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017년 6월 9일

해외 예술대학은 업데이트 중⋯ 우리학교는?

에콜 데 보자르, “작업을 디지털화하여 즉시 공유 가능한 형태로”

기업 주도의 현장 중심 예술 교육과 직업 교육 기관도 늘어나는 추세

 

독일의 예술교육은 일반적으로 종합대학이 아닌 “국립예술대학교”에서 이루어지지만 한국의 예술교육은 대부분이 종합대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예술 전문 교육을 하는 “국립 특수학교”인 우리학교는 극소수에 속한다. 독일고등교육진흥원(DAAD)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종합대학에서 미술・예술을 하는 경우는 예술학, 미술사 등과 같은 이론을 전공”할 때 뿐이고, “실기・퍼포먼스 등과 같이 실습을 반드시 요하는 전공은 예술대학교”에서 이루어진다. 한편 “상업적인 혹은 직업과 관련된 교육은 응용학문대학”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종합대학 따로, 예술대학 따로

독일의 대학은 고도로 분화되어 있는데, 크게 종합대학(Universität), 응용학문대학(Fachhochschule), 음악대학(Musikhochschule), 예술대학(Kunsthochschule)으로 구분되며 그 중 대다수가 국립대학이다. 또한 그 중 예술대학은 “학사/석사 또는 ‘디플롬’이라는 독일만의 전통학위를 수여”하는데 어떤 예술대학은 “[디플롬을 받은 이후에 이후에 2년을 더 공부하면] 마이스터슐러 증명서를 졸업장으로 주기”도 하고 “예술이론을 전공할 경우 [종합대학처럼] 박사과정도 개설”하는 등 예술대학의 학위는 연방 또는 대학마다 다르다고 한다. 예술대학과 분리되어 있는 음악대학의 경우 “졸업하면 디플롬을 받고 졸업시험을 거쳐 [박사에 준하는 학위이자 최고연주자 과정인] ‘콘체르트엑사멘’ 과정에서 보다 전문적인 실력을 쌓는 것”이 일반적이다.

 

입학시험의 경우에도 대학마다 독자적인 선정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과정에 따라 방식이 다양한데, 일반적으로는 대학이 요구하는 포트폴리오를 준비해 제출하고 서류전형에서 통과하면 실기시험을 보고 개인인터뷰를 거쳐 선발된다. 또한 어떤 대학들은 지원하기 전에 미리 “해당 전공 분야에서 2, 3개월의 인턴십[광고, 인쇄 매체, 그래픽, 사진, TV 회사, 제품디자인, 소프트웨어디자인, 건축 등]을 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상업적이거나 직업과 관련된 예술교육을 수행하는 응용학문대학에서도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실습증명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직업적 실습을 위한 경험과 요구에 기반을 두고 학문적 교육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예술교육기관 유형 중 하나인 전문대학교와 유사한 점을 가지고 있는 응용학문대학은 “실습을 반드시 요구하는 학과, 예를 들면 미술치료, 음악치료, 건축학, 관광학 및 자동차 디자인이나 와인 등과 같은 실용적인 학과들을 포함”한다. 하지만 응용학문대학은 종합대학교와 법적으로 동등한 학사와 석사 학위를 수여하며 자연과학, 사회과학, 경제학, 법학, 공학 및 예술에 관한 전공을 모두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전문대학교보다 제도화되어 있다.

 

 

기업과 연계한 도제 교육 확산돼

독일을 포함한 유럽권에서는 실기 중심의 도제 교육을 행하는 고등예술교육 기관이 대다수이며 그 중에서는 교양교육을 배제한 채 실기 중심의 교육만 행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과거와는 달리 도제식 교육 제도가 점점 다원화되고 국가 간의 차이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며 그 속에서 기업 주도의 도제 교육과 직업 교육 기관이 늘어나는 추세도 보이고 있다. 「고숙련 기술전수 도제교육 프로그램 정착방안 연구」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2010년을 기준으로] 전체 기업의 22.5%가 도제 교육에 참여”하는 등 예술 교육을 비롯한 전방위에서 기업 주도의 도제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디자인 잡지 《럭셔리[LUXURY]》에서는 에르메스 등의 명품 브랜드 기업이 건축, 조각, 공예, 패션 분야의 도제 교육기관과 연계하거나 직접 학교를 세우는 등 예술분야 도제 교육에 참여하는 사례를 소개하면서 “지금 유럽은 디자인이나 공예의 경우 강의실에서 수업을 하는 방식과 과거의 도제식 수업을 적절하게 연계하는 교육법”을 따르고 있으며 실제로 “유럽 학생들은 공예 분야를 공부하기 위한 학교를 선택할 때 그 학교가 어느 브랜드와 연계되어 있는지, 어느 기업의 후원을 받고 있는지 등 현장과의 연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동시에 “명품 브랜드 기업들이 일꾼을 가르친다는 ‘훈련’이 아니라 인재를 키운다는 ‘교육’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어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했다.

