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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3일

졸업생 인터뷰(2)
전통예술원 한국예술학과 김정래

전통예술원 한국예술학과 졸업생 김정래 인터뷰

미술과 국악 사이 그 어딘가에

 

누군가에게는 종강, 누군가에게는 졸업이 다가왔다. 미래에 대한 낙관과 불안이 교차하는 가운데, 우리 학교 전통예술원 한국예술학과를 졸업한 김정래(34) 졸업생을 만나 인터뷰했다.

김정래 제공

김정래 제공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전통예술원 한국예술학과를 졸업한 김정래다. 29살에 입학해 휴학하지 않고 2016년에 졸업했다. 지금은 미술이론으로 전공을 바꿔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현대미술을 공부하며 미술관에서 일하기도 하고, 종종 국악원에서 학예연구 보조업무를 하는 등 미술과 국악을 오가며 경험을 쌓고 있다.

 

한국예술학과는 현재 본인의 전공과 일치하지 않는데, 어떤 이유에서 진학했는가.

원래 다니던 대학을 졸업하고 다양한 활동을 해봤다. 한국예술학과 진학 후에 거문고를 처음 배웠을 만큼 과거 국악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전통예술이나 역사와 관련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는 모 신문의 신춘문예 최종심의까지 들 정도로 진지하게 임했기 때문에 결국 한국예술학과에 진학했다. 입학한 뒤 내가 생각했던 커리큘럼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전통예술과 국악에 흥미가 생겨 공부를 계속 이어나갔다.

 

본인에게 생소했던 국악을 공부했다가 다시금 미술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진다.

전통예술, 국악에 문외한이었고 나이도 많았던 만큼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다. 학기와 방학 구분 없이 선생님들께 찾아가 배웠다. 한문이 필요하면 서당을 다니고, 우리 학교에서 사물놀이를 가르치시는 김덕수 선생님을 직접 찾아가 배움을 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국악이론에 평생 몸담을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음악을 듣고 한 번에 악보로 써내는 것, 나는 그게 안 됐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듣고 표현하는 훈련을 거듭해온 학생들을 보며, 이 분야를 계속 공부해서 끝을 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지 않았다.

 

예술사 졸업을 앞두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서 내가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지 고민했다. 내가 찾은 답은 미술이었다. 예술사 재학 당시 틈틈이 전시를 찾아다니고, 미술관에서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미술 공부도 꾸준히 해왔기 때문이다. 졸업논문도 악기의 도상학(圖像學)에 관한 것이었다. 또 한국예술학과를 다니며 배운 동아시아의 철학과 사상이 서구권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미술이론을 연구하는데 있어 나만의 영역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미술과 국악을 오가며 공부한 끝에 결국 미술을 선택했다.

 

내 결정에 대한 후회는 없다. 그러나 내가 가정을 꾸리고 집을 구하는 것과 같은 경제적인 여력을 갖출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걱정은 항상 있다. 친구, 동료들도 그런 고민을 항상 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너무 만족스럽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만두어야 할까 고민이 든다. 그런데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상황이다. 그냥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참고 버텨보고 있다.

 

현재 국악원에서 일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가.

국악원에서 학예연구 보조업무를 종종 하고 있다. 국악원에서 아카이빙을 하거나, 연감을 제작할 때 각 기관에 대한 자료조사가 필요한데, 나는 △각 대학 △공공기관 △재외기관 △해외 문화원 등 국악에 관련된 자료를 문의하고 조사하는 일을 하고 있다. 가끔은 유튜브에 공연 영상을 올리는 일도 한다. 아직 내가 주도적으로 끌어갈 수 있는 일을 한다기보다 석사과정을 밟으며 경험을 쌓는 차원에서 일을 하고 있다.

 

우리학교 출신이라는 점은 취업에서 어떻게 작용하는가.

문화계 전반으로 보면 매우 큰 도움이 된다. 예술의 전당 기획전시에 참여했을 때 매니저가 연극원 출신이었던 경우도 있고, 미술관에서 도슨트로 일했을 때 전시 큐레이터가 미술원 출신 졸업생이었던 적도 있다. 학벌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정말 현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분명 도움이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협업을 중시하는 현장에서는 우리학교 출신을 기피하기도 한다. 비판적인 사고를 중시하는 학교와 달리 현장은 원만한 의사소통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예술사 재학 당시 아쉬웠던 점이 있는가.

많이 놀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 우리학교 학생들은 그냥 노는게 아니라 모여서 무언가 꽁냥꽁냥 하지 않는가. 여럿이 모여 책도 읽고, 소수자 모임과 같은 활동도 한다고 들었다. 우리학교 울타리 안에서는 사회에서 말할 수 없는 것들을 그나마 편견 없이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공부, 작업에 집중하는 것도 물론 중요했지만 그것에 너무 매몰되어 다른 것을 놓치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최민기 기자

choiminki199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