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18년 3월 14일

당신이 말을 마칠 때까지, 함께

고발의 목소리가 계기가 된 언론의 보도는 단기간에 정치계, 법조계 그리고 문화예술계 등에서 성범죄 가해자들의 거대 권력을 무너뜨렸다. 대표적으로 안태근 검사, 이윤택 연출, 김기덕 감독 그리고 최근에 안희정 충남지사가 있었다.

우리학교 역시 피해자들의 대대적인 미투 운동의 영향을 받았다. 지난 2월 박재동, 김석만 교수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가해자들 개인의 명예와 함께 국립예술학교로서의 위신도 훼손되었다. 김봉렬 총장은 지난 달 학교 홈페이지에 ‘학교 위계 및 성폭력 보도 관련 입장’이란 제목의 게시물로 유감을 표명했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하자는 시민의 목소리가 울렸다. 일각에선 우리사회 시스템에 구조적인 변화가 올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 법, 무고죄, 성범죄 공소시효 등이 비판의 대상으로 떠올랐으며 한국사회가 남성지배적이며 가부장적인 문화라는 데에 대한 이견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우연히도 다수가 남성이었던 것이다.

미투 운동을 접한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하나는 ‘나도 당했다(me too)’는 미투 운동 문구의 주인인 피해당사자라면, 또 다른 하나는 ‘당신과 함께 합니다(with you)’라는 지지의 목소리로 분노하는 공중이었다. 피해자와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응원의 메시지가 대중매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으로 확산되면서 가해자를 옹호하는 성차별적인 발언을 주변으로 밀어냈다.

이 모든 사건들을 종합해보면, 현재 우리 사회는 대규모 수술을 거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부끄러운 부위를 잘라내고 건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이 참에 모두 잘라내버리자.”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사회의 절대 다수가 미투 지지 의사를 밝힌다고해도 그것을 양성이 평형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없다. 미투 운동이 한창 무르익었을 때 여성 지인에게 “너에게 상처가 되는 줄 알았다.”라고 사과한 정치인이 있었다. 그 정치인은 사과한 그날도 성폭행을 범했다. 가해자의 이중적인 모습. 그의 언어에게선 사고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안희정 충남지사였다. 그는 이전에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누누이 말해왔다.

한편 피해자는 언론과 검찰을 통해 사건 당일 있었던 상황을 증언해야 했다. 주로 CCTV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성범죄 고소에서는 기억을 근거로 하는 피해자의 진술이 가장 유력한 증거이다. 피해자는 자신을 순순히 사각지대로 가도록 한 위계질서가 있었는지. 폭행을 당한 직후 가해자에게 거부 의사를 표현했는지. 그 후 오랜 시간동안 그 일에 대해 침묵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말해야 했다. 과거는 오래 전에 흩어졌다. 목격자나 그때 두 사람이 나눈 녹취나 기록도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피해자는 기억하고 증언한다.

이처럼 외로운 길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 사람들은 ‘당신과 함께 합니다.(with you)’라고 말한다. 사실관계를 밝히고 적절히 처벌하는 것은 사회적 의무이기 때문이다. 피해자 개인이 홀로 견디고 묵혀버릴 이야기가 아니다.

이러한 문제는 양성간의 권력의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어떤 이는 해결책으로 약자인 여성을 강자인 남성이 보호해야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남성을 강자에, 여성을 약자에 대입하여 여성을 남성으로부터 보호받아야할 존재로 규정해서는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여성은 비교할 때 열등한 존재가 아니며, 남성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여성도 할 수 있음이 보편적인 상식이 되어야 한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여성은 남성에게 종속되어 있다. 여성을 남성으로부터 해방시킬 필요가 있겠다.

하나경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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