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2017년 10월 31일

고전의 소리에 테크놀로지가 스며들다

작곡가 조은희, “음악테크놀로지학과 기술과 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12월 29~30일 문래예술공장 박스시어터에서 <사운드 맵 프로젝트> 진행될 예정

 

우장산역 2번 출구 앞 상가 건물 4층에 위치한 뮤렉스 뮤직. 뮤렉스 뮤직은 조은희 작가가 작곡, 화성학, 음악이론, 시창청음 등을 교습하는 작곡입시학원이자 개인 작업을 하는 스튜디오실이다. ⓒ 하소연

우장산역 2번 출구 앞 상가 건물 4층에 위치한 뮤렉스 뮤직. 뮤렉스 뮤직은 조은희 작가가 작곡, 화성학, 음악이론, 시창청음 등을 교습하는 작곡입시학원이자 개인 작업을 하는 스튜디오실이다. ⓒ 하소연

2학기 《한국예술종합학교신문》 문화부는 아직은 대중에게 다가가지 못했지만, 국내 예술계에서 시도와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창작자들을 다루고자 했다. 지금까지 국악 밴드 ‘상자루’를 시작으로 ‘플랫폼 팜파’△ 사진작가 모임 ‘긎읏’△무용창작그룹 ‘13day’△ 그리고 낭독 극 팀 ‘극단 2악장’과 인터뷰를 했다. 이들은 모두 가치관이 맞는 사람들과 협업하여 각자의 예술 스타일을 관객들에게 선보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초기에는 교내 지원을 받아 활동하다가 차츰 외부로 진출하는 식이다. 이들은 더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연습과 작업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음악테크놀로지 작업을 해오고 있는 아티스트 조은희를 만났다.

작가 조은희를 일컫는 단어는 다양하다. 그녀는 지금까지 음악감독, 작곡가, 사운드아티스트 때론 미디어아티스트로도 불렸다. 호기심 많은 그녀는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과 함께 넓은 범위의 작업을 해왔다. 그녀의 작품은 음악이라는 틀 안에서도 실험적인 사운드공연부터 오페라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어떤 관점에서는 그 모든 작업을 음악감독의 일반적인 업무에 포함할 수도 있어서 조은희는 대중들 앞에서 자신을 어떻게 소개할 지에 대해 아직 고민 중이다.

음악테크놀로지는 음악에 테크놀로지를 결합했다는 의미이며 역시 포괄적인 장르이다. 우리 학교 음악원에는 전문사 3년제 과정으로 음악테크놀로지학과가 있다. 조은희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학과는 음악과 영상이 결합되는 사운드 프로그래밍, 오디오 비주얼 그리고 사운드에 반응하는 빛이나 영상에 대한 피지컬 컴퓨팅을 배운다.

그러나 전자음악을 다루는 예술사 과정의 학과는 개설되어 있지 않다. 그 때문에 음악테크놀로지학과에 모인 사람들의 학부 때의 학과는 다양하다. 조은희만 해도 클래식 작곡으로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우리학교 음악테크놀로지학과에 온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음악테크놀로지학과에 있던 08~10년에는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공대와 법대 등 타분야 출신의 학생들이 입학 정원의 절반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하지만 음악테크놀로지는 기술과 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입문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나이와 전공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조은희 ⓒ 하소연

조은희 ⓒ 하소연

조은희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했고 고등학교를 예고로 진학을 했다. 그녀가 대학을 클래식 작곡과로 진학한 것은 예고 진학의 연장 선상에 있었다. 그녀가 대학에서 주로 공부한 것은 20세기 초중반 때 창작된 현대음악이었다. 그녀가 대학을 졸업하기 직전이 되던 해 06~07년도의 한국에는 사운드 아트가 유행했었다. 그녀는 관심 있는 공연을 중심으로 관람하다가 우연히 사운드 아트를 접하게 된다. 주로 미술계에서 영상매체를 사운드와 접목하는 시도가 활발했다. 클래식 전공자인 그녀는 “당시 나이가 20대 초중반이어서 그런지 실험적이고 아방가르드한 것에 더 끌린 것 같다”며 “당시 그런 세계가 새롭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렇게 사운드 아트를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찾다 보니 한예종에 입학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조은희는 대학원 진학 초기에는 기술을 이용하여 클래식을 확장하는 시도를 했다. 연주자가 기존의 방식대로 작곡된 곡을 악기로 연주하면, 컴퓨터로 그 소리를 실시간으로 변형해 악기 소리와 섞는다. 이러한 작업을 라이브 일렉트로닉이라고 한다. 조은희는 “처음에는 음악에 기술이 더해졌을 때 그 가능성이 확장되는 것이 마냥 즐거웠다”고 말했다. 그런데 학기가 진행될수록 “음악과 기술을 결합하여 만들어진 사운드가 영상, 무용, 미술과 같은 다른 분야와의 협업을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모습을 발견”했고 결과적으로는 “음악을 보는 관점과 시각이 넓어진 것 같다”고 했다. 그녀는 컴퓨터로 만든 소리를 재료로 음악을 만들기도 하고, 사운드를 일종의 악기로 간주해 다른 연주자들과 합주하는 식의 작업을 차차 해나갔다.

