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강의, 제가 살게요

수강신청기간 동안 강의 사고파는 ‘강의매매’ 논란

교무과 최현주 주무관 “강의 사고파는 것 징계사항에 해당돼…”

 

“목요일 교양 저한테 주시면 제가 밥 살게요” 수강신청 기간이었던 8월 21일부터 25일까지 대학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는 강의를 사겠다는 글들이 20개 이상 올라왔다. 학생들은 강의의 대가로 기프티콘에서부터 밥 한 끼, 심지어 현금까지 제시했다. 이 중 실제로 거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경우들도 있었다. 거래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개인적으로 연락을 취해 판매자가 강의를 삭제하는 시간에 맞춰 그 틈에 구매자가 강의를 신청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강의 매매’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대학가 전반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015년 1월, 국민대학교는 강의를 사고파는 행위가 교내에서 논란이 되자 해당 학교 교무팀에서 이런 행위는 명백한 금지행위이며 징계가 가능하다고 공지했다. 이밖에도 각 학교 커뮤니티에서 강의를 사고파는 모습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우리학교 수강신청 화면
우리학교 수강신청 화면

 

교양 정원 부족… 정원 많은 온라인 강의는 부재중

우리학교에서 강의매매가 생기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원하는 과목을 듣기 위함이고 다른 하나는 졸업요건에 해당하는 교양이수필수학점을 채우기 위함이다. 여기서 후자의 경우, 우리학교 교양과목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마다 차이는 있지만 우리학교는 졸업요건으로 일정한 학점의 교양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교양이수필수학점이 18학점인 한국예술학과와 16학점인 협동과정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과는 8학점에서 10학점 사이다. 교무과의 자료에 따르면, 2017학년도 2학기 우리학교 교양과목은 총 141과목, 수강정원은 2,840명이다. 2017년 6월 기준 재학생 수가 2,520명인 것과 비교하면 한 사람당 한 개의 교양과목을 신청할 수 있는 개수만 개설되어있는 셈이다.

 

한 학기에 두 개 이상의 교양과목을 듣기가 힘들다는 사실은 졸업 전까지 교양이수학점을 채워야 하는 학생들에게 부담이 되기 마련이다. 이에 대해 교무과 최현주 주무관은 “우리학교가 온라인 강의가 많이 없다 보니까 수강정원이 적을 수 있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강의는 인터넷이 되는 환경이면 언제든 들을 수 있기 때문에 현장강의에 비해 그 정원이 많은 편이다. 실제로 우리학교에서는 다른 교양과목들이 대체로 30~40명 정도라면 온라인 강의는 150명 정도의 수강정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다른 학교와 비교하여 넉넉한 수치는 아니다. 우리학교는 2017년 6월 기준으로 재학생 수가 2,520명이고 2017학년도 1학기 온라인 강의 정원 수가 300명으로 8.4:1의 비율이다. 이에 비해 이화여자대학교의 경우, 2017년 4월 기준 재학생 수가 15,540명이고 온라인 강의 정원 수는 2,935명으로 약 5.3:1 비율이고 경희대학교의 경우, 2015년 기준 재학생 수가 18,455명이고 온라인 강의 정원 수는 4,500명으로 약 4.1:1의 비율이다. 최 주무관은 “특히나 이번 학기 같은 경우는 온라인 강의 담당 교수님이 안식년이셔서 더 부족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교는 수강신청 개선 중, 강의매매를 사라지게 하려면…

학교 측에서도 강의 증원계획 및 수강신청 시스템 변경을 통해 강의매매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 중이다. 최 주무관은 “교무과에서도 교학협의회 때 온라인 강의와 체육 수업을 증원해달라고 예술교양학부에 요청했다”며 “예술교양학부 측에서는 이번 학기는 [담당 교수님의] 안식년 때문에 못하지만 내년 2018년도 1학기에는 증원 계획이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증원 계획을 밝혔다. 또한 최 주무관은 “학생들 개개인도 수강신청관리를 좀 더 면밀히 하여 졸업 시까지 교양선택 필수 이수학점을 신청하도록 노력해 주시면 [강의부족 문제가]점차 해소될 듯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수강신청시스템에 대해서는 “정보관리팀 쪽에서 시스템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수강신청 기간 내에 어떤 과목을 취소하면 바로 취소처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다음 날 일괄적으로 취소한 과목들을 풀어서 취소를 하자마자 신청을 하지 못하게끔 [하는 방법도 논의 중 나왔다]”고 말했다. 이 시스템이 시행된다면 판매자와 구매자가 시간을 맞춰서 강의를 취소하고 신청하는 기존 강의거래방식이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한편 연세대학교는 2015년도 2학기부터 기존 선착순 제도였던 학부 재학생들의 수강신청을 ‘마일리지 및 대기 순번제’로 바꾸었다. ‘마일리지 및 대기 순번제’란 한 학생당 단과대별로 일정 마일리지를 지급한 후 과목당 마일리지를 배팅해 해당 과목에 높은 마일리지를 배팅한 순으로 신청완료가 되는 방식이다. 연세대학교는 이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기존 선착순 제도의 고질적 폐단 및 강의 매매 등 이전 수강신청 방식에 있었던 문제들을 개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수강신청 방법의 복잡함 등으로 인해 재학생들이 수강신청에 불편을 겪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서승현(영상원 영상이론과) 씨는 “금전적으로 강의를 사고파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한 사람이 일부러 인기있는 과목들을 다 차지하고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파는 방식으로 악용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취소한 사람 덕분에 원하는 강의를 들어 고마운 마음에서 시작했더라도 이를 악용하는 이들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려대학교에 재학 중인 A 씨도 “[강의매매가 이루어지다 보면]극단적으로 경매가 붙는 상황도 생길 수 있을 것”이라며 “똑같은 등록금을 내고 공정하게 수강 신청해야 하는데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만 좋은 강의를 듣게 되는 등 많은 문제가 생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같은 등록금을 내고 정당하게 얻은 수업권이 금전적인 대가에 따라 움직인다면 불공정한 일이 될 것이다. 학교의 시스템개선만큼 학생들의 인식개선도 요구되는 바이다.

 

 

김주연 기자

mid122jy@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