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017년 5월 15일

학내 위계질서 폐단 간담회 개최

각 원 재학생 참가한 가운데 향후 대책 놓고 논의 이어져

 

학내 위계질서 폐단 1차 간담회 현장 모습 ⓒ박형남

학내 위계질서 폐단 1차 간담회 현장 모습 ⓒ박형남

 

지난 10일 페이스북 페이지 한국예술종합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온 고발이 일명 ‘학내 위계질서 사태’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논란은 전학대회를 거치며 가열되었으며 특히 각 원 학생회의 대처가 많은 학생들의 관심을 사는 상황이다. 전통예술원 원학생회는 사태 발발 직후 음악과 교수진의 사과문을 비롯하여 원학생회 내에서도 자체적으로 사과문을 게시하였다. 하지만 음악원 원학생회는 전학대회 당시에도 “사실 관계를 파악중에 있다”는 대답만을 반복하였으며, 한동안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익명을 요청한 연극원의 한 학생은 “전학대회때도 음악원 [학생회 측의] 답변이 매우 불성실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음악원은 지난 28일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첫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이 글에서 음악원 원학생회는 신입생 환영회의 강압적인 분위기와 피아노 이용 문제에 대한 기존의 지적을 인정하였으며, 전학대회에서 논란이 되었던 과대표 자격 박탈 문제에 대해서도 “전 학년과 본인의 동의를 얻어 다시 원래의 과대표가 전체 과대표를 맡는 것으로 결정하였다”고 말했다. 전통예술원과 음악원의 내부고발을 시작으로 촉발된 학내 위계질서 폐단 문제가 학생 사회 전체로 공론화됨에 따라 구체적인 논의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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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자 55%, “강압적 분위기 경험한 적 있어”

위계질서 사태가 본격화됨에 따라 지난 24일 개최된 “학내 위계질서 폐단 관련 전체학생 대상 1차 간담회”에서는 학생회 측에서 진행 중인 “학내 위계질서 폐단 관련 전체 학생 대상 설문조사”의 내용 발표와 향후 대처 방향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총·원학생회 구성원과 총 35명의 일반 학생 참관인이 참석했다. 간담회는 자유 토론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간담회에 참석한 참관인들이 먼저 자료를 검토한 뒤 학내 위계질서 사태에 대해 학생회 측에 질문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총학생회는 지난 4월 20일부터 진행 중인 “학내 위계질서 폐단 관련 전체 학생 대상 설문조사”의 중간 결과를 간담회 자료로 첨부했다. 이 자료에는 △강압적인 분위기 경험 여부 △위계질서 폐단에 의한 피해 상황 △철폐와 개선을 위한 의견 등에 대한 학생 설문 조사 결과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 중 강압적인 분위기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 중에서는 ‘인사, 존대 강요’항목이 전체 응답자 443명 중 169명(38%)이 겪었다고 말해 가장 많았다. 그 밖에는 집합과 FM이 뒤를 따랐다. 전체 응답자 21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내용에서는 위계질서 폐단에 대해 총 110명(49%)의 학생이 ‘예의와 위계(악습)에 대한 구분을 못하는 것 같다’면서 ‘철폐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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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 태도 지적, 교수진 불신 이어져

이날 간담회에서는 학내 위계질서 사태에 대한 학생회의 관심을 지적하는 발언도 나왔다. 당시 참관인으로 참석한 전통예술원 한국예술학과의 한 학생(이하 A씨)은 “남상[남자 상견례] 사건이 터지고 나서 무용과 1학년들이 엎드려뻗쳐를 하고 바닥 청소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사건의 경위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전통예술원 학생회장은 “바닥 청소는 항상 연습실 관리를 위해 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답했다. 하지만 A 씨가 연이어 “[전통예술원 내부에서] 너는 실력이 없으니까 국고, 예고 출신이라고 하지 마”라는 폭언도 있었다고 얘기하자, 전통예술원 학생회장은 “몰랐던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A 씨는 “[나는] 무용과가 아닌데도 되게 화가 나고 창피했다”며 “남상 사건 발생 이후 그런 사건이 무용과 1학년에서 발생을 했는데 과대표들은 모르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이어 A 씨는 “원 내에서 어떤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 지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참관인으로 참석한 또다른 학생(이하 B 씨)은 “교수진과 상의해서 대안을 내겠다고 말했는데, 남상 글이 올라온 이후 트위터에 올라온 글들을 쭉 읽어보니 음악원에서 피아노과 교수방도 1학년들이 치운다는 글이 있었다”며 “전통원 어느 교수는 대숲에 올라온 거 봤냐는 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B 씨는 “무용원 간담회에서도 교수들이 ‘무용원에도 이런 것[위계질서 폐단]이 있느냐’고 말했다고 한다”면서 “이런 문제를 다루는 교수들의 시선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위계질서가 있는 상황에서 교수들이 학생들을 대하는 관계는 고착화 되어있는데 학생회가 아무리 말을 해도 교수들은 [기존과] 똑같이 행동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음악원 학생은 제보를 통해  이 학생은 “교수실도 1학년들이 다 치우는데 빼먹은 날은 여지없이 갈굼[을 당한다]”면서 “교수들이 말이 안 통하는 걸 증명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제보자는 피아노과 내부의 상황을 고발하며 “[내부고발 게시물을] 올린 사람이 누구인지 교수부터 다들 안다고 한다”면서 “1학년은 매주 월요일 선배들이 아무도 연습 안 하고 있을 때 눈치껏 방해 안 되게 그랜드 피아노를 다 닦아야 한다”면서 “1학년은 과방 출입도 금지”라고 말했다. 제보자는 그밖에도 “월요일만 되면 1학년들이 수업이 끝난 뒤 그랜드 피아노를 다 닦고 가는 모습을 보는 게 장관”이라며 이러한 피아노과 내부의 상황에 대해 “기가 찰 노릇이다” 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또다른 제보자는 지난 4월 14일 무용원 내부에서 열린 간담회 자리에서 무용이론과의 한 학생(C 씨)이 “우리 원에도 위계질서가 있냐”는 교수의 말에 “위계질서는 분명 있고 교수님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졌어도 알 수 있었다”며 “몰랐다는 게 너무 억울하다”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C 씨는 “학생들이 휴학하는 이유가 무엇인 줄 아느냐 선배들 견디기 힘들어서다”라며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고 교수님들이 학생을 노동착취하는 구조를 선배들이 답습해서 후배들한테 악행을 저지르는거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처벌과 교육, 위계폭력 방지 위한 ‘투트랙’ 두고 논의 진행돼

