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017년 11월 29일

예술가를 꿈꾸며(4)
음악원 작곡과 정기연주회

작곡과 정기연주회 리허설 ⓒ 김주연

작곡과 정기연주회 리허설 ⓒ 김주연

이곳에 있는 우리들은 ‘어떤’ 예술가가 되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제 발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출발했던 곳과는 완전히 다른 길로 들어서기도 하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 채 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결승점은 정해져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길을 만들어나가는데 있어 우리학교에서 정기적으로 주최하는 교내의 공연·전시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전시 공모에 당선되기 위해, 오디션에 합격하기 위해 학생들은 밤낮으로 작업하고 연습한다. 힘든 시간이다. 하지만 바로 그 시간들이 우리가 길을 만들어간다는 증거가 아닐까. 이번 학기 우리신문은 교내의 공연·전시에 참가한 학생들의 인터뷰를 통해 길 위에 있는 예술가들을 만나보려 한다.

 

지난 22일, 우리학교 서초캠퍼스 크누아홀에서 음악원 작곡과 정기연주회가 열렸다. 작곡과 학생 △박인혜 △김유신 △김신 총 3명이 참가했다. 우리신문 대학취재부는 21일에 김유신(음악원 작곡과 15) 씨를, 22일에 박인혜(음악원 작곡과 13) 씨를 만났다. 인터뷰는 작곡과 과방에서 진행되었다. 인터뷰 내내 주변 연습실의 악기소리가 들리는 색다른 인터뷰였다.

김유신 ⓒ 안서연

김유신 ⓒ 안서연

박인혜 ⓒ 김주연

박인혜 ⓒ 김주연

 

자기소개 부탁한다

김유신 : 작곡과 3학년에 재학 중인 21살 김유신이라고 한다. 8살 때 작곡을 시작했다. 원래 피아노를 배우다가  음표 그리는 게 재미있어서 작곡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작곡의 길에 접어들게 되었다. 우리학교 영재원에서 4년 과정을 이수하고, 19살 때 우리학교 음악원 작곡과로 입학하게 되었다.

 

박인혜 : 작곡가 13학번 24살 박인혜이다. 작곡은 음악 선생님 권유로 중학교 때부터 시작했다. 독학으로 예고에 진학해 3년동안 작곡을 전공했고 우리학교에 입학했다.

 

곡을 쓸 때 어디서 영감을 받나

김 : 여행을 많이 간다. 다양한 도시들을 여행하며 그곳의 성장, 문화, 분위기 등을 탐색하고 아이디어를 얻는다. 관광객들이 주로 찾아오지 않는 인적이 드문 곳을 좋아한다. 그런 곳은 되게 조용하다보니 어떤 사물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더라. 하지만 영감에만 의존하지는 않는다. 문학적이고 수학적인 곳에서 모티브들을 가져오기도 한다. 소설에 나오는 제목을 주제로 곡을 쓴다 든지, 과학적 현상을 바탕으로 곡을 쓴다든지 하는 식이다.

 

박 : 흔히들 작곡가하면 영감을 받아서 곡을 막 써나가는 걸 생각하는데, 그런건 전혀 아니다. 나 같은 경우 여행가서 새로운 공기를 느끼거나 장면을 보거나 생활을 하면서 뭔가를 느낀 것을 갖고 표현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때 느낀 감정을 메모하고 영상을 많이 찍어놓으려고 한다. 그리고 모차르트도 생계를 위해서 곡을 썼다고 하는데, 우리도 학교에서 실기 제출을 해야하니까 데드라인이 있다.(웃음) 학교 다닐때는 이게 큰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

 

이번 정기연주회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김 : 우선 작품을 청중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작곡가로서의 반성이라고 할까.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알고 고칠 점을 알아나가고 싶다. 정기연주회에 두, 세번정도 참여했었는데 그 때 얻은 점이 많다.

 

박 : 이제 곧 졸업을 한다. 졸업연주 전에 우리학교 학생들이 연주하는 마지막 연주회라는 생각이 들었고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 참여하게 되었다.

이번 연주회에서 연주하는 곡들에 대한 짧은 소개를 부탁한다

김 : 외할아버지가 작년 12월 말에 돌아가셨다. 많은 생각이 들더라. 외할아버지가 나를 참 많이 아껴주셨는데 나는 할아버지께 제대로 해드리지 못했다. 그런 죄송함과 할아버지에 대한 동경, 그리고 편안한 안식을 취하라는 의미를 담아 곡을 쓰게 되었다. 추모의 의의를 갖고 쓴 것이다. 떠도는 영혼의 신비를 표현했다. 소프라노가 가사가 없다. “아”만 계속 한다. 하지만 음들은 유동성있게 움직인다. 접점없이 방황하지만 오로지 감정을 담았다.

 

박 : 내가 발표하는 곡이, 최근에 쓴 건 아니고 2년전에 쓴 곡이다. 첫 번째 곡은 피아노 솔로곡이다. 2015년에 대만여행을 갔는데 그 때 단수이 강에 갔었다. 그 때 날씨가 되게 더웠는데 바람이 많이 불고 친구와 자전거를 탔다. 그게 굉장히 평화롭고 행복했다. 그걸 상상하면서 썼다. 두 번째 곡은 트럼펫이랑 피아노를 위한 곡이다. 이 곡은 공부를 하는 단계에서 쓴 곡이었다. 현대음악으로 넘어가면서 조성이 파괴되는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을 연습하기 위해서 쓴 곡이었다. 지금 보면 되게 짧은 곡이고 그렇게 어렵게 쓴 것도 아닌데, 스타일을 벗어나는 곡이다보니 그 당시에는 나름 공을 많이 들였다.


