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고, 설치고, 행동하는 여성들 [인터뷰 전문]

여성 해방 운동 단체 ‘불꽃페미액션’ 활동가 인터뷰

 

‘불꽃페미액션’은 어떤 단체이며,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가.

서윤: 섹슈얼리티를 중심 의제로 다루는 페미니스트 단체이다.

류현아: 메갈리아 사태부터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까지 계속해서 여성혐오 사건들과 싸우고 있는, 넷 페미니스트들이 오프라인에서 만나기 위해서 모인 단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서윤: 처음 시작은 ‘불꽃농구단’이라는 여성들의 농구단이었다. 공원 농구코트에 모여서 농구를 하던 중, 강남역 살인사건이 터진 거다. ‘우리가 어떻게 이걸 보고 농구만 하고 있을 수 있겠느냐, 대응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불꽃농구단에서 이름을 따와서 ‘불꽃페미액션’이라고 단체 이름을 지었다.

 

‘불꽃페미액션’의 조합원 체계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활동은 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서윤: 페이스북 페이지의 구글 독스를 통해서 여성 페미니스트 회원을 받고 있다. 단체에는 불꽃을 만들어주는 장작이라는 뜻의 ‘우즈’(활동가)들이 있어서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한다.

류현아: 현재 액션단(회원) 분들은 160명 정도 있다. [단체에 들어오게 되면] 채팅방에 초대해 드린다. 채팅방은 정보나 이슈를 공유하고, [여성혐오적 경험에 대해] 공감하고 화내는 공간이기도 하다. 시위 같은 걸 주최하기도 한다.

서윤: 활동에 대해서는, 우리가 2017년 하반기 주제를 ‘몸과 섹슈얼리티’로 잡았다. 지금까지 <페미들의 성교육>이나 <천하제일 겨털대회> 등,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에 대해 다루는 활동을 주로 진행했다. 그러다가 한샘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이라든지, BJ 왁싱샵 살인사건 같은 사건이 종종 터지면 기자회견과 집회도 한다. 낙태죄 폐지에 대해서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룸펠: 최근에는 전국 노동자 대회에서 ‘직장 내 성폭력 OUT’이라는 피켓을 들었고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활동을 같이 할 수 있는 ‘불꽃페미액션단’을 모집하기도 한다.

류현아: 대여섯 개의 소모임이 있다. △불꽃농구(여성 농구단) △영화르륵(페미니즘 영화 모임) △딸란(‘딸들의 반란’, 독서 모임) △공팸(‘공부하는 페미니스트’, 페미니즘 공부 모임) △보글(비건 요리 모임) 등의 소모임들이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다. 그리고 꼭 여성 이슈가 아니더라도 퀴어 이슈에서도 연대 활동을 하고 있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성과가 있었나.

류현아: EBS ‘까칠남녀’라는 방송에서 출연 요청을 받아서, 액션단 분들이 발언을 하셨던 일이 성과가 큰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공식적으로는 겨털 편, 자위 편에 출연했다. 또한 영화르륵 같은 소모임을 하면서 나누는 얘기들이 정말 알차다. 그냥 수다를 떠는 게 아니라, 영화에 나온 내용을 가지고 분석을 하고, 관련된 경험담을 이야기하고, 소감을 나누면서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런 작은 모임 하나하나가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룸펠: 가장 최근에, ‘불꽃페미액션’이라는 여성 단체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파생된 모임이 아닌 임의단체 형식이 되었다. 제도권이 인정하는 NGO단체 중의 하나로 등록하게 된 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

서윤: 강남역 살인사건 전에는 갈 곳을 찾지 못하고 파편화되어있던 페미니스트들이 ‘불꽃페미액션’이라는 단체를 통해서 만날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성과인 것 같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고통받고 분노했던 것이 나 뿐만이 아니’라는 경험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것이. 만일 우리가 그때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이 단체는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이 페미니즘 이슈에 주목할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불꽃페미액션’이 진행한 활동 중 삭발을 하거나 겨드랑이 털을 기르는 프로젝트가 있었고, 퀴어 퍼레이드에서 <천하제일 겨털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활동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어땠는지, 그 결과나 계기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서윤: 저희는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에 집중했다. 왜 여성의 겨털이 혐오스럽게 느껴질까. 여성이 무모의 존재도 아닌데,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여성들은 모두 털이 없지 않나. ‘여자들도 자위해요? 여자들도 다리털, 겨드랑이 털이 나나요?’라는 식의 질문이 나오고. 여성이 몸이 대상화되고 타자화되는 것에 반대하는 의미로, ‘이게 여성의 몸이다’라는 걸 보여주는 시도였다.