이날 간담회에서 학내 위계폭력에 대한 대안으로는 처벌과 교육의 두 가지 방안이 논의되었다. 이날 참관인으로 참석한 백승열(미술원 디자인과) 씨는 “문제 해결 과정에서 폐단을 파악하고 되풀이되지 않게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폐단이 있고 폐단에 의한 피해자가 있다는 것은 가해자가 있다는 것”이라면서 “가해자를 처벌 조치할 수 있는 제도적인 것이 마련되어 있는지”를 질문했다. 이에 정의진 부총학생회장은 “[총학생회가 직접] 학생을 징계내릴 방안은 없다”면서 “이번 사태로 불거진 문제에서 이 부분에 있어서 [학교측에 건의하여] 처벌을 하겠다고 확실히 약속드릴 수는 있지만 이런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는 것을 최선으로 잡고 진행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백 씨가 “성추행 같은 경우 양성평등 상담소를 거치면 되지만 위계질서는 거칠 수 있는 라인이 없다”며 “그렇게 때문에 그런 것을[구조적인 체계를] 구비하는 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라고 묻자 교수진의 강의평가 점수를 공개하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황예정 총학생회장은 “이번 학기에 실시될 교학협의회에서 [이러한 방안을]마련하면 좋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황 총학생회장은 “미래지향적인 논의를 하면 좋겠다”면서 인식 개선에 대한 수단으로 “캠페인을 진행하면 어떻겠느냐”고 밝혔다. 이에 참관인 함연선(영상원 영상이론과) 씨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인식변화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가해자 처벌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다”며 처벌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정의진 부회장은 본격적인 징계에 대한 논의에서 “[학생 대상의 징계는] 정학 등으로 정도가 세서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백승열 씨는 “실제 범죄도 바로 감옥에 들어가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이 있는데 이런 것들을 논의할 때 상대적으로 유기정학보다 가벼운 처벌이 신설이 되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황 총학생회장은 “징계위원회를 학생들이 하는 것이 아니어서, 추가 징계 조항이 위계질서 때문에 들어간다면 징계위 자체가 달라져야 할 것 같다”고 현실적인 문제를 거론했다.

 

이에 참관인 정한별(연극원 극작과) 씨는 “위계폭력을 저질렀을 경우 가해자를 처벌할 수단도, 판단할 수 있는 규칙도 없다”면서 “일이 진행되는 바를 보면 가이드라인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씨는 이어 “한예종 학생사회 원학생회 차원에서 강제성은 없더라도 내규를 만들고, 가이드라인을 정비해야 하지 않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참관인들 학생회에 위계폭력 선 긋는 “강경한 태도” 재차 강조

이날 간담회에서는 수업 외에도 공연  등에서 발생하는 위계폭력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지만 구체적인 해결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에 정 씨는 “구조화되어있는 커리큘럼도 구시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공필수업에 대한 논의도 해야 할 것 같다”면서 “입학식 전에 신환회를 하는데 신입생이 학교에 와서 처음 받게 되는 [위계폭력에 대한] 메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정 씨는 말을 맺으며 “학생회에서 제일 먼저 앞장서서 우리학교는 위계폭력에 대해서 선을 긋고 [억압적 분위기 조성을] 하면 안 되고 하면 처벌 받는다는 메시지를 줘야 할 것 같다”고말했다.

 

이에 정 부총학생회장은 “[총학생회의] 스탠스 관련해서 아쉬운 점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했다”면서 “[총학생회도] 스탠스를 취하기 위한 논거를 마련하는 단계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정 부총학생회장은 “원학생회장단도 직함을 달고 있지만 직함을 떼면 각 사회에 소속된 학생이라는 점을 생각해주셨으면 한다”면서 강경한 스탠스에 대한 준비 작업으로 “통계자료나 간담회를 통해 자료를 수집 중”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정 부총학생회장은 “강경한 스탠스를 위해 방안을 마련하는데 도움을 주셨으면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후 이날 간담회는 황 총학생회장이 2차 간담회에 대한 의사를 밝히면서 종료되었다.

 

 

서동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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