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017년 5월 15일

‘성폭력 없는 학교’를 위해

‘바른 성문화 정착을 위한 T/F’ 추진 과제 공개

가해자 처벌은 여전히 징계위원회의 영향이 커

 

지난 4월 27일 학교 공식 홈페이지인 누리를 통해 “바른 성문화 정착을 위한 T/F”(이하 TF)의 추진 과제가 공개됐다. TF는 작년 10월 경 불거진 학내 아카이빙 사태를 기점으로 공론화된 교내의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구이다. 이번 TF는 지난 12월 구성 직후부터 총 5번의 회의를 거쳤으며, 이 과정에서 TF의 구체적인 방향과 목적을 두고 교수 9명, 학생 8명, 외부위원 2명의 TF 구성 위원들이 논의를 진행했다.

 

이번에 발표된 TF의 계획은 △교육 및 제도 개선을 통한 성범죄 예방 △피해자 보호 및 지원체계 강화 △성범죄로부터 안전한 시설환경 구축 △차별없는 평등한 학교 구현 △양성평등상담실 기능 강화의 5개 항목으로 분류되어 있다. 각 항에 포함된 TF의 추진 계획들은 대부분 올해 내로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진행되는 것이나 아직 논의 단계에 머무르는 요소들도 있다.

 

현재 학내에서는 작년의 아카이빙 사태 이후에도 지난 디자인과 성폭력 사태를 비롯하여 교내에 아직 성폭력 해결을 위한 학생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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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빙 사태와 TF

TF의 구성에는 작년의 아카이빙 사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누리에 게시된 “바른 성문화 T/F 관련 학생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는 “문화예술계 성추문 논란을 계기로 우리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여성혐오 등의 사례를 수집하는‘여성혐오 아카이빙’이 개설되어 많은 사례가 수집되었다”며 “수집된 사례를 보면서 많은 이들이 충격을 금치 못하였고, 성문제로 인한 각종 인권침해로부터 학교 구성원들을 보호하고 성인식 및 성문화 개선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라고 TF의 초기 구성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

 

당시 김봉렬 총장을 비롯한 6개원 원장이 밝힌 바와 같이, TF는 “학내 성문화 개선을 위한 종합대책”을 목표로 추진되었다. 그러나 지난 TF 회의 당시에는 학생 의견을 제대로 내기가 힘들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특히 당시 TF 회의에 참석했던 한 참관인은 이에 대해 “학생들이 말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며 “그 때문에 학생 의견이 제대로 개진되지 않는 느낌이 있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TF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었다. 특히 한 참관인은 “이러한 회의가 내가 느낄 만큼의 변화를 만들까” 의문이 든다며 “영상원에서 사과문이 붙은 이후에도 성차별 발언은 끊이지 않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참고기사 제 274호 “한예종 여성혐오 해쉬태그, 그 이후”)

 

지난 겨울방학을 거치는 와중에 아카이빙 사태 이후 형성된 공론장은 학내에서 다소 위축된 모습을 보이는 듯했다. 실제로 학교 공식 사이트와 학내 대자보 등을 통해 벌어지던 고발과 논의가 2017학년도 1학기 개강 이후 다소 그 빈도 면에서 줄어들었다. 그러다 지난 4월 미술원 디자인과의 성폭력 문제가 다시 가시화되면서 페이스북 페이지 “한국예술종합학교 대나무숲”과 학교 공식 사이트 누리 등을 통해 학생 여론이 게시되었고, 지난 전학대회에서도 위계질서 논의의 연장으로 성폭력 TF를 둘러싼 관심이 계속 이어졌다.

 

마침내 지난 27일 TF 측의 공식 계획 발표가 이루어지면서 학내 성폭력 논의는 다시 힘을 얻는 모양새다. 하지만 아직도 TF를 비롯한 학내 성폭력 관련 단체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시선들은 남아있는 상태다. 특히 지난 디자인과 사태에서 익명의 메일로 연락을 한 대자보 게시자측은 또다른 학내 중재 단체인 양성평등상담소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연극원의 한 학생은 “아카이빙 사태는 학내 여성혐오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것인데 정작 TF에는 여성이라는 키워드가 잘 보이지 않는다”며 “여성을 학생으로 두고 있는 예술교육기관으로써 예술계 전반의 여성 차별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해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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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큘럼 개편 등 대대적인 ‘수술’ 예고

