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예술-오만과 편견’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남형두 교수 강연

‘문화예술의 사법화 이대로 괜찮은가’ ‘예술인이 법에 관심 기울여야’

지난 8일 수요일, 영상원 L114에서 특강 ‘법과 예술-오만과 편견’이 열렸다. 강의자인 남형두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적재산권 분야 전문가로 서초동 캠퍼스에서도 특강을 열었던 바 있다. 이날 특강에서는 ‘주리스토크라시(Juristocracy)’, 즉 ‘법률가에 의한 지배’라는 뜻의 신조어를 살펴보며 사법영역에서 문화예술을 다루는 것에 대한 의문점을 제시했다.

 

군사독재시절 법원은 대통령 행위에 대해 재판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기피했다. 이러한 법원의 소극적 태도는 이후 사회적으로 비난받으며 반대로 사법적극주의의 대두를 이끌었다. 사법적극주의는 법원이 모든 사회적 현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을 일컫는 용어로 최근에 이 경향이 문화예술 분야에도 빈번하게 적용되고 있다.


법원 결론이 예술의 종국적 해답될 수 없어
신경숙 작가는 소설 <엄마를 부탁해> 표절 혐의로 재판 중이다. 앞서 신 씨는 단편소설 <전설>에서도 표절 논란을 겪었다. 이 때 한 대학교수가 출판사 창비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신 씨를 고발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 사건의 고소 내용은 업무방해이므로 법원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표절 여부에 대해서는 살펴보지 않았다. 사법부는 고소한 사실에 대해서만 답하는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에서는 이 같은 판결을 기사화해 대중들에게 자칫 표절 사건 전체가 무혐의로 오인될만한 인상을 남겼다.


조영남 사건에서도 간과된 점이 있다. 조 씨를 고소한 건 대작화가의 하숙집 주인이었다. 검찰은 먼저 대작화가 송 씨를 조사했다. 원래 검찰은 조 씨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하려 하였다. 작품은 송 씨가 그렸으나 조 씨의 서명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사에서 송 씨는 화투그림은 조 씨의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검찰은 당초 계획을 수정했다. 작품 구매자들을 피해자로 지정해 조 씨를 사기죄로 고소한 것이다. 그런데 구매자 조사에서 두 명은 조 씨가 작품을 그리지 않은 걸 알았더라도 구매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들 역시 조 씨가 직접 그리지 않았더라도 작품을 조 씨의 것으로 인정한 셈이다. 미술계에서 조차 이 대작 논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더불어 마광수 교수의 저작물이 선전성을 이유로 기소되었던 사례도 되돌아봤다. 마 교수가 <즐거운 사라>로 재판 받을 때 법원에서는 법과 문학을 아우르는 전문가인 안경환 교수를 초빙했다. 안 교수는 당시 <즐거운 사라>를 하수구 같은 글이라고 표현했고, 마 교수는 음란물유포로 유죄판결 받았다. 이후 안 교수는 회고담에서 그 사건에 대해 법이 문학의 가해자가 되고, 문학이 피해자가 되어버린 것이라며 후회했다. 법원으로 가서는 안 될 문제였다는 것이다.


강의자인 남 교수는 예술의 본질은 자유주의이기 법의 개입이 자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술계의 여러가지 문제는 새로운 사조를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예술에 법이 재판관이 될 수 있느냐며 지나친 주리스토크라시를 꼬집었다.

법을 알아야 자유로운 예술활동이 보장된다
남 교수는 특히 우리 학교에 미래 예술인들이 많은만큼 법률 특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강의를 자원했다고 밝혔다.

 

질의시간에 남 교수는 동화 <구름빵>의 사례를 언급했다. 백희나 작가는 출판사와 계약에서 2차 저작물에 대한 권한을 넘기는 특약 조항에 동의했다. 이로 인해 백 작가는 <구름빵>의 큰 성공에도 불구하고 2차적 이용에 따른 수익배분을 받지 못했다. 이처럼 예술가가 법률조항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면 자신의 권리를 부당하게 빼앗길 수 있다. 결론적으로 예술가는 자신의 권리를 위해서, 예술의 발전을 위해서 법률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강에 참여한 김민희(미술원 미술이론과 16) 씨는 “강연에서 사회를 지배하는 법이 사회로부터 끊임없이 벗어나려 하는 미술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풍부하게 다룬 점이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우리학교 학생들의 창작 활동이 보다 적극적으로 장려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학교에서 예술법과 관련된 강연이나 행사가 자주 유치되었으면 한다”고도 전했다.

서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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