류현아: 작은 분노에서 [시작하지 않았을까]. ‘나는 왜 털을 못 길러?’, ‘나는 왜 노브라 안 돼?’, ‘왜 나는 삭발하면 안 되지?’ 이런 것들이다.

룸펠: 여자가 삭발하면 되게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있지 않나. 그래서 친구들끼리 머리 사는 기계를 사서 서로 깎아줬다. 미용실에서는 안 깎아주니까.

서윤: 사회적으로 이슈가 있을 때 머리를 밀면서 운동을 하지 않나. 굳이 그렇게 큰 의미가 아니더라도 여성들도 머리를 밀 수 있다는 거다. 여성들에게 허용되지 않았던 것을 누려보겠다는 시도였던 것 같다. 퀴어 퍼레이드에서 <겨털대회>를 준비할 때도, ‘이렇게 많은 퀴어들과 페미니스트들이 모이는데, 털이 난다는 걸 굳이 숨겨야 하나? 이날만큼은 자유롭게, 우리가 털이 나는 존재라는 걸 알려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퍼포먼스를 계획했다. 그때부터 여성의 몸으로써 가지고 있었던 것인데 지금까지는 허용되지 않았던 것들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고, 하나씩 더해갔다. 그런 작은 분노들을 하나의 아이템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시작한 거다.

 

SNS로 <겨털대회>의 반응을 보면서 재미있는 꼭지를 집어냈다고 생각했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동시에 일부 안 좋은 반응을 보면서, 악플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의 여성의 몸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 반응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였나.

서윤: 이전에 ‘달빛 걷기’라고, ‘우리도 자유롭게 밤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취지의 캠페인을 했다. 그때도 일베와 같은 사이트에 얼굴이 올라오면서 ‘저런 년은 강간을 당해 봐야 정신을 차린다’, ‘너 밤늦게 다니다가 뒷통수 조심해라’ 같은 댓글이 달렸다. 인신공격과 협박성 댓글인데.

혐오하는 세력은 어디에나 있는 거고, 우리가 주제를 던졌을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반응해주는 사람에게 집중하고 싶다. <천하제일 겨털대회>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많은 여성들이 ‘나도 겨털이 나, 나도 참가할게’는 식으로 당당하게 참여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좀 더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룸펠: 여성이 자신의 성과 섹슈얼리티에 대해서 자유로운 목소리를 낼 때 혐오 세력이 좀 더 격렬하게 반응하는 것 같더라. 가부장제가 통제 대상으로 삼는 게 그 쪽이니까.

류현아: 우리가 활동할 때 문구나 캐치프레이즈가 장난스러운 게 많다. <천하제일 겨털대회>도 그렇고. ‘정부야 네가 아무리 나대봐라. 내가 결혼하나, 고양이랑 살지’라는 기자회견 문구도 있었다. 저번에 서강대에서 <페미들의 성교육> 강연 하루 전날에 대관 취소를 당했을 때도, ‘설마 하나님 페미니스트 아니에요?’로 기자회견 이름을 잡았다. 혐오세력을 포함한 대중에게 저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더 잘 보일 수 있게 가시화시키는 것이다. 그들이 반응하면 할수록 ‘더 많은 사람에게 우리의 하고 싶은 말을 전했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엄청 긍정적이지 않나. (웃음)

룸펠: 혐오 세력이 어떻게 하든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갈 거라는 마인드로 액션을 하고 있는 거다.

서윤: 정복적인 거다. 예전에는 일베에 올라왔다고 하면 신상 털려서 걱정된다고 그랬었는데, 이제는 ‘오, 인생 잘 살았네’ 이렇게 되는 거다.

류현아: 일베에서 얼평 당했다고 서로 자랑하고. (웃음)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논란은 한국에서 페미니즘 이슈가 드러난 이후부터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불편하다’, ‘극단적이다’는 시각부터 ‘또 다른 혐오를 부추긴다’, ‘연대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일부 존재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페미니즘이 이런 시선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 나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룸펠: 페미니즘이란 운동 자체가 시작된 이래, 혹은 여성이 참정권을 획득한 이후에 더 이상 페미니즘이 필요 없다고 생각된 이후의 시점부터 계속 이런 질문이나 평가가 있어왔다. ‘이미 공평해졌는데, 여기서 또 뭘 더 바라느냐. 극단적이다. 불편하다’는 식의 이야기들이다. 새로운 것도 아니고 항상 반복되어온 것이라서. 여전히 있으니까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서윤: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이라는 책에서 이런 내용을 읽었던 것 같다. 사람들이 천문학자나 법학가 같은 사람들이 논란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동의하는데, 페미니즘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 그에 대해 잘 모르면서도 언제든지 함부로 평가하고 비난할 수 있다는 태도로 대한다.