아카이빙으로 인해 구성된 TF의 추진 과제들은 아카이빙 사태에서 불거져 나왔던 요구 사항들을 충분히 수용하고 있을까. TF는 발족 선언과 동시에 총 5가지 분류로 나눠진 추진 과제를 발표했다. 이는 각각 △교육 및 제도 개선을 통한 성범죄 예방 △피해자 보호 및 지원체계 강화 △성범죄로부터 안전한 시설환경 구축 △차별 없는 평등한 학교 구현 △양성평등상담실 기능 강화이다. TF에서 발표한 추진 과제는 대부분 그 목표 시기를 올해 중으로 잡아 두고 있으며 그중 일부는 이미 진행중인 상황이다. 각 과제는 이미 시행중인, 혹은 지금 시행할 사업과 올해 안으로 진행될 예정인 사업, 아직 검토 단계에 있는 사업까지 다양하다. 특히 내년 까지 장기적인 계획을 전망한 사업 중에는 개중에는 커리큘럼 개편과 같은 굵직한 사안들도 포함되어 있어 학교 체계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당장 시행되고 있는 사업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올해 초부터 시행된 전체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성평등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이 교육 프로그램의 대상에는 교수와 학생 모두가 포함된다. 교수의 경우 정기 행사는 교수연찬회와 사이버 교육프로그램 등을 통한 교육을 받고 있으며, 학생들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성교육을 받게 된다. 특히 지난 TF회의때 제기된 원별 특성에 맞춘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수용해 수시로 “원별로 특화된 맞춤교육을 위해「찾아가는 양성평등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점도 돋보인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사업으로는 가상학점제도가 검토 단계에 있다. 가상학점제도란 성 관련 사건으로 수강과목을 취소하여 장학금 등의 수혜를 받지 못하는 경우를 막기 위하여, 해당 과목에 대해 가상의 학점을 부여하고 추후 다시 수강하여 학점을 이수하게 하는 제도다. TF는 이밖에도 △연구용역 발주를 통한 교과과정 개발·운영 △인권 가이드라인 제작 △피해자 보호 우선 및 2차 피해 예방 강화를 기본방향으로「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처리에 관한 규정」개정 △학내 관련 규정 개정 등의 사업을 준비해두고 있다. 이 사업들은 현재 검토 단계에 있으며 모두 올해 중으로 시행 예정인 사업들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TF의 조항 중 학내에서 계속 요청이 되었던 가해자 처벌에 대한 조항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은 특기해볼만 하다. 이는 TF가 직접적인 처벌권을 가진 단체가 아니고 가해자 처벌과 관련된 절차는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어야 한다는 절차 때문이다. 이에 TF 측에서는 양성평등상담소에 대한 규정 개정 등을 통해 가해자 처벌을 위한 논의를 진행할 수는 있지만 직접적으로 TF가 가해자를 처벌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지난 1학기 초 전학대회를 비롯해 올해 다시 일어난 학내 성폭력 논의에서 학생들이 가장 강경하게 주장해왔던 것 중 하나가 바로 가해자에 대한 확실한 처벌이었다. TF의 이번 추진 계획이 △성교육 강조 △가이드라인 마련 △피해자 지원방안 구상 △교과과정 개편 등 많은 측면에서 의의가 있는 사업을 진행하고있지만 지난 위계폭력 간담회와 1학기초 전학대회에서는 처벌 없는 캠페인의 실효성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는 학생들도 다수 있었다.

 

이밖에도 TF에서는 △몰래카메라 전수조사 △출입문 시공 △화장실 비상벨 확대 설치 등 당장 안전한 시설환경을 구축하는 사업들을 계획중이다. 기존의 중재기구인 여성활동연구소 산하 양성평등상담소에 대한 개편도 준비되고 있다. 여성활동연구소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사안으로는 △서초동 캠퍼스 상담실 설치 △홍보활동 강화 △‘성평등상담실’로의 명칭 정정 △인력 충원 등이 있다.

 

공론장에서 나온 목소리가 학교를 바꾸려면…

아카이빙 사태 이후 학생들의 힘으로 구성된 공론장이 단순히 목소리에만 머무르지 않고 직접 TF의 구성을 이끌어내고 학교의 규칙까지도 바꿔간다는 점은 특기해볼만 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TF 자체의 방향성이 지나치게 특히 가해자 처벌 문제와 강제성 없는 교육의 효과 문제를 둘러싼 해결책도 요구되는 상황이다. TF는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신생 기구지만 많은 학내 구성원의 염원을 담아 출범된 만큼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 아직까지 여성혐오가 만연한 학내 사회에서 TF의 행보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을지를 두고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서동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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