 

또한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교양학부 운영모델 방안 연구」에 따르면 연구대상이었던 영국의 예술대학 8개가 “대부분 별도의 교양학부나 교양 프로그램의 제공 없이 전공과 실기 위주의 교육을 지향한다는 사실을 확인”되었으며 추가 조사결과 그 이유는 “영국의 학제 특성상 교양교과목은 대부분 고등학교 때 선이수하기 때문”으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한편 같은 연구에서 조사대상이 된 일본의 대표적인 예술대학 11개들도 공통적으로 교양학부를 별도로 두고 있지 않으며 그 중 3개 대학은 “별도의 교양프로그램의 운영도 없이 철저하게 전공실기 위주의 교육”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통섭과 기술 강조하는 교양 프로그램

대신 교양교육 자체를 중점적으로 강조하고 제공하는 일본의 예술대학들에서는 “실질적인 학제간 통섭 및 전공과 교양 연계, 과학과 기술교양 교과목, 보건체육 교과목, 연수와 실무 관련 교과목, 평생교육 발판”이라는 공통점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또한 미국 주요 예술대학의 경우 조사대상이 된 16개 대학 중 8개 대학이 교양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프랑스, 영국의 경우에도 교양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고등예술교육기관이 있었는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과학과 기술 분야의 교양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었다.  

 

새로운 기술을 교육 현장에 적용시키고 이를 제도화시키는 예술 대학들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위 연구에 따르면 프랑스의 예술대학인 에콜 데 보자르는 모든 신입생이 “디지털 아트와 환경 과목과 데스크탑 출판 과목을 필수로 수강하여 전공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결과물을 디지털화” 할 수 있도록 하고 2학년부터는 이런 기초 교양을 바탕으로 타 전공과 연계되는 “스튜디오 작업에서 교양과목으로 배운 기술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유도했다. 델라웨어 대학의 음대는 “학생들이 각자 일렉트로닉 포트폴리오(ePortfolio)를 구축하여 자신의 배움의 과정과 결과물을 시각화, 디지털화하여 즉시 공유 가능한 형태로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 위 연구는 “이런 개편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각종 기회들을 놓치지 않고 배움의 결과를 외부에 알림으로써 일찍부터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발판을 스스로 마련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2008년 우리학교는 “유비쿼터스 시대로 진입함에 따라 크게 증가된 예술과 과학·기술의 접속 기회를 예술 교육의 차원에서 적극 활용하려는 기획”으로  황지우 전 총장 등을 주축으로 진행된 <U-AT(Ubiquitous and Art Technology) 통섭교육> 사업이 시도된 바 있으나 “당시 새 정권의 ‘진보 인사 죽이기’로 인한 ‘한예종 사태’와 맞물리며 중단”된 바 있다(참고기사 <통섭 대신 간섭, ‘맞춤형’ 정권 예술의 역사>). 또한 이제는 한국이라는 특수성,  6개원이라는 특수성 위에 도제식 교육이라는 이념과 독자적인 학생 선발 방식, 산학협력의 기능, 통섭과 기술을 강조하는 교양 교육, 해결되지 못한 문제점들까지 모든 게 이곳저곳에서 논의되고 시도되고 합쳐져 어디와도 같지 않은 교육 시스템이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로 자리잡았다. 이제는 학생이 원하는 학교와 학교가 원하는 학생, 국가가 원하는 학교의 간극을 해소하고, “우리는 왜 이렇게 힘들까”라는 고민을 시작할 때다.

 

 

 

정한별 기자

wjdgksquf9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