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018년 3월 26일

피해자를 피해자라 부르지 못하는 현행 ‘아청법’을 아십니까

피고인으로 규정되는 ‘대상아동·청소년’, 지원 및 보호 받지 못해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 “청소년이 아닌 성인에게 성매수 책임 물어야”

 

“교복 챙겨왔어?”라고 묻는 성매수자들을 만났다ⓒ닷페이스

“교복 챙겨왔어?”라고 묻는 성매수자들을 만났다ⓒ닷페이스

 

2017년 12월, 십대여성인권센터와 닷페이스는 아청법 개정 촉구를 위해 ‘Here I am’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프로젝트는 △성매수 실태 영상 제작 및 배포 △아청법 개정 촉구 온라인 서명 캠페인 △텀블벅을 통한 피해자 지원 모금 활동으로 이루어졌다. 성매수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왜 그랬냐’는 질문을 던지는 취지의 영상 컨텐츠는 162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SNS상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1]  또한 2017년 12월 19일부터 다음해 1월 29일까지 진행된 ‘#피해자를_피해자로’ 아청법 개정 촉구 온라인 서명운동에는 목표 인원 10,000명을 넘어선 12,615명의 인원이 참여했다.

 

이처럼 아청법 개정에 대해 많은 관심이 몰린 가운데, 지난 2월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Here I am, 우리가 국회에 갔다 – 아청법 개정 촉구를 위한 오프라인 정치 행동’ 간담회가 열렸다. 해당 간담회는 △십대여성인권센터 △닷페이스 △온라인 서명운동 플랫폼 ‘빠띠’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의원실에서 공동 주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현행 아청법의 ‘대상아동·청소년’ 개념 삭제 △십대 성매수 주 발원지인 랜덤 채팅 앱 제재 방안 마련 △성매수 피해 청소년에 대한 상담 및 지원 강화를 주 내용으로 아청법의 개정이 논의되었다.

 

 

아청법 개정, 왜 필요한가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처벌과 절차에 관한 특례를 규정하고 피해아동·청소년을 위한 구제 및 지원 절차를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아청법은 성매수에 휘말린 청소년을 ‘자발성’을 기준으로 구분하는데, 성범죄의 피해를 받은 자는 ‘피해아동·청소년’, 성매매의 자발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자는 ‘대상아동·청소년’이 된다.

 

‘대상아동·청소년’들은 「소년법」에 의거하여 ‘보호 처분’을 받는다. ‘보호 처분’은 ‘대상아동·청소년’으로 분류된 청소년이 피고인의 신분으로 가정법원 또는 지방법원에서 재판받는 과정을 포함한다. 이들은 구치소와 비슷한 형태의 소년분류심사원에 보내져 자질 심사를 받고, 그에 따라 보호시설이나 소년원으로 송치되기도 한다. 이는 다른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과 같은 절차이며 사실상 처벌에 가깝다. 또한 ‘대상아동·청소년’은 ‘피해·아동청소년’이 받을 수 있는 △국선 변호사 지원과 법률 자문 △의료 및 심리 지원 △가해자에 대한 분리 조치 등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

 

이러한 조항은 청소년이 성인과 경제적·사회적 격차가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고, 이들의 피해 사실을 외면하며 성매수자와 똑같은 범죄자로 보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이하 ‘조 대표’)는 “성매수에 이용되는 아이들은 가정에서 방치되거나 학교에서 소외되는 등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며 “성매수는 성인이 [돈과 지위를 이용해] 그 아이의 성을 이용하고 착취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또한 조 대표는 “성매수 문제에서 아이들은 명백한 피해자이기 때문에, [자발성과 강제성을 잣대로] 피해자를 구분지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성 구매자·알선자들이 해당 법을 협박의 수단으로 삼는 현실도 지적했다. 가해자가 피해자와 본인의 관계를 연인 관계 혹은 동업 관계로 위장한 후, 피해자가 신고하려는 의사를 표할 시 ‘신고하면 너도 처벌받는다’는 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은폐하고 성매수 범죄에 지속적으로 이용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조 대표는 “아청법은 아이들의 성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도리어 아이들을 성매수자나 알선자들에게 계속 끌려다니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망이 불투명한 아청법 개정, 노력 지속되어야

 

많은 사람들의 참여로 ‘Here I am’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후, 2월 20일~21일 양일간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었다. 하지만 해당 개정안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 후 논의가 중단된 채로 계류 중에 있다. 조 대표는 아청법 개정이 어려움에 직면한 현 상황에 대해 “우리나라 정부의 법무부에서 몇 년 동안 계속해서 반대의견을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정부가 [성매수에 휘말린] 청소년을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한] 아이들을 풀어놔서는 안 된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청법 개정을 위한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조 대표는 “올해 국제회의를 개최하여 해외의 성매수 관련 입법 사례를 조사하고, 현행 아청법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답했다. 이어 “한일 공동으로 성범죄 피해 아이들의 작품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라고도 밝혔다. 조 대표는 “개정이 될 때까지 [십대여성인권센터는] 우리 사회와 소통하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했다.

 

 

서은수 기자

3unwat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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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outube, ““교복 챙겨왔어?”라고 묻는 성매수자들을 만났다”, <https://www.youtube.com/watch?v=KZTEhC-HfE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