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018년 3월 13일

우리학교는 피해 학생을 보호하고 있을까

A 씨 “사과문 강제·분리조치 등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성평등상담소 “법률적 문제와 인력부족 등 제약 있어”

 

양성평등상담실

 

예술계에서의 ‘#me too’ 고발의 흐름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학내에서도 다양한 폭로와 고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학교의 성평등상담소(구 양성평등상담소)가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성평등상담소는 여성활동연구소 산하의 기관으로, 교내 성희롱·성폭력 사건 해결 및 예방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학내 유일한 기관이다. 하지만 성평등상담소는 2016년 트위터 여성혐오 아카이빙 사태가 있을 때 불거졌던 미술원 성추행 사건 당시 사건 처리가 미비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그로부터 약 2년이 지난 올해 2월 9일에도 한 성희롱 사건의 처리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제보가 접수되면서 다시 한 번 성평등상담소의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성평등상담소는 어디인가

성평등상담소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처리에 관한 규정」 제5조(성평등상담실의 설치)에 따라 “성희롱·성폭력 행위의 근절을 위한 정책을 수립·시행하며 성희롱·성폭력 사건의 처리 등을 담당”하는 목적으로 설립된 여성활동연구소 산하 기관이다. 2006년 김미희 교수(연극원 연극학과)가 여성활동연구소 소장으로 취임하면서 여성활동연구소 부설 성폭력상담실을 개소했고, 2010년 양성평등상담소라는 이름으로 기관명을 변경했다가 지난 2016년 ‘바른 성문화 TF’의 건의로 다시 한 번 기관명을 성평등상담소로 변경하였다.

 

▲성평등상담실의 구조

성평등상담실의 구조

 

성평등상담소에 접수되는 성희롱·성폭력 사건의 처리는 공식적인 절차와 비공식적인 절차 중 하나를 신고인이 선택할 수 있다. 비공식적인 절차를 따르면, 상담소는 가해자와 피해자 간 중재 및 합의를 시도한다. 반면 공식적인 절차의 경우에는 서면으로 성 사건을 신고 및 접수한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처리에 관한 규정」에 의거하여 처리되며 “상담 및 서면 신고 – 조사위원회 소집 및 사건 조사 – 의결, 사건 해결 및 처리(징계 및 조치)”의 과정을 거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처리에 관한 규정」 제3장 제17조 1항에서 “성희롱 사건 등을 처리하는 자는 피해자와 그 대리인의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접수된 사건의 피신고자에 대한 징계 혹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성평등상담실은 제15조(징계요구 등 조치)에 따라 △가해자의 실명 공개 사과 △가해자에게 재교육프로그램 이수 명령 △가해자의 일정기간 자원 봉사 △피해자의 심리적, 의료적 조치에 소요되는 비용 지급 △비공개 사과문, 반성문 및 각서 △피해자에 대한 일정기간 접근 금지 △피해자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아래 각 목의 조치(피해자의 의사를 고려하여 가해자와의 공간분리를 위한 적절한 조치 요구 / 피해자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적절한 조치 요구) △그 밖에 피해구제를 위하여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조치 사항에 명시된 ‘가해자의 공개 사과’, 강제할 수 없어

작년 12월, 제보자 A 씨와 B 씨는 양성평등상담소에 성희롱 피해 신고를 접수하였다. 피신고인이 SNS에 게시한 글 중 A 씨와 B 씨 일행을 가리키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성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피신고인은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A 씨 일행에 관한 근거 없는 성적 소문을 전파했으며, 이를 수정하기 위한 글에도 성희롱으로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A 씨는 “가해자의 글로 인해 학과 선후배 및 동기 사이에서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으로 찍히는 피해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이 성희롱은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SNS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피신고인의 SNS를 통해서 사과와 함께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가 받은 성적 수치심은 사라질 수 없다”고 상담소에 의견을 피력했다. 조사위원회는 “피신고인의 행위로 인해 신고인이 성적 수치심을 느끼고, 학내 활동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A 씨는 “심의가 끝나고 상담소 직원으로부터 가해 학생이 사과문을 게시하는 데에 두려움을 느끼고, 학과 사람들 사이에서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것을 염려하고 있으니 비공식적인 사과를 받고 끝내는 것이 어떠냐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A 씨는 “익명으로라도 사과문을 게재하는 것을 요구했지만 상담소 측으로부터 법적인 문제와 더불어 행정적인 문제가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SNS상에 올라온 글로 인해 학과 선후배 및 동기 사이에 성적인 소문이 퍼져 피해를 겪고 있는 A 씨는 피신고인의 공개적인 해명과 사과가 필요한 상태였지만, 피신고인이 거부함으로써 실질적인 피해에 아무런 조치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A 씨는 “분명히 학칙에 ‘가해자가 실명으로 사과문을 올린다’는 조치가 학칙에 있”지만 “가해 학생이 그 권고를 거부하면 센터가 강제할 수 없다”며 실망을 표했다.

