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2017년 5월 29일

RYUJEHONG(류제홍)을 인터뷰 해보았다

류제홍 선수 ⓒ서안

류제홍 선수 ⓒ서안

 

우선 16강 2차전 승리를 축하한다.

고맙다.

 

원래 오버워치 게임에서 힐러를 먼저 자르는 게 기본적인 게임의 방식이나 전략이 되기는 하지만, 루나틱하이를 대하는 팀들은 ‘류제홍포커싱’이라는 것을 사실상 파훼법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첫 경기에서 엄청 죽기도 했는데 괜찮았나? 유투브에 ‘류제홍 멘탈 부수는 마이티’라는 영상도 올라왔다.

그런 게 떴나? (웃음) 어느 팀이든 힐러부터 자르는 게 정석적인 플레이라서, 내가 죽는 건 당연하다. 그때는 멘탈이 (…) 깨지긴 했지만 (웃음) 다시 잡아서 두번째 세트부터는 잘 하려고 했다. 첫 세트에서는 솔직히 다들 뒤숭숭했다. 나[힐러]를 지키는 것도 없었고, 앞에서 공격하는 것도 애매했다. 첫 세트에선 팀원들이 다 몸이 덜 풀린 듯했다.

 

루나틱하이를 응원하는 사람들은 “[루나틱하이가] 아예 연습을 하지 않고 대회에 나와서 두 판 정도로 몸을 풀고, 그 다음부터 제대로 한다”고도 얘기한다.

몸을 풀고 오긴 하는데, 요새 보면 첫 세트를 무조건 진다. 그런데 첫 세트를 지면 거의 최종적으로 경기를 이긴다. 첫 세트를 지고 다 이긴다든지, 두 세트를 지고 역전한다든지. 우리가 첫 세트에서 집중력이 좋지 못 한 것 같다. 커뮤니케이션도 잘 안 되고. 어쩌면 그때 [상대팀에] 적응한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웃음)

 

류제홍 선수가 처음으로 해본 게임은 무엇인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동네에 처음으로 PC방이 생겼다. 항상 다니던 오락실이 있었는데, 그게 없어지고 PC방이 되었다. 그때 카운터스트라이크[이하 카스]를 접했고, 그 계기로 게임에 미쳐버렸다. 부모님께 컴퓨터 사달라고 조르기도 했고, 매일 게임만 했다.

 

FPS 게임은 에임 싸움으로 귀결되기도 한다. 에임에 대한 재능 혹은 ‘FPS적인 감각’이 있다면 무엇이고, 류제홍 선수는 처음부터 그런 점에서 뛰어났었나?

처음에는 누구나 잘 할 수 없다. 다른 FPS 게임을 하다가 새로 생긴 것으로 옮겨온다면 잘 할 수도 있겠지만, 아예 FPS라는 종목을 처음 접했을 때는 어느 누구나 다 못할 거다. 나는 게임을 오래 해서 실력이 좋은 것 같다. 무슨 게임이든 오래하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게임을 할 때] 테크닉적인 부분을 먼저 연구한다. 움직이면서 쏴도 정가운데 총알이 박힌다거나, 점프하면서 쏴도 맞는다든지. “아 이 캐릭터는 이렇게 쏴도 맞네?” 하면서 [해당 캐릭터의] 테크닉을 먼저 찾는다. 그리곤 좀 ‘얍삽한 게임 방식’을 연구하는 편인데, “내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쟤가 저러네? 그럼 내가 ‘와리가리’ 치면 쟤가 이렇게 하겠지? 이때 나가서 이렇게 해야겠다!” 어쩌면 에임보다 이런 ‘얍삽한’ 방식이 더 중요하기도 하다.

 

오래 한다는 건 단순히 오래하는 게 아니다. 게임의 기술적인면을 찾는다든지, 상대방을 생각하면서 게임을 한다든지. 이렇게 오래하면 누구나 잘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스포츠 계열에서는 어릴 때부터 근력이나 속도 혹은 게임을 읽는 감각 등, 탁월한 재능을 보여준다. 게임에서도 그런 재능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내가 카스를 할 때 잘한다고 칭찬받았던 것들은, (단순히 에임이 좋다는 것보다) 방금 말한 것처럼 테크닉이 뛰어나다거나, 굉장히 얍삽하게 플레이한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FPS는 에임이 좋은 걸 재능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게임마다 편차가 크다. 특히나 오버워치는 단순히 총만 잘 쏘는 게 전부인 게임이 아니다. 카스에서도 단순히 잘 쏘는 것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플레이가 중요했었다. 처음 했을 때도 그런 걸 찾아다니면서 했었다.

