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017년 12월 13일

졸업하면 작업실은 어떡해?

2016년 설립된 K’ARTS 창작스튜디오, 2기째 운영 중

김소윤 큐레이터, “예술계 현역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회!”

 

누구나 신입생 시절에 우리 학교에서의 4년이 자신을 어떻게 바꾸어놓을지 기대했을 것이다. 매 학기를 성실하게 완주할 때마다 졸업은 성큼성큼 다가왔고, 어느덧 창작행위를 하지 않는 인생을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예술가라는 정체성은 작업을 멈추는 날 수명을 멈추게 된다. 그것은 일단 한 번 그렇게 되면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를 소중한 영혼이다. 우리는 아직 젊은 청년이다. 그러나 별탈 없이 건강한 것만으로 작품을 완성하기는 힘들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대중들을 마주할 그날까지 작품을 보관하고 발전시킬 작업실 그리고 다른 예술가들과의 문화적 교류를 가능케하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국내외 여러 기관들은 바로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레지던시 프로그램artist in residence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AAC(The Alliance of Artists’ Commuties, 창작실 연합)가 정의한 바에 의하면 레지던시 프로그램, 다른 말로 입주작가프로그램은 예술가에게 일정한 기간 동안 작업실과 거주공간을 제공한다. 또한 해당 프로그램은 예술가의 예술 창작을 도울 전문 인원에 의해 책임지고 운영된다.1)

2기 김하나 작가 작업실 내부, 오픈스튜디오 ⓒK’ARTS Studio

2기 김하나 작가 작업실 내부, 오픈스튜디오 ⓒK’ARTS Studio

2기 신민 작가 작업실 내부, 오픈스튜디오 ⓒK’ARTS Studio

2기 신민 작가 작업실 내부, 오픈스튜디오 ⓒK’ARTS Studio

 

미술원 창작스튜디오 어떤 곳인가

우리학교에는 미술원 부설기관인 ‘K’ARTS Studio’(이하 ‘K’ARTS 창작스튜디오’)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운영되고 있다. 교내에 설치된 형태의 레지던시로는 국내에서 최초이다. K’ARTS 창작스튜디오는 석관동 캠퍼스 뒤편 창조관에 위치한다. 시각예술의 △회화 △입체 △매체 △유리 △도자 분야에서 총 8명의 입주작가를 선발하며, 우리 학교 출신이 아닌 작가도 신청이 가능하다. 이때, 학부석사 과정에서 어떠한 전공을 이수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입주작가로 선발되면 차후 1년이란 기간 동안 스튜디오로부터 지원을 받게 된다. 스튜디오가 8명의 작가에게 제공하는 것은 대표적으로 △작업 공간 △학교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 △소정의 창작 지원금 △비평가 매칭 등이 있다. 이 중 작업 공간의 경우 이용 시간에 별다른 제한 없이 24시간 개방된다.

 

졸업을 공통 주제로 선정한 이번 호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신문은 창작스튜디오의 김소윤 큐레이터와 입주작가 2기로 활동 중인 전지인 작가를 만나보았다. 김소윤 큐레이터가 창조관 운영실에서 창작스튜디오의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게 된 것은 올해 1월 1일부터였다. 스튜디오가 창설된 것이 바로 작년인 2016년이어서 올해 김소윤 큐레이터와 함께하는 입주작가는 2기인 셈이다. 김소윤 큐레이터는 “1기 때는 창작 스튜디오의 시설이 완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시작을 했다”면서 반면에 2기는 “공간만큼은 확실히 준비가 된 상태에서 들어왔다”며 1기에서 2기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크게 달라진 점을 설명했다. 또한 “사실상 첫 회에는 학교에 계신 분들도 저희 기관이 존재하는지를 몰랐다”며 “2기 때는 조금은 홍보가 된 것 같다”면서 “특히 미술원 학생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소윤 큐레이터는 창작스튜디오가 학교 공간에 설립돼 오픈된 환경이 “교내 재학생들에게는 예술계 현장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업 모습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녀는 “학교에 설치된 레지던시인만큼 재학생을 중심으로 두는 경향이 있다”며 그 예로 “1년 동안의 입주 기간 중에서 작가들이 꼭 해야할 프로그램으로 재학생들과의 교류프로그램 openfield(9/25~9/28)을 둔 것”을 꼽았다. 8명의 작가가 함께 논의해서 각자 하나의 프로그램을 기획하면 그 프로그램에 대한 신청자를 모집하는 방식인데, 내용상으로 스튜디오에서 제한하는 것은 없다. 강연일 때도 있고 워크숍 형식의 실기 수업일 때도 있다. Open Field 프로그램의 첫 시작으로는 조준용 작가의 <필름 카메라 작동법>이 진행되었다. 조준용 작가로부터 대형필름카메라의 작동원리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에 바로 야외로 나가 실습해보는 수업이었다. 빛과 피사체의 흔적이 담긴 물질로서 필름을 다루어보고 직접 촬영한 이미지를 확인해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2기 조준용 작가, 오픈필드 필름 카메라 작동법 ⓒK’ARTS Studio