연주회를 준비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궁금하다

김 : 실제로 들리는 소리가 내가 생각하던 소리와 괴리가 있다. 이번 곡에서는 음향적으로 울리는 걸 기대했는데 악기들이 어쿠스틱이다보니 내가 과하게 기대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 그게 좀 아쉬웠다. 그리고 사실 제일 애먹은 부분은 내가 앙상블 작곡이 거의 처음이었다는 점이었다. 옛날에 앙상블을 한 번 써본 적이 있기는 한데, 그 때는 명확한 가사가 존재했다. 그래서 그거에 초점을 맞추면 되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가사도 없고 흘러가는 방향도 없다보니 곡을 쓰면서 도달하는 접점이 없다는 게 힘들었다.

 

박 : 피아노는 작곡을 전공하는 사람도 치니까 많이 다른 점은 없다. 그런데 내가 안 하는 악기들의 경우, 이론적으로는 많이 배우지만 연주자한테 직접 듣는건 다르다. 그래서 연주자들과 만나서 악보를 수정하기도 하고, 그 악기에 대해 많이 배우기도 한다. 그리고 곡을 쓰던 당시, 대학에 와서 트럼펫을 위한 곡은 써보지 않았기 때문에 트럼펫이라는 악기를 선택하게 됐다. 학교에 제출할 곡은 되도록이면 써봤던 악기편성은 피하고 매 곡마다 새로운 편성과 악기를 공부하기 위해서이다.


학교를 다니며 느꼈던 것들이 있다면

김 : 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대인관계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학교에 들어와서 그런 부분이 많이 해소되었다. 개인적으로도 많이 변화했다. 교수님들이 특정한 틀에 갇혀서 가르치는게 아니라 내 성격이나 스타일을 고려하셔서 레슨을 해준다.

 

박 : 우리 과가 커리큘럼이 좋다고 느꼈다. 우리는 교수님들이 정말 스파르타식으로,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신다. 정원이 8명밖에 안 되다보니 피아노를 중심으로 동그랗게 앉아서 진행되는 수업들이 있다. 그 당시에는 많이 힘든데, 지금 생각해보면 많은 도움이 됐던 수업인 것 같다. 그리고 우리학교에는 <창작곡연주>라는 제도가 있다. <창작곡연주>라는 수업을 기악과, 지휘과 학생들이 수강신청하면 그 명단이 작곡과 과방에 붙는다. 그래서 우리가 연주가 필요할 때 그 명단에 있는 학생들에게 직접 연락해 연주를 부탁할 수 있다. 그게 되게 좋은 것 같다.

작곡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김 : 그냥 닥치는대로 경험하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특히 음악이란 장르에서는 경험을 이기는 지식이 없다고 생각한다. 들을 기회가 있으면 무엇이든 들으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그리고 음악을 들을 때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하면서 듣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마음을 비우고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본다는 마음가짐으로 듣는 것도 필요하다. 생각하는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

 

박 : 내가 입시 준비하던 때를 생각해 본다면, 많이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고3때 되게 무서운 선생님한테 배웠다. 그래서 기가 많이 죽어버렸다. 더 표현을 할 수 있는 부분인데, 더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제약이 없는 대학에 와서도 내가 스스로 멈출 때가 있는데, 고3 기간이 그 원인이라고 확신하고 있다.(웃음) 입시 때는 그 학교에 맞춰 폼을 갖고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 하나에 모두 의존해서 갇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곡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김 : ‘작곡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은 작곡가가 평생 짊어지고 갈 하나의 숙제인 것 같다. 나도 작곡을 하면서 이것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데,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 나만의 세계를 건설하는 것, 그래서 타인과 공유하는 것.

 

박 : 작곡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대학을 와서 작곡에 대한 생각이 바뀐 건 있다. 어릴 때는 곡을 쓰는게 되게 당연한 거였다. 고등학교 때도 맨날 시험이 있고. 지금은 내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재능이 있다는 게 되게 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휴학하면서 영상작업할 때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영상작업은 시각적으로 눈에 보이는 게 있는데 그것과 맞는 음악을 만드니까 더 카타르시스가 있더라. 음악은 연주를 하면 그냥 음악일 뿐인데 영상작업은 영상과 음악이 합쳐져서 예술이 되는, 작품이 되는거니까.

 

마지막으로 어떤 작곡가가 되고 싶으신지, 어떤 미래를 그리고 계신지 궁금하다

김 : 내 갈 길을 가는 작곡가가 되고 싶다. 아직까지 특정 장르에 얽매인 작곡가들이 많다. 나는 어떤 것에 얽매이지 않고 나만의 길을 만드는 작곡가가 되고싶다. 그리고 예술은 예술이지만 남들이 어느정도 이해를 하고 청중들과 친밀함을 둘 수 있는 작곡가가 되고싶다. 대중적이지만 대중적이지 않아야한다고 생각한다. 대중적인 것과 대중적이지 않은 것의 중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계속해서 작곡을 하다보면 이 중간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가와 대중이 고립되지 않고 서로 연결된 작품을 쓰는 작곡가가 되고싶다.

 

박 : 먼 미래까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항상 내가 재미있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뭐가 돼야지, 이런 생각은 안한다. 내 성격이 그렇게 깊게 생각하는 편이 아니고 바로바로 하는 성격이라. 내가 행복한 일을 하고 싶다.

 

 

김주연 기자

mid122jy@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