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2악장, 질병을 통해 사회를 보다

연극 <자가면역질환> 12일 ~ 15일까지 지즐소극장에서

박현정 연출가, “자가면역 개념이 발견된 1960년 한국에는 4·19 혁명이 있었다.”

무대 전경 ⓒ 극단 2악장
무대 전경 ⓒ 극단 2악장

 

2017년도 2학기 <한국예술종합학교신문> 문화부는 아직 대중들에게 익숙하지는 않지만, 진지하고 다양한 시도와 노력으로 국내 예술 시장에 자리 잡은 분야들을 다뤄볼 예정이다. 예술가들이 저마다의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집합소로 △인디 밴드 △갤러리형 카페 △독립 출판 △독립 영화 등의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예술가나 그 지인들의 제보를 받는다. 이번 286호에선 지금껏 낭독극 위주로 공연해온 ‘극단 2악장’을 만나보기로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신문>문화부는 추석 연휴였던 지난 9일 석관동 연극원 영상원 건물 후문 근처 카페에서 ‘극단 2악장’의 연출 박현정(연극원 연출과 03)과 기획 이승연(연극원 예술경영 12)을 만났다. ‘극단 2악장’은 <자가면역질환>공연이 얼마 남지 않아 추석 기간 내내 매일 만났다고 했다. 그들은 작년에도 공연 준비로 연휴를 함께 보냈다. 대부분의 단원이 본가가 서울이었고 배우 한 분을 제외하고는 추석 본 날에도 연습에 참여했다고 했다. 공연 <자가면역질환>은 2017년 서울문화재단 최초예술지원 선정 작품으로 12일(목)부터 15일(일)까지 4일간 대학로 지즐소극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연극원에서 극단을 창설한다는 것

‘극단 2악장’이 창설되었을 때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다.

 

박현정  현재 ‘극단 2악장’ 멤버는 2014년에 나의 졸업 공연 <침묵>에서 대부분 만났다. 그때는 연출인 나 자신도 진로에 대한 생각이 정립이 안 되어 있었다. 서로서로 “우리 참 좋은 모임이었어” 말하곤 했지만, 극단을 하자라는 현실적인 출발에 관해선 얘기하지 않았다. 14년 침묵 이후에 야합플레이1)에서도 공연을 하고 인큐베이팅 워크숍2)을 또 같이했다. 그렇게 했던 작품 <유모아 극장>이 돌곶이 정기 공연으로 뽑혀서 외부 공연도 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 사람들과 함께 정식 극단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단 이름을  2악장으로 결정한 것은 2016년 초였다. 제가 좋아하는 노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곡을 듣던 중이었는데 극작과 조교님이 “극단 이름으로 2악장 어떻냐”라고 말했다. 그것이 제 마음과 일치하는 이름이어서 곧바로 동료들한테 통보(?)했다.(웃음) 물론 의견이 있으면 말해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도 다들 좋다고 했다.

 

그렇게 같은 사람들끼리 극단을 만들어 연극을 할 때 장점이 무엇인가.

 

박현정 연극은 사람들이 같이 모여 하는 활동이지 않나. 그래서 서로서로 말을 굉장히 많이 나누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똑같이 한국말을 쓰더라도 ‘한 개인이 지닌 단어 의미’, ‘흔히 쓰는 단어’ 또는 ‘그 사람이 어떤 기분일 때 어떤 단어를 쓰는지’ 이런 것을 파악하는 데에는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 내가 첫 작업 때 배우들을 힘들게 했던 것 중 상당 부분은 그 지점을 잘 몰랐기 때문에 발생했었다. 하지만 <침묵>에서 배우들과 스텝들을 만났을 땐 이전보다 설명이 훨씬 덜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설명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설득해야 할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서로가 가진 결, 생각하는 방향, 언어 그리고 심성이 비슷해 소통이 좀 더 빨랐던 것 같다.

우리학교 연극원 내에서 극단을 창설해 고정적인 멤버들끼리 연극을 만드는 경우가 흔한가.

박현정 적지는 않은 거로 알고 있다. 그러나 선배들 때가 훨씬 많았다. 현실적으로 극단을 차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은 ‘극단 2악장’처럼 프로젝트 그룹처럼 활동하다가 극단이 된 경우가 많다.

이승연 예를 들면, 극단 <신세계>가 있고 최근에 만들어진 <beta project>도 열심히 활동하는 것 같다.

박현정 박용우 배우가 속해 있는 극단 <아어>도 있다. 선배 중에는 화천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뛰다>라는 집단도 있다. 거기는 마을에 살면서 폐교를 개조해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공연을 한다.

 

극단 2악장 첫 프로젝트(의학연극시리즈)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이번에 ‘극단 2악장’이 의학연극 시리즈를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박현정 <바다 독약>과 <유모아 극장>을 할 때 공교롭게도 인물들이 의사였다. 감정이 격렬하게 쏟아져 나오는 극이 아니라 약간은 한 발 감추는 극이었다. 이것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계속 가져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회 현상과 질병이 맞닿는 지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우리의 첫 작품 <자가면역질환>의 경우엔 내가 의학 칼럼 에디팅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관심을 두어 온 <자가면역질환>을 소재로 하고 있다. 작품 구상은 2015년에 시작했다. 그때부터 계속 공부를 하면서 어떤 형태의 공연으로 만들지 고민했었다.

 

의학 칼럼 에디팅 아르바이트란 것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나.

