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018년 4월 9일

Anonymous for the Voiceless
소리 없는 동물을 위한 무명의 헌신

서울팀, 지난 12월부터 10차례에 걸쳐 동물권 보호 거리 운동 나서

서울팀 이화진 씨와의 인터뷰

 

‘진실의 큐브(Cube of Truth)’ 운동 현장ⓒAnonymous for the Voiceless

‘진실의 큐브(Cube of Truth)’ 운동 현장ⓒAnonymous for the Voiceless

 

《한국예술종합학교신문》 사회부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작은 혁명들에 주목하고자 한다. 지난 12월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물권 운동 단체 ‘Anonymous for the Voiceless(이하 AV)’의 서울팀이 조직되었다. 비건 활동가 두 명이 만나 동물권 운동에 발을 내디딘 서울팀은 현재 30여 명이 넘는 활동가가 합류한 상태다. 이에 사회부는 한국 동물권 운동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AV 서울팀을 만났다.

 

AV는 어떤 단체인가

AV는 거리에서 시민과 직접 소통하는 동물권 단체이다. 우리 단체는 평화적 시위인 ‘진실의 큐브(Cube of Truth)’ 운동(이하 큐브 운동)을 통해 전 세계 동물성 제품 생산에 감춰진 ‘진실’을 영상으로 알리고 있다.

 여기서 ‘진실’은 공장식 축산과 도살장이 소비자에게 의도적으로 감추고 있는 동물 착취의 현실을 말한다. 우리는 영상으로 이를 목격하고 궁금증을 갖는 시민들에게 인간이 동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우리 단체의 목표는 이러한 대화와 정보 제공을 통해 동물권에 대한 시민의 인식을 개선하고 비건(Vegan)과 비거니즘(Veganism)이 동물들이 받는 고통을 줄일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AV와 큐브 운동은 2016년 호주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후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등 전 세계 60개국, 500개 도시에 로컬 팀이 생겨 각지에서 매주 큐브 운동을 하고 있다. 각 로컬 팀은 매회 운동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동참했는지 기록하고, 이를 지역별 또는 국가별로 집계하고 있다. 현재까지 약 6만 5천 명의 사람들이 그들의 식단에 있던 불필요한 폭력에 눈을 뜨고 비건 채식을 진지하게 고려해 보겠다고 답했다.

 

AV가 바탕을 둔 비건과 비거니즘은 무엇인가

채식주의는 개인에 따라 그 기준과 실천 방법이 다양하다. 건강을 위해 채소 위주로 식사하거나 눈앞의 고기를 먹지 않는 것만으로도 동물을 위한 채식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중 비건은 가장 적극적인 채식주의자로 모든 동물성 제품을 소비하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들은 우유 한 잔, 아이스크림 한 숟가락, 달걀 한 개에도 동물의 고통과 죽음이 연관되어 있다고 인식한다. 이처럼 동물을 이용하고 착취하는 데 반대하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삶의 방식을 비거니즘이라고 한다.

 

ⓒAnonymous for the Voiceless

ⓒAnonymous for the Voiceless

 

동물권과 채식주의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은 어떠한가

여러 동물권 단체 덕분에 한국사회도 동물권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비건 식당, 제과점, 비건 채식 정보, 비건 축제 및 행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큐브 운동을 하며 서울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어보니 꽤 많은 사람이 채식에 대해 좋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육식 문화가 만들어 놓은 채식의 상대적 불편함 △영양에 대한 우려 △채식 실천에 관한 정보 부족 때문에 채식을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태껏 여러 동물권 단체가 있었지만 궁극적으로 채식주의와 비건 및 비거니즘에 대해 메시지를 전달한 단체는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만약 한국에 큐브 운동이 퍼진다면 채식에 대한 오해를 풀고 육식의 진실을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동물성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동물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도 분명히 알릴 수 있을 것이다. 동물을 향한 사랑을 바탕으로 채식에 대한 인식을 개선한다면 한국사회 곳곳에도 비거니즘의 씨앗을 뿌릴 수 있다고 믿는다.

 

AV 서울팀은 어떻게 모였고, 다른 동물권 단체와 무엇이 다른가

모든 동물권 단체들의 활동 방향과 목표는 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동물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데에는 모두가 한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AV는 비건 활동가로 이루어진 글로벌 동물권 단체이며, 독자적인 동물권 운동인 큐브 운동을 진행한다는 데서 정체성을 갖는다.

