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017년 5월 29일

대표자가 되기 힘든 환경에 대하여

우리신문의 지난 총학생회 인식 설문조사(참고기사 280호 “[중앙선데이 기획] 응답자 86%, 총학생회 필요해”)에서는 우리학교 학생 중 86%(재학생 총 136명)가 총학생회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한 이 85.3% 중 61%는 총학생회에 대해 ‘매우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서울권 10개 대학(연세대·한양대·서울여대·고려대·한성대·동국대·한예종·경희대·단국대·숭실대 총 926명) 중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이에 반해 총학생회 활동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학생은 11.6%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 낮은 수치는 우리학교만의 상황은 아니었다. 이 항목에 대한 10개 대학의 평균은 11.4%로 다른 학교도 전반적으로 총학생회 활동 참여에 소극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학교는 총학생회에 의견을 피력한 사람의 비율도 8.4%로 10개 대학 중 최하였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총학생회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참여나 의견제기에 회의적인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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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생회의 회원은 누구인가

현재 재학생들에게 있어서 총학생회는 입학하기 이전부터 이미 정립된 조직이다. 필요성을 인식하는 85.3% 학생들도 총학생회의 정체와 그들이 하는 활동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은 낮다. 모든 총학생회는 독자적인 회칙을 통해 정체성을 확립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회칙 제1장」은 총학생회가 “‘민주적이고 자주적으로 운영될 것이며, 학생회의 회원은 모든 재학생이다. 따라서 모든 재학생들의 권익을 위해 힘쓰겠다”는 요지로 출발한다. 역대 총학생회는 제20대 총학생회·원학생회 선거 당시 온라인 선거를 시행하기 이전까지 지지율이 과반수를 넘은 적이 없었다.

 

또한 회칙 중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회칙 제1장 제4조」의 “본 회의 회원은 본교의 재학생으로 하며, 재학생도 휴학상태에 있는 자는 해당기간 중 회원의 자격이 정지된다”는 항목은 매 선거마다 투표를 독려하기위해 자주 인용되는 부분이다. 이 회칙을 통해 총학은 본교 재학생 모두에게 활동 참여를 호소할 수 있는 전체 학생 대표자로서의 권한을 가진다.

 

하지만 이 회칙은 여러 번 논란이 되어왔다. 이 때의 총학생회 재학생이 학생회 집행부인지 전체 학생을 지칭하는 것인지 모호하다는 이유였다. 예술사, 전문사를 구분하지 않고 재학생으로 포함된 점도 문제였다. 학내 누리 사이트엔 ‘전문사 총학생회’라는 이름의 게시판이 별도로 개설되어 있지만, 게시물이 하나도 없는 상태이다. 정의진 부학생회장은 “전문사 총학생회는 대학원 총학생회와 같은 개념으로 존재하지만 후보가 없어 조직 구성이 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예술사 총학생회에게 전문사 총학생회의 일을 대리해달라는 부탁도 들어온다”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특히 “졸업 앨범과 같은 경우는 전문사의 일이지만 이미 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학생회장의 말처럼 학교에는 설립된 1992년으로부터 6년 후 출범한 예술사 총학생회만 운영되고 있다. 조직적으로 총학생회는 각 원 회장단 그 밑으로 각 과의 과대표로 수직적인 연락망이 있다. 학생회에게는 학생 복지 향상을 위해 학교와 교섭해야한다는 의무가 있다. 동일한 설문조사에서 ‘학생 복지 향상(84.2%)’과 ‘학교 본부 사업에 대한 학생사회 의견 수렴(71.6%)’이 학생들이 희망하는 총학생회의 역할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13년도 총학생회 ‘모두’도 후보자 인터뷰에서 “학생회의 중요한 존재 이유 중 하나는 학교가 업무 진행 과정에서 미처 고려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학생들을 대변하는 위치에서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총학생회의 역할일 것이다”라고 답했었다.(참고기사 제213호 “총학생회 후보에게 묻다”)

 

학생 자치권 어디까지 인정 받나

총학생회는 학교 본부와 소통을 한다면 학교 본부는 문화체육관광부에 소속된다. 이어서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통령 산하에 있다. 권력 구도의 낮은 위치에 위치하면서 총학생회는 해당 역할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정권이 바뀌면서 정치에 휘말리게 될 때 이런 점이 두드러진다.

 

1999년과 2005년에는 국립대학교 설치법안을 두고 두 차례 동안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었다. 설치법안 내용은 한국예술종합학교 기존 학교명을 국립예술대학교로 바꾸고, 예술계 대학 최초로 석·박사 학위 수여 제도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이 법안은 타 예술대학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이 법에 반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국예술대학교수연합회’란 단체까지 조직되었다. 그러나 이 법안이 발의되었을 때 정작 학교 학생들 뿐만 아니라 총학생회장인 최 씨조차 몰랐다고 한다.

 

당시 3대 총학생회장 최용석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설치법이 공론화되기 이전에 학생과 교수들 사이에] 공청회가 없었다”며 “기본적으로 대개 [학교 측이] 교수들과 친했던 것 같다. 학생회가 애들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얘기했다. (참고기사 제160호 “문화부와 교수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학생은 고려하지도 않았다”)

 

2009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 때 학교는 1999년과는 달리 사건 발생 다음 날 바로 학생회에게 간략한 감사 내용을 전달했다. 이론과 및 협동과정을 폐지하고 종합학교를 각각의 6개 학교로 해체해버리자는 것이 내용이었다. 이에 총학생회는 영상이론과와 일부과 학생들이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와 함께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문체부 감사 사태’에 대한 여론을 모았다.

 

당시 비대위 발족식 장에서 비대위 임시위원장은 학교나 교수와의 연대가 없냐는 본지 기자의 질문에 “학생 주체의 모임이다”라며 “비대위의 거의 모든 부분은 학생들의 응답,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해 풀어가겠다”고 답한 바 있다. 당시 비대위가 학교 혹은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 의견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중요하게 여겼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두 사건 모두 학생 대표자가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일이 필수적인데 반해, 학교와 교수 측이 총학생회에 별도로 공지하고 권한을 주지 않는다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참고기사 제154호 “우리들, 우리의 학교를 애도합니다”, 제155호 “사태정리”)

 

학교 전체가 비상상황이었던 때가 아닌 최근 이슈화되었던 위계질서 사태에도 비슷한 문제를 찾아볼 수 있다. 지난 <학내 위계질서 폐단 관련 전체학생 대상 제1차 간담회>에서 백승열 씨는 “실제 범죄도 바로 감옥에 들어가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이 있으니” 위계질서 가해자들에게 내리는 처벌로 유기정학보다 가벼운 것을 신설하자는 의견을 제기했다.

 

이때 총학생회장 황예정 씨는 “징계위원회를 학생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며 총학생회에게 직접 학생을 처벌할 권한이 없다는 점을 밝혔다. 이어서 “위계질서와 관련해 징계 조항을 추가하기 위해선 징계위원회의 속성 자체가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이 사건에서 총학생회의 권한이 징계위와 같은 학교 본부 측 기관에 건의하는 정도라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

 

지난 성폭력 문제와 위계질서 사태를 거치며 학생들은 단순 건의 이상의 실권을 총학생회에 요구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총학생회는 부족한 실권과 제도적 난점이란 환경적 요인과 학생들의 요구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고 있다. “본교 재학생”의 대표로서 총학생회의 권한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할까. 총학생회의 역할이 논란거리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나경 기자

goodteller1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