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도 내 맘대로 못해요?

학과장 및 보호자 동의, 과에 따라 학과장 면담까지 받아야 휴학할 수 있어

이선미 행정조교 “행정적인 편의만을 위해 절차를 일방적으로 축소하는건 무리”

 

지난 20일까지 2017년도 2학기 등록휴학 신청을 마감하며 이번학기 휴학신청이 모두 끝났다. 이번학기 미등록휴학은 재학생 등록기간 전인 8월 18일에 이미 처리되었다. 그런데 이번학기에 일반휴학을 한 A 씨는 “휴학절차가 엄청 번거롭고 상당히 불편하다”며 우리학교 휴학절차에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휴학절차를 살펴보면 학과장 면담과 승인 그리고 보호자 동의까지, 온라인만으로도 휴학을 할 수 있는 타학교에 비해 우리학교가 번거롭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학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칙」 제10장 제62조(휴학 및 제적)에서 휴학에 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자세한 시행세칙은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사내규」 제5장 제35조(휴학)에 명시되어 있다. 휴학절차는 학칙이나 학사내규에는 따로 기재되어않고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우리학교 휴학절차는 ① 온-누리 휴학신청 메뉴에서 휴학신청내역 입력 후 저장 ② 휴학원 출력(인쇄) ③ 보증인의 연서로 작성하여 학과장 및 소속원장의 서면결재를 득한 후 행정실(또는 행정조교실)에 제출 ④ 총장 허가 순이다.

 

휴학절차 중 가장 까다로운 절차는 학과장의 동의를 받아야한다는 것이다. 학과장 동의를 받는 절차는 과마다 다르다. 조교실에서 서면결재를 받을 수 있는 과들도 있지만 학과장 면담이 필수인 과들도 있다. A 씨는 “학과장 동의절차의 경우, 몇몇 과에서는 그냥 조교실에 가면 도장을 찍어주는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 우리과는 보통 학과장과 면담 후 결재를 받을 수 있었다”며 “거꾸로 말하면 학과장이 동의하지 않으면 학생이 휴학할 수 없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임종우(영상원 영상이론과 13) 씨도 “예전 학과장님이 워낙 바쁘시고 학교에 자주 오시지 않아서 면담 일정을 잡기 어렵거나 이메일을 통해 면담을 해야하는 일이 있었다”고 학과장 면담이 번거로웠음을 밝혔다. 이어 임 씨는 “일반휴학은 특별한 증빙서류를 요구하지 않는, 학생의 자기판단에 의해 신청을 하는 것이다”라며 “그 사유를 자료 수집 차원에서 간단히 신청서에 기재할 수는 있지만 면담까지 하라는 건 사생활 침해나 윤리적 문제를 야기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휴학절차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실제로 이런 절차에 대해 학생들의 반발을 샀던 타학교의 사례도 있다. 고려대학교에서는 올해 8월 1일부터 휴·복학 신청 후 지도교수의 확인을 거쳐 학과 행정실에서 정식 승인을 받도록 휴학절차가 변경됐다. 이전에는 교내포털사이트인 KUPID에서 휴학을 신청한 후 원스톱서비스센터를 거치는 방식이었다. 당시 고대신문에 실린 기사( <고대신문>, ‘휴·복학 신청절차 변경돼··· 지도교수 확인 거쳐야’, 2017.8.1)에 따르면, 김세중 고려대학교 교무팀 주임은 “원스톱서비스센터를 통해 진행됐던 기존과 달리 변경된 절차는 교수님의 지도 의견을 통해 특별한 이유가 있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바뀐 휴·복학 절차가 학부생과 지도교수와의 소통을 증진할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이 절차가 시행된 지 한 달 후 고대신문에 실린 기사( <고대신문>, ‘휴학신청 중 교수확인··· 학생들 “부담”’, 2017.9.18)에서 개편된 절차에 대한 학생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볼 수 있다. 이 절차가 성인으로서의 자율적인 선택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서 김보혁 고려대학교서울캠퍼스부총학생회장은 “총학생회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고시준비로 학원에 다니는데 휴학 신청이 반려돼 당황스러웠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어떤 사유든 휴학 선택은 학생의 권한”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 기사에서는 개편된 휴학 절차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도 교수와의 면담을 피하고자 휴학 사유를 솔직히 밝히지 않는 경우가 이어져서다. 김수진(고려대 컴퓨터학과 17) 씨는 “지도교수가 학생과 연관이 있어서 배정된 것도 아닌데 왜 교수님의 허가가 있어야 되는지 모르겠다”며 “연관이 있다 하더라도 학생의 결정을 지도교수가 판가름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학과장 동의뿐만 아니라 휴학원에 보호자 동의를 받아야하는 점도 지적했다. A 씨는 “부모님의 동의를 받는 건 유명무실한 일”이라며 “본질적으로 학과장과 부모님 동의 절차를 왜 밟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종우 씨도 “만약 가족과의 문제로 인한 휴학이라면 그걸 보호자에게 서명을 받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임 씨는 “보호자 서명도 학과장 동의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대학생이면 청소년이 아니라 성인인데 학생의 자발적인 결정에 보호자의 승인을 받는 것도 문제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른학교의 휴학절차는 어떨까. 고려대를 제외한 서울 주요 대학교인 △경희대학교 △서강대학교 △서울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성균관대학교 △연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중앙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한양대학교에서는 온라인만으로도 휴학을 할 수 있다. 현재 우리학교와 휴학절차가 유사한 학교는 서울예술대학교이다. 서울예대는 ① 휴학원서 교부 및 작성(학과 행정실) ② 지도교수 면담 및 확인 ③ 휴학원서 접수(교학운영처) ④ 휴학원서 접수증 교부(복학시까지 보관) 순이다. 서울예대 재학 당시 휴학을 했던 B 씨는 “휴학할 때 어려웠던 점은 무엇보다 교수님 승인을 받는 거였다”고 말했다. 이어 B 씨는 “내가 다니던 학과의 특성인지는 몰라도 교수님에 따라 너무 달랐다”며 “어떤 교수님은 쉽게 휴학을 승인해주셨지만 어떤 교수님은 학업계획표까지 작성해 오라더라”며 휴학절차가 까다로웠음을 토로했다.

 

그렇다면 우리학교의 휴학절차는 왜 이렇게 까다로울까. 편리한 절차로 바뀔 수는 없을까. 교무과 이선미 행정조교는 “절차가 만들어졌을 당시의 서류들은 전산화되어있는 것이 아닌 서류로 되어있기 때문에 자료찾는데에 어려움이 크다”며 “공식적으로는 휴학절차가 왜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졌는지는 짧은 시간 안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이 조교는 “행정적인 면이 아닌 교육적인 측면에서 학과장과의 면담절차가 존재한다면, 행정적인 편의때문에 절차를 일방적으로 축소하는건 무리가 따른다”며 “이는 원장회의 등을 통해서 교수님들과 논의를 해봐야 할 것이고 학교 구성원들의 협의가 이루어지고 난 후라면, 온라인이라든지 시스템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구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휴학절차가 단지 행정적인 이유만은 아니라고 밝혔다.

 


김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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