 

박현정 아르바이트에 있어서 되도록 문장이나 글을 다루는 것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 찾고보니 병원 의사선생님들을 고객으로 그 의사가 가진 치료법을 브랜드화해주는 회사가 있었다. ‘극단 2악장’이 페이스북 홍보를 해 점점 많은 사람이 알 수 있도록 홍보하듯이 콘텐츠를 쌓아나가는 회사였다. 내가 했던 일은 의사가 가진 철학을 로드맵으로 만들어주거나 의학 관련 강의 내용에 대한 구성 방향을 고민해주거나 병원 원장님들에게 적합한 단어를 찾아 제시해주는 일이었다. 그 업계에서 주로 다뤄졌던 것이 <자가면역질환>이었다.

 

 

지문 담당 홍승안 배우 ⓒ 극단 2악장
지문 담당 홍승안 배우 ⓒ 극단 2악장

자가면역질환 : 1960년 4월, 어느 병원의 이야기

 

<자가면역질환>은 연출에게 있어 첫 창작극이다. 창작 과정에서 어려웠던 부분은 없었나.

박현정 내가 작을 처음 하다 보니까 다른 배우나 스텝들이 작품의 수준이 낮아서 창피해 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었다. (웃음)

 

4·19 혁명이란 국가적 사건을 연극 무대로 올리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박현정 제일 먼저 <자가면역질환>에 대해 리서치를 했다. 그리고 자가면역이라는 개념이 의학계에서 정립된 것이 1960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1960년에 세계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가를 조사하자 우리나라의 경우 당시 4·19 혁명이 가장 큰 사건이었다. 아시다시피 4·19혁명은 자국민을 지켜줘야 할 공권력이 그들을 공격한 사건이었지 않나. <자가면역질환>이라는 것도 내가 생각했을 때 같은 몸을 구성하는 세포가 또 다른 세포를 공격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점에서 4·19혁명이 <자가면역질환>의 그런 성격과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방금의 질문에서 연출이 말한 바와 같이, <자가면역질환>의 줄거리가 작품 소재와 연결되는 지점은 ‘1960년 4월의 공권력이 시민들을 공격하는 부분’이다. 이 작품에서 자가면역질환과 연결되는 다른 부분은 없었나.

박현정 그것은 희곡을 다 쓰고 난 후에 드라마터그3)와 회의를 했던 부분인데, 의사와 환자의 관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했다. 의사도 환자를 지켜줘야 할 사회적 책무를 지닌 사람이지 않나. 이 사회에 기반을 두고 교육을 받아서 엘리트라는 전문가의 위치로 간 사람이니까. 선하고 악한 것을 떠나서 그 사람에게 책무가 있으니까. 그것을 기대하고 온 환자들을 그 의사의 개인적 이유나 자신의 상황 때문에 치료를 안 해주는 상황이 <자가면역질환>과 연결된다고 생각했다. <자가면역질환>과 관련해 자문해 주었던 선생님께서도 “의사란 존재 자체가 많은 환자에게 자가면역처럼 해석될 수 있겠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자가면역질환>에서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박현정 씨가 이전에 유기체라는 단어를 말씀하셨다.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해줄 수 있나.

이승연 <자가면역질환>에선 개인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대본을 읽으면서 이 인물들이 안쓰럽다고 생각했다. 그 시대 그런 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어서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박현정 그 시대 속에 존재하는 개인은 자신의 고통이 사회적 구조에서 유발되었다는 것을 지각하기 힘들지 않나. <자가면역질환> 속 인물들은 사회로부터 소외되어 있고 사회 구조적 문제 때문에 자기가 가진 본성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이승연 사회 속 모순은 나중에서야 깨달을 수 있는 것 같다. 아니면 극 중의 의사처럼 어떤 계기가 있어서 발견하거나 영원히 발견하지 못하고 살아가게 될 수도 있겠다.

박현정 기획의 말에 덧붙이고 싶다. 얼마 전에 사회적으로 탄핵이 있었고 시위가 있었지 않나. 그때 상황을 보면서 이 작품 속 배경인 1960년을 떠올렸다. 60년대의 시위는 지금의 것보다 훨씬 거친 모습이었을 수도 있지만 16년 시위도 현시대에 있어서 굉장한 항쟁이었다. 정작 <자가면역질환> 대본을 쓰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치기 어리고 성숙하지 못한 사고들이 묻어버릴까 봐 정리를 할 시간이 필요했다. 섣불리 ‘우리 사회는 잘못되었다’ 이런 메시지를 담아버릴까 봐 걱정했다.

 

‘극단 2악장’에 대한 자세한 소식은 페이스북 페이지 ‘극단 2악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소연 기자

goodteller15@gmail.com

 

 

 

 

 


 

1)야합플레이 : 연극원 학생들이 수업 외 시간을 활용하여 공연의 기획과 제작 그리고 실제 공연까지 만들어가는 일련의 프로덕션 과정. 소액의 제작비를 지원받는다.

2)인큐베이터워크숍 : 연극원 학생들의 다양한 실험 및 창작정신을 바탕으로 준비된 공연을 학과 수업에서 벗어난 방학기간에 매진하여 상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후 한 작품을 선정하여 교외 극장에서 일반관객을 대상으로 상연하는 돌곶이 정기공연으로 이어지게 된다.

3)드라마터그 : 극단에 상주하는 비평가로서 희곡의 창작과정에서부터 프로그램의 제작ㆍ캐스팅ㆍ리허설ㆍ공연 후 평가에 이르기까지 공연의 전 과정에 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