왜 유독 페미니즘에 대해서만 그럴까. 법학이나 철학 안에서도 여러 갈래가 있는 것처럼 페미니즘 안에서도 급진 페미, 자유주의 페미, 퀴어 페미, 비건 페미 등 여러 갈래들이 있는데, 그러한 맥락과 갈래를 모르는 채 ‘너희 다 잘못된 거야’라고 말하는 건 역시 하나의 권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가 인권에 대해서 함부로 얘기하지 않는 것처럼, 페미니즘에 대해서 그렇게 쉽게 이야기하는 건 결국 그 사람의 오만이다. 누군가에게는 페미니즘이 생존의 이야기이고,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데. 그 바깥에 서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시대인데, 너희 지금 이미 평등하면서 무얼 더 바라?’라고 얘기하는 건 하나의 권력일 뿐이다.

류현아: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겁을 줄 필요가 있고, ‘도태되고 있다’는 말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 운동이 맥락 없이 어디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진보 계열의 운동에서, 포스트 모더니즘과 관련해서, 실존주의의 맥락에서 나온 것이고, 수많은 철학자들이 말한 것에서 나온 것이지 않나. 지금은 페미니즘이 대세여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하고, 다만 일베와 같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세들이 아노미라고 생각한다. 노예제도를 폐지하자고 했을 때 이런 말들이 안 나왔을까. 노예 제도가 폐지되고 다시는 사람들이 노예제도가 부활해야 한다는 말을 안 하지 않나.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은 전 세계적인 흐름 중의 하나이고 결국 우리는 진보할 수밖에 없기에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메갈리아와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을 지나오면서 페미니즘 운동이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가.

룸펠: 정치에서 얘기하자면, 촛불집회에서 모이더라도 여성 혐오적 발언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페미존을 만들면서 외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해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가령 DJ DOC의 노래를 집회에서 부를 수 없다고 문제제기를 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공연이 취소되었는데. [이런 것처럼] 페미니스트들이 발언권을 갖게 된 것 자체가 영향 중 하나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서윤: 문재인도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했지 않나. 결국 페미니스트들의 [의견에 대해서] 신경을 쓰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다. 그 전에 대선후보가 되고 싶었던 반기문도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이 책 참 좋습니다. <82년생 김지영> 좋습니다’ 이런 식으로 올리고.

룸펠: 홍준표 빼고 다 했어. (웃음)

서윤: 결국 [정치인들이] ‘내가 이 시대에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한다면, 많은 여성들에게 대적 당하겠구나’는 것을 신경쓰게 됐다는 거다. 탁현민 사건 때처럼 성폭력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주목하게 되는 [분위기가 있다]. 그리고 메갈리아 이후에 맥심이 사과도 하고. 몰카 방지도 공론화되고. 낙태죄 청원도 됐고, 소라넷도 폐지되지 않았나. 굉장히 많은 일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이 지금 핫한 토픽이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페미니즘을 입었겠지만, 어쨌든 페미니즘을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것이 성과라고 생각한다.

룸펠: 영화계에서도 여성주의 영화를 접할 수 있는 비중이 좀 더 높아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류현아: 호모 소셜이 굉장히 집중되어 있는 공간에서 ‘너 설마 페미니스트야?’, ‘으유, 페미니스트 납셨네’ 같은 말들을 한다. 사실 옛날엔 아예 없었던 말인데, 그게 비꼬는 것이더라도, 여성들의 문제에 공감하지 못했을 때 자신이 도태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남성들 안에서 생긴다는 거다. 남성 집단들 사이에서도 그런 게 통용이 된다는 게 제일 놀라운 것 같다.

 

활동을 하면서 어려움이나 한계를 느끼는 부분이 있는가.

서윤: 페미니즘 이슈를 접하면서, 하루에 한 명의 여성이 살해, 강간, 폭행당한 걸 알게 되지 않나. 그 전에도 원래 있었던 사실인데 몰랐던 사실이니까. ‘나는 아니겠지, 나는 강간당하지 않겠지, 나는 죽지 않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들을 알고 나니까 내가 밤길을 걷자는 행진을 했고 시위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사실들이 너무 무섭게 다가왔다. ‘내가 살았던 현실이 이렇게 참혹했구나, 처참한 전쟁터였구나’라는 걸 알게 됐을 때 가장 무력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

그런데 어차피 모르고 있을 때도 하루에 한 명이 죽었고 강간당했고 폭행을 당했더라면, 이제는 알았으니까, 내가 어차피 이 활동을 한다고 해서, 안 맞을 건 아니고 안 죽을 건 아니라는 거다. 내가 이걸 몰랐다고 하더라도 어쩌면 현실이 그랬으니까. 이걸 알든 모르든 그 문제 안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거다. 페미니즘 활동을 해서 내가 그렇게 된게 아니라, 이미 현실이 그랬었다는 걸 좀 생각해보려 한다.