 

max7 ⓒ 하소연

max7 ⓒ 하소연

음악테크놀로지학과는 입시에서 기본적으로 cycling 74사의 Max7을 요구한다. 조은희가 입학했을 당시에는 Max/MSP라는 이름이었다.  Max는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흰 도화지에 그려 나가듯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어 다른 에디팅 프로그램에 비해 더 자유도가 높은 프로그램이다. 직접 소리를 만들 수 있고 소리와 영상을 함께 작업할 수 있다. 음악과 영상을 같은 프로그램으로 작업할 경우, 두 매체가 더 유기적으로 연결된 작업물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음악의 한 음이 울리면 거기에 대응하는 비주얼이 나오는 식이다. 조은희는 “졸업 후의 작업에서도 Max를 사용한다”라고 말했다.

음악테크놀로지학과는 사운드 녹음과 믹싱에 있어선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을 권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 영상이 아닌 사운드만 작업할 경우에는 필요에 따라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며 “각 프로그램 지닌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에이블톤 라이브는 비트감 있는 라이브를 할 때, 로직은 고전적인 영화음악 같은 작업을 할 때 사용한다”라고 말했다. “프로툴의 경우 믹싱, 마스터링에 장점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졸업 후 몇 년간은 조은희는 같은 학과 사람들과 함께 작업했다. <태싯그룹tacit group>의 공연에 참여하기도 했었고, 졸업한 이후에는 한 학번 위인 윤제호 작가와 <Synth:on(신스온)>을 만들어 공연하기도 했다. 예술과 기술, 아날로그와 디지털처럼 양극에 있는 것 같은 영역의 경계를 허물고, 그렇게 만든 작업을 일반 관객들도 공감하고 즐길 수 있게 하자는 뜻에서 만들어진 팀들이었다. 이 두 팀과 보낸 시간은 그녀에게는 대학원 과정에서 배운 테크놀로지와 대학 때까지 고양해 온 고전적인 음악적인 스타일을 연결해보고 공연으로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그녀는 “이런 공동 작업을 통해 음악 뿐만 아니라 공연을 기획하고 만들어 나가는 것까지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조은희가 개인 작업을 시작한 것은 13년도 쯤부터였다. 그때부터 조은희는 해마다 지원금을 받아 다른 분야 사람들과 협연하는 방식으로 공연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14년도에는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송 에 뤼미에르 son et lumiere>를 공연했다.  <송 에 뤼미에르>는 사전적 의미로 ‘사적지 등에서 밤에 특수 조명과 음향을 곁들여 그 역사를 설명하는 쇼’이다. 40여분의 공연 시간 동안 스타일이 다른 여섯 작가의 영상이 3면에 떠오르고 조은희가 작곡한 6곡이 연속해서 연주되었다. 조은희는 “지금은 많이 시도되고 있지만, 그때는 그렇게 예술에 공간의 확장을 도입하는 것이 새롭고 신선했다”고 덧붙였다.

1년 후인 15년도부터 조은희는 국악하는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 수원문화재단의 유망예술가 지원으로 2년간 진행해온 <수원화성 소리지도 suwonhwaseong soundmap>에서의 경험이 계기였다. 조은희는 그때에 관해서“전통과 현대가 구분되지 않은 채 함께 공존하고 있는 그곳을 소재로 작업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야금, 거문고 그리고 대금 하는 분과 같이 작업하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그녀는 <송 에 뤼미에르 son et lumiere>를 포함한 이전 공연들과 달리 음악을 연주하는 공통분모 아래 있는 사람들과의 작업이어서 수원화성에서의 프로젝트가 자신에게 특별했다고 밝혔다. “혼자서 작곡을 마친 뒤 작업물을 제출하는 이전의 방식과 달리 그 프로젝트는 공연 준비과정에서 연주자들과 함께 연습하고 만들어낸 공동창작물이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조은희는 “그런 공동창작 시스템 아래에서 창작자와 연주자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었던 것이 나에겐 하나의 전환점이었다”라고 밝혔다.

조은희는 올해12월 29-30일 문래예술공장 박스시어터에서 <수원화성 소리지도>를 확장한 <사운드맵 프로젝트>를 공연할 예정이다. 문래예술공장의 유망예술가 지원으로 이 프로젝트는 내년까지 진행된다. 조은희는 “판소리하는 사람 중 많은 이가 전라도 출신인데 그들의 노래는 서울, 경기의 민요와 표현방법이 다른 점이 흥미로웠다”며 해당 프로젝트에서는 “각 지역에 방언이 있듯이 음악도 있다며, 각 지역 음악의 특색을 반영해 음악을 만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녀가 이번 공연에는 어떻게 소리와 기술을 접목했을지 궁금한 이들에게는 관람을 권한다.

 

 

하소연 기자

goodteller1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