 

이와 관하여 성평등상담소 황하영 연구소장은 은 “재교육 프로그램 이수나 심리상담에 대한 비용을 지급하는 종류의 조치에 대해서는 대게 문제없이 조치가 가능하지만, 가장 애매한 부분이 가해자의 공개 사과”라고 답했다. “신고인 입장에서는 공개사과를 받고 싶은 경우가 있고 가해자에게 요구할 수도 있”지만 “법률전문가의 자문에 따르면 사과는 본인이 원해서 해야 하며 이를 강제하는 건 헌법상 양심의 자유에 위배된다는 답을 듣는다”는 것이다. 황하영 연구소장은 “그래서 가장 어렵게 검토를 하고 신중하게 다루는 것이 공개사과의 부분”이라며 “강제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법률적인 부분을 간과할 수 없는 데에서 오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황 소장은 “[공개 사과문에서] 비공개 사과문으로 전환 조치를 취했을 때조차 쓰지 않는다면, 본인의 잘못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버린 것이므로 조치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해 가중징계를 요청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학과와의 소통 부재, 미흡한 분리 조치

성평등상담소는 학과와의 소통 부재로 인해 분리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받았다. A 씨는 “신고 이후 졸업심사를 받을 때는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가 되었지만, 그 이외에 상영회 및 졸업생 단톡방 등에서는 계속 같이 있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분리조치는 성평등센터에서 학과나 학회를 통해 이행시키는 구조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A 씨는 학회에 분리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피신고인은 아직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어떤 불리한 조치를 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학교 행사 참여 금지 같은 것은 학칙에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학과에 그러한 건의를 할 수 없으며 해도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상담소 측은 인터뷰에서 이러한 경우에 대해 “학과에 분리 조치 요청을 했을 때 그 학과는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고 규정에 명시되어 있”지만, “상담소에서 학생회에는 요청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대답했다. 또한 “학과에 규정에 따른 조치 사항을 이행하라는 요구를 한 것이고 원에서 교수님들이 전달을 해야 하는” 사항이었지만, “학회에서 무죄 추정의 원칙과 같은 반응이 나오는 건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황 연구소장은 “피해자 입장에서는 상담실에서 이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생길 수 있다”며 “소통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도 있고, 개선 방안을 연구해야 할 것”고 덧붙였다.

 

 

학생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기관 되어야

황 연구소장은 성평등상담소의 가장 큰 한계점을 묻는 질문에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황 연구소장은 “타 대학의 경우 상담소에 연구원과 상담원이 있고, 종합대학의 경우 행정직도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학교 성평등상담소는 전문 상담원 한 명이 사건 상담·행정·연구 업무 등을 도맡고 있다. 또한 황 연구소장에 따르면 “[타 종합대학 상담소의 경우] 상담 전문 교수가 적어도 한 분은 계시”는데 비해, 우리학교 상담소에는 상담 전문 교수가 존재하지 않는다. 황 연구소장은 “상담 전문 교수가 있어서 전문성이 확보되는 게 상담소에 제일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또한 황 연구소장은 인력의 부족으로 인해 사건 진행 절차상에서도 한 상담원이 상담과 조사 진행을 동시에 맡아야 하는 점을 지적했다. 황 연구소장은 “상담원이 상담을 하면서 신고인에 공감하는 과정과 조사 이후에 객관적인 판단을 하는 과정을 한 사람이 다 하려다 보니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황 소장은 “상담원이 두 명이 있어 신고인 상담과 피고인 상담, 조사 위원회 업무를 분리한다면 이런 어려움과 한계가 경감될 것”이라는 전망을 이야기했다.

 

A 씨는 성평등상담소에서 사건 처리 절차를 받는 동안 “학교에서 학생을 보호해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A 씨는 “공론화되어야 했을 성평등상담소의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아 안타깝다”며 “가까운 미래의 피해자들을 위해서 하루빨리 성평등상담소의 문제점과 구조적인 문제가 밝혀져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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