2기 조준용 작가, 오픈필드 필름 카메라 작동법 ⓒK’ARTS Studio

2기 전지인 작가, 오픈필드 비물질과 기록 ⓒK’ARTS Studio

2기 전지인 작가, 오픈필드 비물질과 기록 ⓒK’ARTS Studio

 

입주작가 전지인 <비물질과 기록>

전지인 작가는 우리 학교 조형예술과 전문사 과정을 마친 후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전지인 작가는 “레지던시란 이름을 전면으로 내걸거나 현역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과거에 그와 유사한 형태로 학교에서 작업실 공간을 빌려주었던 적이 있었다”며 전문사에 재학 중일 때 학우들이 이용하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안국동 안국 빌딩 2층의 공간이 리모델링되기 전에 사용한 사례를 들으면서 학교에 창작스튜디오가 생겼다는 소식도 암암리에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전지인 작가는 전문사 졸업 후 6년 동안 다른 레지던시를 거친 이후 학교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전지인 작가는 창조관 212호에서 <비물질과 기록>이란 이름의 우리 학교 재학생 대상으로 강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창작스튜디오 페이지에 공지된 내용에 따르면 <비물질과 기록>은 물리적 또는 추상적인 공간에 중첩된 문화와 이데올로기처럼 무형의 것을 영상, 설치, 텍스트 등의 작업으로 시각화하면서 ‘기록’이 갖는 의미를 살펴보는 시간이다. 전지인 작가는 이전부터 기록과 관련된 작업을 해왔다. 그녀는 “대부분 역사책에 공식적으로 편입되는 것들은 사실 가진 사람들의 기록인데, 나는 기록될 필요가 없다고 여겨지는 것들에 주목한다”며 구체적으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구술사를 바탕으로 하는 작업을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전지인 작가는 “전문사 시절에 우리 학교에서 안기부 건물을 주제로 했던 작업도 일종의 그런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그때 안기부 역사를 서술하면서 직접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주변의 오래 거주한 사람들의 증언 혹은 택시 운전사들의 증언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학교를 오래 다닌 친구들이나 미화원 아주머니 그리고 슈퍼 아저씨, 미술원 근처 주민 등 취재 대상의 범위는 꽤 넓었다. 전지인 작가의 말에 따르면 취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느 재학생이 안기부 사무실 기물에서 돈 수표를 발견했는데, 그것을 추적해보니 쓸 수 있던 돈이었다’는 일화나 ‘모기가 많은 이유는 과거에 지하 벙커가 있었기 때문이다’는 우스갯소리 등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마무리하며

김소윤 큐레이터는 “많은 작가들이 레지던시 여러 곳을 거쳐 다니”고 “레지던시에서 입주해 있으면서 외부에서 전시를 열기도 한다”라며 스튜디오에서의 생활상을 전했다. 또한 김 큐레이터는 “창작 스튜디오가 작가의 외부 활동에 간섭하지는 않는다”며 “스튜디오는 작가에게 개인적인 공간을 제공하는 하나의 시스템일 뿐”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김 큐레이터는 창작스튜디오의 또다른 장점으로 “한 작가로 하여금 시각 예술 분야에서 다른 매체를 다루는 작가와 접촉할 수 있게해, 서로 긍정적인 의미의 자극을 느끼게 한다”는 점을 꼽았다. 김 큐레이터는 이와 같은 환경 때문에 창작스튜디오가 “졸업 후에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길로서 충분히 기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인 작가 또한 “전문사 다닐 때 안면만 알고 지내던 한 학번 후배를 학교 창작스튜디오에서 다시 만나기도 했다”며 스튜디오에서 있었던 특별한 만남을 언급하며 “일 년 동안 같은 공간을 쓰는 것은 학생 때와는 또다른 느낌이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벌써 12월, 2기 입주작가들의 창작스튜디오 생활도 어느새 끝에 가까워졌다. 다가오는 2월에는 창작스튜디오에서 지난 일년 동안 어떤 작업을 했는지 보여주는 입주작가들의 결과보고전이 있을 예정이다. 우리 학교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마지막 절차인 이 결과보고전에서 작가들은 일 년 동안 제작한 작품들 중 하나를 선택해 공개하게 된다. 결과보고전과 창작 스튜디오에 대한 더 자세한 소식은 학교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페이지 <K’ARTS Studio>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소연 기자

goodteller15@gmail.com

 

 

 

1)임이랑,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국내 정착을 위한 연구_‘인천 아트 플랫폼’을 중심으로”,2009년 2월, 페이지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