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표로 물드는 가을의 교정

우리학교 입시철 이색 풍경

그러나 입시휴강 및 통로폐쇄 등 불편함 있어

ⓒ 안서연
ⓒ 안서연

지난 11일부터 우리학교 △음악원 △연극원 △무용원 △전통예술원에서 2018학년도 10월 입시가 시작되었다. 10월 입시 실기시험은 23일에 모두 마무리되었지만 아직 2차 면접은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는 1차 합격생이 발표되고 있는 중이고 2차 면접은 11월 초에 이루어질 예정이다. 11월 26일부터는 일반전형이 시작되기에 가을에서 겨울까지는 줄곧 입시 기간이다.

 

입시생X재학생

입시철답게 왼쪽 가슴에 수험번호표를 단 입시생들이 재학생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입시생들의 이색 복장이었다. 연극원과 음악원을 지원한 학생들은 검은색 양복과 악기가방을, 무용원과 전통예술원 지원자들은 발레복과 한복을 입고 있어 한눈에 보더라도 누가 어느 원에 지원하는 지를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재학생들은 어쩌면 후배가 될지 모르는 입시생들을 보며 시험을 치르러왔던 과거 이맘때를 회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중 입시 진행 요원(이하 ‘진행요원’)들이 느끼는 소회감은 남다를 것이다. 우리학교는 이론과를 제외한 많은 과들이 실기시험을 진행하기에 넓은 공간과 진행 요원들은 필수 요소다. 때문에 입시가 시작되기 전부터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요원을 선발한다.

 

특히 지원자가 3,000명이 넘어가기는 연극원 연기과는 진행요원이 가장 많이 필요한 곳이다. 연기과 진행요원은 평균적으로 60~65명이 선발되고 로테이션을 돌며 근무한다. 진행요원으로 선발된 학생들은 입시기간동안 출석인정서를 제출함으로써 입시 진행에 전념한다. 이들에게는 시급과 초과수당, 주휴수당 모두 지급되며 A, B, C 총 세 개로 나누어진 대기실을 관리하고 수험생들의 신분확인, 대사 배부 등을 주요 업무로 삼고 있다.

 

전통예술원 연희과의 경우에는 입시생들의 반주를 위한 ‘지정반주자’들이 준비된다. 실제로 2018학년도 예술사과정 정원 내 일반 및 특별전형 모집요강에도 연희과 1차 시험 ‘전공실기Ⅱ’에 4명 이내의 반주자를 대동하라고 명시되어 있다. 연희과는 입시가 시작되는 시기에 입시생들을 대상으로 지정반주자들을 신청하도록 한다. 지정반주자들은 주로 고학년 재학생들로 구성되는데 이들은 실기면접 2주전에 선발된다. 재학생들이 수험생들과 실기 시험을 함께한다는 점은 분명 우리학교의 특징일 것이다.

 

ⓒ 조영오
ⓒ 조영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면접 돌발 상황!

우리학교 입시의 또다른 특징은 1차 시험에 합격한 입시생들 모두 2차 면접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면접 날 돌발 상황이 적지 않은게 일어나는 편이다. 또한 우리학교가 예술학교라는 점에 있어서 일반대학과는 달리 색다른 에피소드가 있을 것이란 생각에 이번 기사에서는 재학생들의 이색 합격담을 모아보았다.

 

 

영상원의 A씨는 책을 읽을 때나 영화를 볼 때에만 안경을 착용한다고 한다. 자신의 이런 특징을 이용해서 면접 당시 안경은 쓰지 않은 채 케이스에 넣어 면접장으로 들어갔다고 하는데, 면접 시작하자마자 “잠시 안경을 좀 쓰고 시작해도 될까요?”라며 운을 떼며 분위기를 이끌어나갔다고 한다. 이에 면접을 보던 교수 중 하나가 “왜 이제 와서 안경을 쓰느냐?”고 물었다. A씨는 “선생님들의 얼굴을 좀 더 잘 보고 싶어서 쓰게 되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 교수는 “아니 그러면 먼저 쓰고 오면 되지 왜 번거롭게 여기서 쓰고 난리야”라며 면접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고 한다. A씨는 왠지 자신이 영악하게 보이려는 것이 감점요소가 될 줄 알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불안에 떨었다고 했으나 결국 합격했다.