 

류제홍 선수가 보이지 않는 맥크리를 재운다든지(동영상링크), 미로 선수가 ‘원시의 분노’의 쿨타임을 이용하여 낙사 지점의 메르시를 잡고 다시 돌아오는 플레이(동영상링크)는 일반적으로 보기 어려운 기괴한 장면들이다. 그런 걸 재능보다는 숙련의 결과로 보는 건가?

내 생각은 그렇다. 일단 내 경우로 생각해보자면 오버워치를 할 때, 상대의 위치를 모두 외워둔다. 맥크리는 굉장히 위협적인 영웅인데, 상대편에 맥크리가 있다면 그 동선을 생각해놓는다. 맥크리가 앞에 있었는데 없어졌다면 ‘오른쪽으로 갔거나 이쯤에 있겠지’ 생각하는 것이고, 궁을 써도 어차피 그 주변이니 예상되는 곳으로 쏘면 맞는다. 미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메르시를 못 따더라도 살아돌아올 자신이 있으니 시도한 것이다. 잡는다면 대박이고 못 잡더라도 그만큼의 시간을 벌어준 것이니 팀에 도움이 된다. 숙련되었기 때문에 본인이 낙사 지점에 떨어지더라도 안 죽을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모두 숙련을 바탕으로 나오는 자신감이었다.

 

그 두 가지는 오버워치를 보면서 가장 기괴했던 장면이었다.

(웃음)

 

류제홍 선수가 경기 중에 뛰어오른 윈스턴을 재우기 위해, 순간적으로 마우스 DPI까지 조절하면서 에임을 맞추는 장면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링크).

그건 의식한 건 아니었다. 손이 알아서 한다. 수면총도 생각하기 전에 손이 먼저 간다. (웃음) DPI의 경우도 아주 자주는 아니지만, 뒤를 돌아볼 때 조절하기도 한다. 마우스를 확 돌릴 때 [내 마우스의] 스킵이 심해서 그렇다.

 

류제홍 선수 ⓒ서안

류제홍 선수 ⓒ서안

 

(오버워치를 만든) 블리자드사의 다른 게임들은 좀 했던 편이었나?

디아블로는 많이 했었다. 스타크래프트는 그렇게 많이 안 했고, 할 때도 유즈맵을 많이 했다.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은 잘 못하고, 또 쉽게 질린다. FPS가 아닌 다른 게임이 쉽게 질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외의 다른 게임도 많이 하나?

안 해본 게임 없이 다 해보긴 한다. 그런데 FPS를 제외하면 오래 하지 않는다. 포켓몬고만 안 해봤다. 폰으로 돌아다니면서 하긴 애매하다. 숙소에서 나와야 하니깐. 숙소에서 잘 안 나간다. 솔직히 앉아서 게임만 하는 게 제일 편하다. 다른 폰게임도 많이 하긴 한다. 이번에 나온 펜타스톰도 해봤다. 롤 같은 게임이다. 

 

요즘 나오는 많은 게임들이 자체적인 스토리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오버워치도 각 영웅마다 영상이나 카툰이 나올 만큼 스토리를 만드는 데에 힘을 쏟는데, (홍보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요즘은 잘 안 만드는 것 같다.

요새 반년동안 안 나와서… 속으로 “빨리 좀 만들어주지” 생각하고 있다.

 

게임을 즐기는 여러 방법이 있다면, 그중에서는 게임의 스토리나 캐릭터의 개성을 보는 것도 있다. 실제로 인플레이 하는 것보다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이에 대한 관심도 있나?

솔직히 말하면 크게 관심은 없었는데, 오버워치를 하면서 조금 바뀌었다. 이제는 신경을 쓴다. 특히나 바스티온 영상 보면서 변한 것 같다. 예전에는 스토리보다는 게임을 직접 해보고 이기는 것이 재밌어서 주구장창 게임만 했는데, 오버워치에서는 ‘바스티온편’, ‘솜브라편’, ‘솔져편’을 보면서 “이런 게 있구나” 싶었다. 게임 직접 하지 않는 사람들도 영화나 영상은 많이들 챙겨보는데, 그런 걸 접하면 오버워치를 직접 할 수도 있을 것도 같다.

