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고, 설치고, 행동하는 여성들

여성 해방 운동 단체 ‘불꽃페미액션’ 활동가 인터뷰

 

ⓒ불꽃페미액션
ⓒ불꽃페미액션

 

 

‘불꽃페미액션’은 어떤 단체이며,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가.

류현아: 메갈리아 사태부터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까지 계속해서 여성혐오 사건들과 싸우고 있는 단체이다.

서윤: 섹슈얼리티를 중심 의제로 다루는 페미니스트 단체이다. 처음 시작은 ‘불꽃농구단’이라는 여성 농구단이었다. 공원 농구코트에 모여서 농구를 하던 중, 강남역 살인사건이 터진 거다. ‘우리가 어떻게 이걸 보고 농구만 하고 있을 수 있겠느냐, 대응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불꽃농구단에서 이름을 따와서 ‘불꽃페미액션’이라고 단체 이름을 지었다.

 

‘불꽃페미액션’의 활동은 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서윤: 우리가 2017년 하반기 주제를 ‘몸과 섹슈얼리티’로 잡았다. 지금까지 <페미들의 성교육>이나 <천하제일 겨털대회> 등,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에 대해 다루는 활동을 주로 진행했다. 그러다가 한샘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이라든지, BJ 왁싱샵 살인사건 같은 사건이 종종 터지면 기자회견과 집회도 한다. 낙태죄 폐지를 위해서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룸펠: 최근에는 전국 노동자 대회에서 ‘직장 내 성폭력 OUT’이라는 피켓을 들었고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류현아: 대여섯 개의 소모임이 있다. △불꽃농구(여성 농구단) △영화르륵(페미니즘 영화 모임) △딸란(‘딸들의 반란’, 독서 모임) △공팸(‘공부하는 페미니스트’, 페미니즘 공부 모임) △보글(비건 요리 모임) 등의 소모임들이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성과가 있었나.

류현아: EBS ‘까칠남녀’라는 방송에서 출연 요청을 받아서, 액션단 분들이 발언을 하셨던 일이 성과가 큰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공식적으로는 겨털 편, 자위 편에 출연했다.

룸펠: 가장 최근에는 불꽃페미액션이 임의단체가 됐는데, 제도권이 인정하는 NGO단체 중의 하나로 등록하게 된 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

서윤: 강남역 살인사건 전에는 갈 곳을 찾지 못하고 파편화되어있던 페미니스트들이 ‘불꽃페미액션’이라는 단체를 통해서 만날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성과인 것 같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고통받고 분노했던 것이 나 뿐만이 아니’라는 경험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것이. 만일 우리가 그때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이 단체는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이 페미니즘 이슈에 주목할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불꽃페미액션 로고 ⓒ 불꽃페미액션 페이스북
불꽃페미액션 로고 ⓒ 불꽃페미액션 페이스북

 

‘불꽃페미액션’의 활동 중 삭발을 하거나 겨드랑이 털을 기르는 프로젝트가 있었고, 퀴어 퍼레이드에서 <천하제일 겨털대회>를 개최했다. 이런 활동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서윤: 저희는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에 집중했다. 왜 여성의 겨털이 혐오스럽게 느껴질까. 여성이 무모의 존재도 아닌데,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여성들은 모두 털이 없지 않나. ‘여자들도 자위해요? 여자들도 다리털, 겨드랑이 털이 나나요?’라는 식의 질문이 나오고. 여성이 몸이 대상화되고 타자화되는 것에 반대하는 의미로, ‘이게 여성의 몸이다’라는 걸 보여주는 시도였다. 퀴어 퍼레이드에서 <겨털대회>를 준비할 때도, ‘이렇게 많은 퀴어들과 페미니스트들이 모이는데, 털이 난다는 걸 굳이 숨겨야 하나? 이날만큼은 자유롭게, 우리가 털이 나는 존재라는 걸 알려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퍼포먼스를 계획했다. 그때부터 여성의 몸으로써 가지고 있었던 것인데 지금까지는 허용되지 않았던 것들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고, 하나씩 더해갔다. 그런 작은 분노들을 하나의 아이템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시작한 거다.

 

SNS로 <겨털대회>에 대한 일부 안 좋은 반응을 보면서, 악플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의 여성의 몸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 반응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였나.

서윤: 이전에 ‘달빛 걷기’라고, ‘우리도 자유롭게 밤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취지의 캠페인을 했었다. 그때도 일베 같은 사이트에 얼굴이 올라오면서 인신공격과 협박성 댓글이 달렸었다. 근데 그런 혐오하는 세력은 어디에나 있는 거고, 우리가 주제를 던졌을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반응해주는 사람에게 집중하고 싶다. <천하제일 겨털대회>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많은 여성들이 공감하며 참여해주었기 때문이기에.

룸펠: 여성이 자신의 성과 섹슈얼리티에 대해서 자유로운 목소리를 낼 때 혐오 세력이 좀 더 격렬하게 반응하는 것 같더라. 가부장제가 통제 대상으로 삼는 게 그쪽이니까.