 

김동현(영상원 방송영상과 15)씨는 장교로 군복무를 했다. 우리학교 입시는 군인신분이었을 때 보게 되었다고 하는데 사실 면접대비는 군부대 행사로 포기하려 했다고 한다. 그때 상급자가 어서 다녀오라며 군용차 키를 빌려주었고그렇게 김 씨는 부랴부랴 면접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너무 긴장을 했던 탓일까? 소지하고 있던 무전기가 배터리가 다 되어버려 면접 중에 경고음이 울린 것이다. 김 씨는 “군부대에서 너무 황급히 오느라 무전기를 꺼두는 것을 잊어버렸다”며 상황을 수습하려 했으나 아주 큰일인 줄 알았던 교수들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고 한다. 김 씨는 “이후에 머리가 새 하얘져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말했으나 결국 합격했다.

 

현석준(연극원 연기과 11)씨는 3시간이 넘도록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연기과 2차 시험에서는 입시생들의 장기를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인데 현 씨는 노래를 준비했다. 그러나 2차에서는 마술에서부터 차력까지 별별 특기를 지닌 사람들이 많은데다가 다들 노래는 기본으로 잘한다고 하니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게다가 3시간이 넘도록 기다리기만 했던 탓일까? 잠긴 목때문에 결국 음이탈이 나고 말았다는 것이다. 현 씨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으나 교수들은 그렇게 기다리는 동안 목이 잠기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며 이해해주었다고 한다.

 

이렇게 당시에는 아찔했던 순간들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합격생들에게 합격을 안겨다 준 소중한 순간들이었다. 하지만 이들과는 달리 모집요강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거나 다른 지원자들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하는 등 문제를 산 경우도 있었다. 음악원 성악과 실기조교 김도아 씨는 “간혹 학생들이 우리학교를 타대학교로 착각한다”며 “클래식이 아닌 대중가요를 입시 곡으로 적어서 제출했던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연기과 입시 진행 요원 대표로 임한 현석준 씨는 “이번 10월 입시 중에 한 남성 지원자가 다른 여성 지원자에게 혐오발언을 했다”며 “해당 지원자에게 주의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 안서연
ⓒ 안서연

좁은 교정, 그러나 넘치는 지원자들

입시철에는 재학생들도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생기곤 한다. ‘입시휴강’과 ‘통로폐쇄’가 그것이다. 10월 입시가 시작되고 나면 학교 홈페이지 누리나 학생들의 개인 연락처를 통해 ‘입시로 인해 수업을 휴강한다’는 내용이 종종 공지된다. 또한 몇몇 강의실들이 면접 전용으로 쓰이거나 특정 통로가 폐쇄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수업들이 줄줄이 휴강하거나 강의실을 이동하여 진행되곤 한다. 그 기간이 짧으면 일주일, 길면 보름까지 가는지라 이를 두고 학생들은 ‘입시방학’이라 칭하기도 한다.

 

사실 연이은 휴강과 통로폐쇄와 같은 문제는 우리학교 면적이 좁은 탓이 크다. 원별로 쓰는 건물이 기본적으로 한 채이고 많아야 두세 채이기 때문에 입시생들과 재학생들을 모두 수용할 수가 없다. 예술극장의 경우 지원자가 많은 연극원과 전통예술원이 점유하고 있으며 그마저도 부족해 학교본부에 붙어 있는 갤러리까지 쓰고 있는 중이다. 뿐만 아니라 수업과 입시를 동시에 진행할 만큼 교수들의 인원이 많지 않은데다가 면접이 평일에 진행되는 점도 문제의 원인 중 하나다. 가장 많은 입시생들이 지원하는 연극원 연기과는 매번 입시기간으로 인해 종강이 늦어지는데다가 건물 1층 절반가량을 막고 있어 학생들 사이에서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연극원 연기과는 내년부터 실기면접을 8월 입시로 바꾸기로 했다. 8월 입시는 방학 중에 치뤄지기에 재학생들의 입시휴강과 이동불편과 같은 문제들은 어느정도 해결될 것으로 예측된다.

 

 

조영오 기자

haemonghaemo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