 

바스티온 영상은 어떤 점에서 좋았나?

새가 귀여웠다. 가니메데스(Ganymede)라고 이름도 있다. 블리즈컨(Blizzcon)에 갔을 때도 새 인형만 세 개를 샀다.

 

류제홍 선수가 잘 하는 캐릭터인 아나의 경우 고퀄리티는 아니었다.

위도우메이커 때문에 한쪽 눈을 잃었다고. 보기는 했는데 아나는 사실 별로였다. 솜브라와 바스티온이 제일 좋았고, 특히나 바스티온에서 새가 너무 귀여웠다.

 

그런 스토리가 게임에 연관되는 지점도 관객 입장에선 흥미롭다. 바로 지난 16강 경기 아누비스 전장에서 루나틱하이가 소위 ‘탈론 조합(솜브라&위도우&리퍼)’을 꺼내들었는데 시네마틱에서도 함께 다닌다. 실제로 솜브라랑 리퍼가 잘 어울리기 때문에 조합을 맞춘 건가?

실제로 도움이 돼서 쓴 건 맞다. 리퍼의 카운터라는 게 상대의 스킬 중에 리퍼의 카운터가 될 만한 것이 상당히 많다. 솜브라가 그걸 해킹해버리면 리퍼는 그럼 편하게 딜만 하면 된다.

 

한국은 유명인에게 상당히 보수적인 편인데, 프로게이머들은 개인방송에서 비속어도 서슴없이 사용하는 편이다. 비속어까진 아니더라도 미로 선수가 지난 16강 2차전 경기에 대해서 “절대 질 수 없을 것 같다. 우리가 지려면 내가 한 손으로 해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굉장히 도발적이다.

나는 FPS의 꽃이 도발이라고 생각한다. 상대의 멘탈이 터지면 더 쉽게 이길 수 있다. 솔직히 대회에서 부스가 없었으면 좋겠다. 외국의 대회를 보면, 게임을 이겼을 때 상대편에게 함성을 지른기도 한다. 나 역시 카스 대회에서는 그렇게 했었는데, 그런 도발적인 모습이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드는 것 같다. [질문자 “상대방이 할 수도 있다.”] (웃음) 당하면 기분 나쁘겠지만 그래도 그런 방식이 더 좋다고 본다. [질문자 “도발은 채팅으로도 가능하다.”] 대회 중에 채팅은 할 수 없다. 아마도 할 수 없도록 금지되어 있을 것이다.

 

APEX 시즌 2 끝나고 만약 올림픽에 게임이 포함된다면, 국가대표 한 자리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버워치가 들어갈 것 같진 않다. 그래도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서 다른 걸 할 것인가?

그건 솔직히 무리다. 그때 되면 나이가… (웃음) 만약 그중에 잘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무리라고 본다.

 

게임이라는 게 스포츠와는 달라서 신체적 제약이 덜 하고, 축구에서 즐라탄, 부폰 같은 선수는 나이가 마흔에 가까운 데도 뛴다. 프로게이머는 왜 서른 무렵에 은퇴를 할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주변에서 [그때쯤 되면] 손이 안 따라준다고 말한다. 단순히 손목이 아니라, 머리로는 이미 내가 하고 있지만 마우스가 안 따라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자신있다고 말했는데 갑자기 훅 갈 수도 있는 거니깐… 아직까지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주변 사람들 말을 참고하면 나이가 들면 반응 속도가 떨어지나보다. 그래도 극복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 아직은 괜찮다.

 

오버워치라는 게임이 얼마나 갈까?

FPS는 솔직히 원래 있던 카스가 아직도. 오버워치보다 더 인기도 많다. 한국에서는 오버워치가 인기가 더 많지만. 그래도 5~10년은 갈 것 같다.

 

오버워치의 인기가 줄어들 쯤엔, 나이가 어느 정도 든 상태일 것이다. 그때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계획하고 있나?

그런 게임을 안 하고 나서의 계획은 없다. 게임을 마흔 정도까지 하는 게 계획이다. 게임을 그만둔 뒤의 생각은 별로 없다.

 

감독이나 코치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려면 할 수 있겠지만. 내 성격에 안 맞는다. 직접 하는 게 더 즐겁다. 나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편이라, 내가 즐거워야 한다. 가르치면서 즐거움을 느끼진 못한다.

 

서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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