류현아: 우리가 활동할 때 캐치프레이즈가 장난스러운 게 많다. <천하제일 겨털대회>도 그렇고. ‘정부야 네가 아무리 나대봐라. 내가 결혼하나, 고양이랑 살지’라는 기자회견 문구도 있었다. 서강대에서 <페미들의 성교육> 강연 전날에 대관 취소를 당했을 때도, ‘설마 하나님 페미니스트 아니에요?’로 기자회견 이름을 잡았다. 혐오세력을 포함한 대중에게 저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더 잘 보일 수 있게 가시화시키는 것이다. 그들이 반응하면 할수록 ‘더 많은 사람에게 우리의 하고 싶은 말을 전했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엄청 긍정적이지 않나. (웃음)

 

작년 6월에 개최된  포스터ⓒ불꽃페미액션 페이스북
작년 6월에 개최된 <천하제일 겨털대회> 포스터 ⓒ 불꽃페미액션 페이스북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논란은 한국에서 페미니즘 이슈가 드러난 이후부터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불편하다’, ‘극단적이다’는 시각부터 ‘또 다른 혐오를 부추긴다’, ‘연대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페미니즘이 이런 시선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 나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룸펠: 페미니즘이란 운동 자체가 시작된 이래, 혹은 여성이 참정권을 획득한 이후에 더 이상 페미니즘이 필요 없다고 생각된 이후의 시점부터 계속 이런 질문이나 평가가 있어왔다. ‘이미 공평해졌는데, 여기서 또 뭘 더 바라느냐. 극단적이다. 불편하다’는 식의 이야기들이다. 새로운 것도 아니고 항상 반복되어온 것이라서. 여전히 있으니까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서윤: 사람들이 천문학자나 법학가 같은 사람들이 논란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동의하는데, 페미니즘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 그에 대해 잘 모르면서도 언제든지 함부로 평가하고 비난할 수 있다는 태도로 대한다. 왜 유독 페미니즘에 대해서만 그럴까. 법학이나 철학 안에서도 여러 갈래가 있는 것처럼 페미니즘 안에서도 급진 페미, 자유주의 페미, 퀴어 페미, 비건 페미 등 여러 갈래들이 있는데, 그러한 맥락과 갈래를 모르는 채 ‘너희 다 잘못된 거야’라고 말하는 건 역시 하나의 권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가 인권에 대해서 함부로 얘기하지 않는 것처럼, 페미니즘에 대해서 그렇게 쉽게 이야기하는 건 결국 그 사람의 오만이다. 누군가에게는 페미니즘이 생존의 이야기이고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데. 그 바깥에 서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시대인데, 너희 지금 이미 평등하면서 무얼 더 바라?’라고 얘기하는 건 하나의 권력일 뿐이다.

류현아: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겁을 줄 필요가 있고, ‘도태되고 있다’는 말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 운동이 맥락 없이 어디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진보 계열의 운동에서, 포스트 모더니즘과 관련해서, 실존주의의 맥락에서 나온 것이고, 수많은 철학자들이 말한 것에서 나온 것이지 않나. 지금은 페미니즘이 대세여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하고, 다만 일베와 같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세들이 아노미라고 생각한다. 노예제도를 폐지하자고 했을 때 이런 말들이 안 나왔을까. 노예 제도가 폐지되고 다시는 사람들이 노예제도가 부활해야 한다는 말을 안 하지 않나.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은 전 세계적인 흐름 중의 하나이고 결국 우리는 진보할 수밖에 없기에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메갈리아와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을 지나오면서 페미니즘 운동이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가.

룸펠: 정치에서 얘기하자면, 하물며 촛불집회에서 모이더라도 여성 혐오적 발언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페미존을 만들면서 외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해주지 않았나 싶다. DJ DOC의 노래를 집회에서 부를 수 없다고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공연이 취소되었던 것처럼, 페미니스트들이 발언권을 갖게 된 것 자체가 영향 중 하나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서윤: 문재인도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했지 않나. 그 전에 반기문도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하고. 결국 [정치인들이] ‘내가 이 시대에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한다면, 많은 여성들에게 대적 당하겠구나’는 것을 신경쓰게 됐다는 거다. 탁현민 사건 때처럼 성폭력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주목하게 되는 [분위기가 있다]. 그리고 메갈리아 이후에 맥심이 사과도 하고. 몰카 방지도 공론화되고. 낙태죄 청원도 됐고, 소라넷도 폐지되지 않았나. 굉장히 많은 일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이 지금 핫한 토픽이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페미니즘을 입었겠지만, 어쨌든 페미니즘을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것이 성과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에서의 여성 혐오에 앞으로 어떻게 맞서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룸펠: 하던 거 계속해 가면서 끊임없이 말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혐오 세력의 협박에 굴하지 않고. ‘너희가 아무리 우리를 통제하려 해도 통제할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계속 말하고, 설치고, 떠드는 게 여성 혐오에 맞서나가는 방식이 아닐까 싶다.

서윤: ‘Go wild, speak loud, think hard’라는 말이 있다. 장동민이 여성에 대해 ‘설치고 말하고 떠들고 생각한다’는 표현을 한 것의 영어 버전인데, 그걸 그대로 가져와서 ‘그래, 우리 말하고 설치고 행동할 거다’라고 말하는 거다.

1년 6개월 사이에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걸 느낀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페미니스트 티셔츠 입고 다니고, ‘나도 페미니즘 이슈에 관심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페미니스트가 더 이상 욕이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거다. 빠르게 변화하는 것처럼 앞으로도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고 계속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여성 혐오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페미니즘이 우리를 구해줄 거라고 믿는 거다.

류현아: ‘한 명이 열 걸음 가는 것보다 열 명이 한 걸음 가는 게 낫다’는 말이 있다. 접촉면을 넓혀가면서 활동하는 방식을 계속 유지할 것 같다. 재밌고, 자극적이고, 한 번이라도 더 눈길이 가고, 하는 우리도 재미있는 활동을 추구하고 있다. 열 명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알려서 다 같이 한 걸음 가는 식으로 여성 혐오에 맞서가고 싶다.

 

서은수 기자

3unwat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