류현아: 저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경제적인 문제다. 저희가 비상근자이고, 수입원이 하나도 없다.

서윤: 누가 여성운동 단체들 보고 돈 많다고! (웃음)

류현아: 기부 받아가면서 활동해야 할 판이다.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웃음) 두 번째는 감수성이, 점점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공간에서 안전함을 많이 느끼게 되면서, 퀴어감수성이 높고,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없는 공간, 여성 혐오가 없는 공간, 장애인 혐오가 없는 공간, 비건에 대한 혐오가 없는 공간, 동물권에 대한 감수성이 높은 공간에 익숙해지다 보니까, 이곳 밖에 있는 공간에 있을 때의 분위기를 견딜 수가 없어서 사회생활을 잘 못하게 되는 것 같다.

서윤: 맞다. 내가 갈 수 있는 곳이 줄어든다. 나의 존재를 외치고 있는데 오히려 갈 곳이 너무 없어지더라.

룸펠: 액션단원이 160여 명이고, 활동가도 대여섯 명이 된다. 각자가 가진 여성학적 지식이나 감수성이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같은 공간에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편한 공간은 사실 아닌 거다. 그걸 절충해가면서 활동을 꾸려나가는 데 약간 어려움이 있다.

류현아: 저희는 백여 명이 있어야 하는 공간을 꾸리고 그들의 안정이나 소속감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기도 한데, 어떤 것이 더 좋은 공간인가 하는 고민을 계속하게 된다. 그런 것에 대해 딱히 배울 곳이 없다는 [생각도 든다]. 정말로 민주적이고 감수성이 높은 공간을 우리가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학교도, 동아리도, 직장도, 가정도 민주적이지 않았고. 그래서 그런 조직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나가는 게 재밌기도 하면서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의 여성 혐오에 앞으로 어떻게 맞서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룸펠: 하던 거 계속해 가면서, 계속 끊임없이 말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혐오 세력의 협박에 굴하지 않고. ‘너희가 아무리 우리를 통제하려 해도 통제할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계속 말하고, 설치고, 떠드는 게 여성 혐오에 맞서나가는 방식이 아닐까 싶다.

서윤: ‘Go wild, speak loud, think hard’라는 말이 있다. 장동민이 여성에 대해 ‘설치고 말하고 떠들고 생각한다’는 표현을 한 것의 영어 버전인데. 그걸 그대로 가져와서 ‘그래, 우리 말하고 설치고 행동할 거다’라고 말하는 거다.

1년 6개월 사이에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걸 많이 느낀다. 그 전에는 인터넷 상에 ‘오빠가 여동생을 때렸다’는 글이 올라오면, ‘나 같아도 저 정도면 여동생 팬다’는 식의 댓글이 있었다. 근데 요즘에는 ‘아무리 그래도 폭력은 그렇지 않나’, ‘오빠라는 사람이 어떻게 여동생을 때리냐’는 식이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을 하게 됐다는 거고 이제는 ‘맞을 짓’ 같은 건 통하지 않는다는 거다. 오프라인상에서도 이제는 그냥 아무렇지 않게 페미니스트 티셔츠 입고 다니고, ‘나도 페미니즘 이슈에 관심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페미니스트가 더 이상 욕이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 빠르게 변화하는 것처럼, 앞으로도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고 계속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여성 혐오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페미니즘이 우리를 구해줄 거라고 믿는 거다.

류현아: ‘한 명이 열 걸음 가는 것보다 열 명이 한 걸음 가는 게 낫다’는 말이 있다. 접촉면을 넓혀가면서 활동하는 방식을 계속 유지할 것 같다. 재밌고, 자극적이고, 한 번이라도 더 눈길이 가고, 하는 우리도 재미있는 활동을 추구하고 있다. 열 명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알려서 다 같이 한 걸음 가는 식으로 여성 혐오에 맞서가고 싶다.

룸펠: 지역주의를 좀 타파하고 싶다. 우리가 수도권 중심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은 집단이라. 비수도권에 계신 액션단 분들도 있으니까. 접촉면을 넓힐 때 공간적인 접촉면도 넓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서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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