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017년 5월 15일

우울한 학교 이대로 괜찮은가

5년 전 정책연구원 조사가 마지막

 

'나~안 괜찮아', 현암사, 27p ⓒSILKI

‘나~안 괜찮아’, 현암사, 27p ⓒSILKI

 

본 기사는 우리 학교 소속 구성원들이 겪는 우울증이 질적으로 특수하고 양적으로 클 것이라는 가설에서 출발했다. 전국적으로 우울이 가장 기승을 부리는 봄이기도하여 학내 구성원들의 정신 건강을 진단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신 건강을 분석한 국내 연구는 거의 없다. 5년 전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우리 학교의 학생과 교수 그리고 상담원을 대상으로 면담조사를 실행한 바 있다. 연구가 시행된 것은 우리 학교 미술원 2명, 영상원 2명이 잇따라 운명을 달리했던 해 바로 다음 해였다.

 

연구는 우리 학교의 우울증 발병 요인으로 크게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학생과 교수 사이에서 우울증을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 학교의 명성으로 인한 자부심과 우수한 주변 학우들로부터 오는 열등감의 충돌, 크리틱 수업으로 심리적 부담, 학내 개인주의적인 풍토, 운동 시설 부족에서 온 스트레스 해소방식의 부재가 그것이었다. 본 기사는 이 다섯 가지 중 현재의 우리 학교 생활 환경에 밀접한 두 주제를 제시해보려 한다. 이때 이러한 주제와 관련해서 현재 서초동 학생심리상담소에서 근무 중인 안미경 상담사에게 자문을 구했다. 이 자료를 취재진에게 인계해주었을 때, 학생 심리 상담소는 “이 자료가 자살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5년 전의 자료이기 때문에 이 자료를 바탕으로 교내 우울증을 진단하긴 어렵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예술은 자학적이다”

면담은 상담원,교수, 학생을 포함한 20 명의 참여자에게 익명 보장을 약속하고 진행되었다. 학생의 경우 개인정보를 학년만 표기 했다. 연구팀은 참여자 각각의 진술에서 출현 빈도가 높은 의견들을 모아 범주화하는 방식으로 결과를 완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때 제기된 의견으로는 ‘예술가가 작업을 할 때 정서적으로 예민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있었다. 전문 예술인이 되기 위해선 스트레스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1)면담에 참여한 F 교수는 예술은 “자학적인 예술이 아니면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며 그것을 부단히 했을 때 얻어지는 성과가 굉장히 크다고 했다. “그렇게 했는데, 얻어지는 것이 없”을 때 자살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부단한 자기와의 싸움이” 없으면 어느 것도 이룩될 수 없기 때문에 자학은 생활화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2) 3학년인 E 학생은 글을 쓰기 위해선 아무리 기분이 좋아도 기분을 다운시켜야한다고 말했다. 우울한 상태에서 글이 잘 써진다는 것이다. 3) 4학년인 N 학생에 따르면 “예술은 어딘가-정신 세계로 추정된다.-로 들어가서 나오는 것인데, 들어갔던 과정에서 고민과 고통에 빠지게 된다.” 예술가의 작업은 그 세계에서의 체험을 순조롭게 가지고 나와 타인들 앞에서 표현을 해내는 것이다. 이때 세계로부터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은 현실 속에서 살 수 없다고 판단해 죽음을 선택하기도 한다. “자살이 아니라 살려고 그 아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다. (주석 1번)예술 학교에서 우울증은 불가피한 질병이기 때문에 학생 개개인의 정신력이 해결책일 수 밖에 없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겠다.

 

우울증을 예술활동을 위해 치료해야 할 병이 아니라 숙명(불가피한 일)으로 받아들이는 내담자들이 있나’는 질문에 안 상담사는 “직접적으로 이런 주제를 언급한 내담자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예술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이런 분위기가 있다”고 대답했다. 안 상담사는 “우울한 상태는 자기 내부 세계에 대해 깊이 사고하고 여러 감정들에 대해 깊이 골몰해 있는 것이 특징이며 이는 예술활동을 할 때에도 나타나며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며 우울증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마치 우울증이 예술에 필수 요소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일부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측면을 너무 왜곡되게 받아들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병적인 우울 상태가 작품 창작에 오히려 부정적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신적인 에너지가 낮고 의욕이 나지 않기 때문에 사고가 마비되고 다양한 감정들을 깊이 있게 느끼고 그것을 작품으로 구성해내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이 두가지 주장은 모두 한측이 반대 편을 제압할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면담 조사가 학과를 불문하고 13명의 학생과 5명의 교수를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면담 참여자들 각각의 진술에서 도출한 조사 결과를 학교 전체 혹은 예술계 전반으로 일반화하기 어렵다. 학생 심리 상담사도 학생들이 예술 활동에서 겪게 되는 구체적인 심리에 대해 당사자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항상 극단적인 우울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정신건강과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라는 안 상담사의 말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아무리 우울증이 창작 활동에 양분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극단적으로 흐르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안 상담사는 우울증이 심각해질 경우 나타나는 증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거나 불면의 지속’, ’높은 긴장 상태 어떤 일에 전혀 집중할 수 없음’, ‘ 망상이나 환각 때문에 현실 인식에 문제 발생’을 언급했다. “상담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워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크리틱은 위험하다”

