐스트도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는 카페에서 열렸던 낭독회 같은 문화예술 관련 행사나, 상수동 단골손님 중 하나인 한예종 졸업생들 이야기, 그리고 석관동 학생들 이야기를 팟캐스트를 통해 방송할 거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들으면 재미있을 이야기들이 많아요. 방송은 6월에 시작할 거예요.”
마지막으로 그에게 석관동 이리카페가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누구나 편안하게 앉아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평상 같은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예술은 소비되는 게 아니라 생산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예술이 생산되려면 서로가 서로의 생각에 전염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생산하고 전염되고.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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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수. 이주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