 AV는 종차별주의(speciesism)에 반대하는 이념을 가진 단체이다. 종차별주의는 인간이 우월하다는 가정 아래 비인간 동물을 종(種)에 따라 △애완동물 △가축동물 △실험동물 등으로 나눠 차별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 단체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가 평등하다는 생각으로 개나 고양이뿐만 아니라 소·돼지·닭·양·물고기 등 모든 동물의 권리를 똑같이 중요하게 여긴다.

 서울팀은 종차별주의에 반대하고, 한국에 비거니즘을 알리고자 하는 두 명의 비건 활동가가 만나 꾸려졌다. 지난 2017년 12월 신촌에서 첫 번째 큐브 운동을 펼친 이후 각지에서 비건 활동가들이 모였다. 서울팀은 지금까지 약 5개월에 걸쳐 10차례의 큐브 운동을 진행했고, 현재 30명이 넘는 비건 활동가와 함께 서울 거리에 나가 동물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Anonymous for the Voiceless

ⓒAnonymous for the Voiceless

 

AV와 서울팀은 현재까지 어떤 활동을 해왔고,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지 궁금하다

AV는 전 세계의 모든 로컬 팀이 큐브 운동에만 집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2016년 단체 출범 이후 지금까지 큐브 운동에 단체의 온 열정을 붓고 있다. 글로벌 단체인 만큼 전 세계 로컬 팀들과 함께 글로벌 운동을 기획하기도 한다. 올해 6월에는 전 세계 AV 로컬 활동가들이 베를린에 모여 24시간 동안 이어지는 최장, 최대 규모의 큐브 운동을 벌이고 거리 행군을 할 예정이다.

 서울팀은 지난 12월부터 10차례의 큐브 운동을 해왔다. 정기적으로 워크숍을 열어 어떻게 하면 좀 더 효과적으로 시민과 만날지 고민하기도 한다. 한 번은 후원 행사를 하기도 했는데, 하루 만에 후원금 목표액을 달성해 영상 장비를 모두 교체할 수 있었다. 잔혹한 현실에 놓인 동물의 관점을 체험할 수 있는 VR 장비도 마련해 진실을 알리는 일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AV의 목표는 전 세계 모든 도시 거리에 큐브를 세우는 것이다. 서울팀은 현재까지 총 200명이 넘는 서울 시민에게 비건 채식을 고려해 보겠다는 긍정적인 대답을 들었다. 1명이 비건 채식을 하면 해마다 동물 100마리가량을 끔찍한 고통에서 구할 수 있다. 우리는 계속해서 그 희망의 숫자를 더해나갈 것이다.

 

동물을 위한 비거니즘에 동참을 호소한다면

폴 매카트니는 “도살장이 유리로 되어있다면 모두 채식주의자가 됐을 것”이라며 음식 이면의 동물 착취를 오랫동안 비판했다. 소비자는 착취 과정의 종착점에서 깔끔하게 포장된 제품만을 마주하기 때문에 그것이 동물의 사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동물도 삶에 대해 기대가 있으며 미래를 바라본다. 선택의 여지가 있는 한 항상 삶을 추구한다. 인간이 살고자 의지를 보이는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생존 의지가 곧 생존을 보장하는 핵심요소는 아니다. 동물의 생존 의지만으로는 인간이 동물을 도살하는 것을 막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째서 동물을 다룰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까. 단지 오랫동안 인류가 행해 온 문화의 일부라서? 문화는 단순히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만을 구분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과거 노예제도와 여성차별의 역사를 생각하면 늘 그렇게 해왔다는 것만으로 인류가 해왔던 일들이 모두 윤리적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

 인간이 인간을 위해 만들어 놓은 이 사회 안에서 동물들은 자신들의 조건에 항의하는 투표 ·시위·거부 운동을 스스로 할 능력이 없다. 동물들은 자신의 감정을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도, 방어할 수도, 해방을 요구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인간은 윤리적 동물이다. 비인간 동물까지 배려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도덕적인 인간에게 주어진 숙제이다.

 비건 채식에 동참해 고통받으며 희생되는 동물들의 숫자를 함께 줄여주길 부탁드린다. 여러분이 비건 채식을 한다면 매일 물 4000L, 곡류 18kg, 산림 2.8㎡를 아끼고 한 생명의 동물을 구할 수 있다. 여러분의 접시에서 건강에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 죽은 동물의 사체를 내려놓길 간곡히 호소한다.

 

 

최민기 기자

choiminki199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