예술 교육에 있어서 ‘크리틱’은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 교수와 다른 학생의 앞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받은 비평을 바탕으로 앞으로 작품을 어떻게 수정해나갈지 방향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크리틱이 건설적인 비평이 아닌 재능과 실력이 부족하다는 비난에 가까웠다는 진술도 면담에서 있었다. 일단 대안이 없는 비평을 하거나, 기대 수준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을 경우 창작에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다는 이유였다. 1)면담에 참여한 L 학생은 비난조의 비평을 받은 수업을 견디지 못하고 결석을 선택했다. 크리틱이 “방향이나 비전을 제시해주기 보다는 어떠한 대안도 없이 작품을 ‘틀린 것’으로 규정했”기 때문이었다. ‘원래 긍정적’이었다는 그녀는 크리틱을 받은 이후 “불안하고 괴로워서 불면증에 빠지게”되었다. 그녀는 “정신 세계가 좀 이상해지는 것 같다”며 “포기하지 않으면 위험했을 것이다”는 말도 덧붙였다. 2)2학년인 I 학생은 “작품의 잘한 점을 얘기해주지 않고 수정할 부분만을 지적하는 크리틱에 자꾸만 의기소침해지고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호소했다. “열심히 밤을 새서” 작품을 만들어 가도 “너는 그 수준밖에 안된다”라는 평가를 받으면 “밤을 새도 이 정도 밖에 안 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학교 커리큘럼 자체가 우리 학교 학생에게 극소수만 도달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 이에 도달하지 못할 때 자괴감을 느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1) D 교수는 “커리큘럼이 각 원, 각 과마다 굉장히 타이트”하다며 “학생들이 전혀 여유가 없다”고 토로했다. 학교 풍토 자체가 “학생들을 무조건 빡세게 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2)4학년인 P 학생은 배우기 위해 학교에 왔는데 교수님들이 별로 가르쳐주지도 않고 프로 수준의 엄청난 결과물을 요구한다고 말했다.(주석 3번 78페이지)

 

“크리틱 수업에서 받은 평가로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는 내담자도 있는가”라는 질문에 안 상담사는 “칭찬보다 단점의 비중이 많은 크리틱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학생들이 지금도 간혹 찾아온다”고 답했다. 이때 상담의 방향은 “크리틱을 받아들이는 학생의 마음가짐이 정서를 크게 좌우하므로, 이런 마음가짐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업에서의 비평은 현재의 작품에 관한 것이지 그것이 창작자의 존재 자체 혹은 전부를 비평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크리틱 수업을 하는 목적이 앞으로 더 발전된 작품을 창작해내기 위한 과정의 일부”라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크리틱 수업에서 피드백을 받는 것 자체가 종착역이 아니기에 그것을 자신의 전부로 일반화시켜서 사고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항상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학생 개개인의 노력 뿐만 아니라 “건설적이고 지지적인 분위기에서 크리틱 수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학교 차원에서 문화를 개선해 나가려는 노력” 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울증 심각 여부 진단 불가능

<예술영재청소년의 정신건강연구>는 본문에서 여러 번 우리 학교 학생들로 표현되는 ‘예술영재청소년들이 타 청소년들에 비해 정신건강이 더 취약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 말처럼 우리 학교 학생들의 우울증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이 조사가 우리 학교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인데 이것은 양적 연구가 아닌 질적 연구이기 때문에 수치화, 통계화하여 다른 집단과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체 학생들은 아니지만 상담소를 방문한 학생들이 표본인 통계 자료는 교내 학생심리상담소에 있긴 하다. 그러나 상담소는 내담자들의 비밀 보장을 위해 해당 자료를 공개할 수 없는 입장이다. 상담소에선 내담자가 자신이나 타인을 해칠 심각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상담 내용은 물론 상담 대상자가 누구인지 언제, 몇 번을 왔는 지에 대해서 상담소 구성원 이외에는 발설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한 실마리는 “학생 수에 비해서 상담소를 찾는 비율이 높고, 약물치료를 받는 비율도 다소 높은 편”이라는 안 상담사의 말이었다. 안 상담사는 “상담소 방문 비율이 높은 것이 정서적 고통을 숨기고 있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상담소를 방문해 해결하는 학생들의 개방적인 분위기가 원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나경 기자

goodteller1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